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공예의 정수 ‘어보’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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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는 10일 지난해 헌종이 소장했던 사인(私印)에 이어 조선왕실의 인장(印章) 시리즈 두 번째로 왕실의 상징 ‘어보(御寶)’ 우표를 발행했다. 우표에 담긴 어보는 ‘태조가상시호금보(太祖加上諡號金寶)’, ‘세종시호금보(世宗諡號金寶)’, ‘정조효손은인(正朝孝孫銀印)’, 그리고 ‘고종수강태황제보(高宗壽康太皇帝寶)’ 등 4개다. 이들 모두 조선왕실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예술품이자 우리나라 문자예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우정사업본부는 10일 지난해 헌종이 소장했던 사인에 이어 조선왕실의 인장 시리즈 두 번째로 왕실의 상징 ‘어보’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10일 지난해 헌종이 소장했던 사인에 이어 조선왕실의 인장 시리즈 두 번째로 왕실의 상징 ‘어보’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인장이다. 왕실 인물에게 책봉을 하거나 묘호(廟號 ·황제나 왕이 죽은 뒤 종묘에 신위를 모실 때 붙이는 호)·시호(諡號· 왕이나 재상, 유현들이 죽은 뒤에 그들의 공덕을 칭송하여 붙인 이름)를 내리거나 존호(尊號· 왕이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경우 신료들이 왕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올리는 호칭)를 올릴 때 사용했다. 이번에 발행된 우표 중 태조가상시호금호, 세종시호금보가 이 경우에 사용된다.

태조가상시호금호는 숙종 9년(1683년)에 만들어졌다. 기존의 시호에다가 위화도회군의 뜻인 정의광덕(正義光德)을 덧붙인 시호로 인장을 새겼다. 이 도장에는 태조지인계운응천조통광훈영명성문신무대왕(太祖至仁啓運應天肇統廣勳永命聖文神武大王)라고 새겨져 있다. 이 도장의 글자는 19자다. 세종시호금보는 글자수가 10자(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에 불과하다. 세종이 승하한 직후 문종이 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추가된 시호가 없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보는 왕의 문서나 서적 등에 사용했다.

어보는 국왕 재위 중에도 경축일을 기해 자신의 인장을 만들거나 왕후·왕세자·왕세빈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드는 경우도 있다. 문서에 도장을 찍는 용도라기보다 도장 자체가 일종의 예물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발행된 우표 중 ‘정조효손은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영조가 재위 52년(1776)에 왕세손인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청하는 효심에 감동하여 직접 ‘효손’(효성스런 손자)이라고 쓴 은도장을 만들어 하사했다. 정조가 삭제를 청한 기사는 영조의 명령으로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일과 관련된 <승정원일기>의 내용이었다. 이 어보는 83세의 영조 친필을 새긴 것으로, 역대 어보 중 유일하게 왕의 친필이 새겨져 있어 그 가치가 높다.

고종수강태황제보는 1907년 순종황제가 고종황제에게 ‘수강(壽康)’이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제작한 어보다. 8각의 측면에는 주역의 팔괘(八卦)가 새겨져 있다.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을 통틀어 희귀한 형식이다.

어보는 엄밀한 의미에서 실무용 인장으로 사용된 국새와는 차이가 나지만, 왕의 도장이라는 의미에서 어보도 국새로 통칭해 오고 있다. 어보와 국새를 옥새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옥새’라는 표현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어새는 국새처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지 않는다. 왕실의 영속성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어보는 만든 왕이나 선물 받은 왕족이 죽으면 종묘에 안치됐다. 반면 국새는 그렇지 않다. 왕이 죽으면 부인인 대비가 보관하다가 세자가 왕에 오를 때 전해 주었다. 왕 즉위식에서 가장 중요한 의례도 국새를 인수인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새보다 어새가 훨씬 많은 것은 당연하다. 조선 때 만들어진 어새는 모두 374점이나 된다. 이 가운데 318점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어보는 금, 은, 옥, 배철 등으로 만들어졌다. 손잡이는 거북형이 대다수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거북의 머리가 용두형으로 변형된다.

국새는 글자가 4자, 6자 정도 새겨져 있지만 어보는 업적을 기리는 각종의 의미가 덧붙여져 훨씬 많다. 효명세자의 문조옥보는 무려 116자나 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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