싼샤댐 운하 승강기-3000t급 선박 113m까지 들어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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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싼샤댐은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리공정 프로젝트였다. 싼샤댐의 주요 기능은 홍수방지, 수력발전, 수운 등 세 가지인데 수운에 해당하는 운하 승강기는 싼샤댐의 마지막 사업이다.

중국의 통 큰 행보에 입이 쩍 벌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할 때가 꽤 많다.

지난 9월부터 양쯔강(長江) 상류에 위치한 싼샤(三峽)댐에서 가동을 시작한 운하 승강기(升船機)도 통 큰 중국을 잘 보여준다. 이 승강기는 3000톤급의 선박을 약 40층 높이에 해당하는 113m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승강기 수조에 채워지는 물까지 포함하면 1만5500톤의 무게를 댐 하부에서 상부로 끌어올리는 셈이다. 비슷한 유형의 운하 승강기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중국 측은 밝혔다.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 위치한 싼샤댐 운하 승강기는 최대 3000t급의 선박을 40층 높이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왼쪽). 싼샤댐 운하 승강기가 지난 9월부터 운행되면서 유람선이 댐을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3시간 30분에서 40분으로 단축됐다. /박은경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 위치한 싼샤댐 운하 승강기는 최대 3000t급의 선박을 40층 높이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왼쪽). 싼샤댐 운하 승강기가 지난 9월부터 운행되면서 유람선이 댐을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3시간 30분에서 40분으로 단축됐다. /박은경

지난 14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의 한 부두에서 1200톤급 배를 타고 이 승강기에 올랐다. 이름 모를 이 작은 부두는 군사시설이라며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양쯔강 물길을 거슬러 15분쯤 달리자 거대한 싼샤댐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싼샤댐을 향해 배가 방향을 틀자 댐에 설치된 붉은 경광등이 ‘삐삐’ 소리를 냈다. 댐 한쪽에 마련된 승강기로 배가 들어서자 앞뒤로 차단벽이 내려와 하강할 준비를 시작했다. 배와 강물이 네모난 상자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모습의 승강기 좌우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강 준비에는 15분에서 20분 정도가 걸렸지만 하강하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높이가 너무 높아 혹시 흔들려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100여m를 내려오는 동안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조차 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싼샤댐은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리공정 프로젝트였다. 1994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이주민 보상과 환경보전 논란 탓에 공사속도가 느려지면서 2006년 전체 공사를 완료하고 2012년에야 최종 완공됐다. 싼샤댐의 주요 기능은 홍수 방지·수력발전·수운 세 가지인데, 수운에 해당하는 운하 승강기는 싼샤댐의 마지막 사업이다.

배가 높이 150.5m에 위치한 싼샤댐 상부 승강기 수조에 진입하면 물을 채운 다음 해발 65.2m의 싼샤댐 하부로 수직 하강한다. 하강하는 데는 10분, 전체 통항을 마치는 시간은 40분이 걸린다.

그동안은 최대 8800톤 무게의 선박과 수조를 73m 낙차로 들어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던 벨기에 중앙운하 승강기가 세계에서 가장 컸지만 싼샤댐 운하 승강기가 완성되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보통 상·하류 수위가 다른 운하나 하천에서 선박을 통항하려면 파나마운하처럼 갑문을 설치해 수로를 연결하거나 승강기 같은 기계장치를 만들어 바퀴 달린 수조를 궤도와 철선으로 승강하는 방식을 택한다. 싼샤 승강기가 만들어지면서 창장 물길을 돌아 세 시간 넘게 걸리던 선박의 운항시간이 40분으로 줄어들게 됐다.

싼샤댐 관계자는 일부 기술은 독일에서 들여왔지만 대부분의 기술은 중국산이라고 자랑했다. 이 승강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수로 운송비가 저렴한 데다 대중들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무료로 운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창에는 싼샤댐을 둘러보는 유람선 여행상품이 꽤 발달돼 있다. 5만원도 되지 않는 비용을 지불하면 배를 타고 싼샤댐과 양쯔강의 풍광을 둘러보고 유람선 안에서 점심식사도 즐길 수 있다. 가이드들은 싼샤댐으로 생산되는 어마어마한 발전량과 아름다운 경치, 140여종의 어류 생태 등을 집중 홍보한다. 환경 파괴 같은 부정적 여론은 점점 옅어지고 싼샤댐을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기술의 상징으로, 또 훌륭한 볼거리와 생태 교육장소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박은경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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