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당뇨인이 지키면 좋은 10대 원칙

(1) 세끼 다 먹고, 아침은 제대로 저녁은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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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외워야 할 것도 많은데, 거기에 막상 당뇨병 환자가 되면 새로 듣는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집니다. 안 그래도 짧은 의사와의 면담시간에 들었던 것조차 문을 나서면 잊어버리기 일쑤이고, 방송과 신문에서는 ‘당뇨병엔 뭐가 좋다’ ‘뭐 하면 안 된다’는 프로그램과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모두가 전문가 행세를 하는데, 의학지식에 관해서는 특별히 책임질 일이 없어서인지 사실 확인이 안 되었거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들이 마치 사실처럼 퍼집니다. 막상 환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혼란스럽고 옥석을 가리기 힘들 뿐더러, 너무 지킬 것이 많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한 번 간단하게 당뇨인이 생활 속에 지키면 좋을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칼로리보다는 단순당류를 줄이자

당뇨인의 대부분은 당뇨병 식사를 다이어트 식사와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알아서 식사량을 줄이려고 합니다. 너무 많이 먹는다면 식사량을 줄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필요 없는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식사요법이 고통스러워집니다. 칼로리보다는 식사의 종류가 문제입니다. 다 아는 상식이지만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그리고 섬유소로 분류됩니다. 탄수화물 중에는 단순당류가 있습니다. 설탕과 설탕을 첨가해 만든 음식(옥수수 과자 포함) 등입니다. 주로 디저트인데, 파이·쿠키·말랑한 빵·설탕·꿀·시럽·청량음료·과일주스 등입니다. 단순당류는 양에 비해 칼로리가 높고 많은 양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어 혈당도 많이 올라가지만 살도 쉽게 찝니다. 떡이나 국수도 혈당을 쉽게 올리고 칼로리도 높기 때문에 제한해야 합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시리얼에도 단순 당류가 많은 종류가 있으므로 유의하셔야 합니다. 하얗게 도정한 흰쌀도 혈당을 많이 올립니다. 현미나 잡곡을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섞어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뇨인 가운데 과일이 몸에 좋다고 끼니를 대신하는 분들이 있다. 전문가는 혈당 조절이 잘 되는 당뇨인들은 이왕이면 사과나 귤, 배 가운데 하루에 1개 정도 먹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식전이나 식후에 바로 먹는 것보다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게 혈당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은 과일 도시락. /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뇨인 가운데 과일이 몸에 좋다고 끼니를 대신하는 분들이 있다. 전문가는 혈당 조절이 잘 되는 당뇨인들은 이왕이면 사과나 귤, 배 가운데 하루에 1개 정도 먹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식전이나 식후에 바로 먹는 것보다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게 혈당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은 과일 도시락. / 경향신문 자료사진

2. 고기를 멀리하지 말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식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많습니다. 건강한 식단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채식을 떠올립니다. 병에 걸렸을 때 제일 먼저 결정하는 일이 육식 끊기가 많습니다. 물론 고기에는 고기 자체뿐만 아니라 항생제, 중금속, 호르몬 등이 많이 들어가 있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이건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과 물과 숨쉬는 공기에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일반적인 채소도 농약 걱정을 해야 합니다.

당뇨병의 조절에는 단백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단백질은 인슐린 분비를 유지시켜 주고 근육을 강화하는 데 중요합니다. 근육이 강화되어야 혈당이 좋아지고, 건강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고기를 멀리하지 말라는 권고를 많이 먹자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하루에 한 끼니는 기름이 적은 고기를 손바닥 한 장 정도의 크기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기가 싫다면 생선도 무방하고 계란을 먹어도 무방합니다. 채식주의자는 두부를 많이 드시면 됩니다.

3. 과일은 보약이 아니다. 하루 1개만 먹자

‘몸에 좋은 야채와 과일’이라는 문구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아주 건강에 좋은 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일에는 과당, 포도당, 그리고 설탕(과당+포도당)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인슐린이 잘 나오는 비당뇨인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과일도 당뇨인이 먹었을 때는 혈당을 많이 높입니다. 당뇨인에게는 과일은 보약이 아니라 아슬아슬한 복어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금 먹으면 문제가 없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혈당이 고공행진을 합니다. 혈당이 조절이 안 될 때는 일단 과일부터 극도로 제한하면 대부분 혈당이 좋아질 정도로 과일은 혈당에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과일로 한 끼니를 대신하는 분들이 있는데, 당뇨인은 그러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혈당 조절이 잘 되는 당뇨인들은 보통 하루에 사과 1개 정도가 좋습니다. 사과가 싫으면 대충 다른 과일 1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과 1개, 내일은 귤 1개, 모레는 배 1개 식으로 이렇게 바꾸어 먹을 수 있습니다. 포도, 복숭아, 감,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은 혈당을 많이 올립니다. 이왕이면 사과나 배로 드시면 좋겠습니다. 과일은 식전이나 식후에 바로 먹는 것보다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으면 혈당 조절에 더 유리합니다.

4. 야채는 듬뿍, 견과류는 한 주먹

야채는 풍부한 섬유질과 비타민과 무기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좋습니다. 당뇨병의 경우, 섬유질은 음식의 당이 몸에 빨리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켜 식후혈당을 좋게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장과 대장에서는 장내미생물의 좋은 먹이가 되어 장 건강을 향상시키는데, 그 결과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심장병 및 비만을 예방합니다. 견과류는 불포화지방과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고 미세원소도 많아 심장병과 당뇨병에 좋습니다. 그렇다고 몇 웅큼씩 드시면 혈당이 올라가고 비만해질 수 있으니 하루에 한 주먹만 섭취하면 좋습니다.

5. 식사를 거르지 말자.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평민처럼

가급적 하루 세 끼를 다 먹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하루에 세 끼 먹는 식사법은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으며, 근대 이전에는 대부분 두 끼를 먹었고 심지어 한 끼 식사가 보편적이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뇨인의 경우 하루 두끼를 먹는 것보다는 세 끼가 혈당의 진폭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보통 두 끼 식사를 하면 대부분 아침을 건너뛰는데, 이것이 혈당 조절에는 큰 문제입니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을 많이 먹는 경향이 있고, 저녁까지도 많이 먹게 됩니다. 아침은 인슐린이 가장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 때이고 저녁은 인슐린 저항성이 가장 높을 때입니다. 이 말은 아침에는 많이 먹고 저녁에는 적게 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침을 제대로 먹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하면 같은 양을 먹어도 아침을 제대로 많이 먹을 때 혈당조절이 더 잘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세 끼를 다 먹고, 가능하면 아침을 제대로 먹는 것이 좋고, 두 끼만 먹어야 한다면 차라리 저녁을 건너뛰는 것이 좋습니다.

6. 한상차림을 받아도 코스요리처럼 먹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사에는 코스 요리의 개념이 없습니다. 음식이 순서대로 나오지 않고 한꺼번에 나옵니다. 적든 많든 그냥 한상차림을 받습니다. 그런데 당뇨인은 그렇게 한상을 받아도 본인이 알아서 코스요리처럼 먹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탄수화물 양이라고 하더라도 음식을 먹는 순서에 따라 식후혈당이 올라가는 정도가 많이 다릅니다. 한 끼 식사는 보통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섬유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먼저 먹는 것과 나중에 먹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단백질과 지방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제일 나중에 먹을 때 식후 혈당이 제일 적게 올라갑니다. 단백질과 지방이 탄수화물의 흡수를 지연시킴과 동시에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서 혈당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반적인 용어로 풀어 말하면 식사를 할 때 일단 고기나 생선 또는 두부나 콩 또는 견과류를 먼저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에는 섬유질이 많은 야채를 먹고 식사의 가장 나중에 밥이나 빵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한상차림의 한식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게 되면 인슐린의 효과가 좋아지므로 약의 용량이 줄어들고 췌장의 기능을 오래 보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코스요리처럼 먹게 되면 또 하나의 장점이 있는데, 음식을 천천히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먹는 것은 당뇨병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질환에서 필수 사항입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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