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전자파2-휴대폰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네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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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핸즈프리나 스피커폰으로 통화해 휴대폰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도록 한다. 전자파의 세기는 대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조금만 떨어져도 전자파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휴대폰이 암을 일으킨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휴대폰이 암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전자파 때문이다. 발암물질을 지정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5년 전인 2011년 5월 31일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발암가능물질(Group2B)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잘 생각해보면 발암물질인 줄 알면서도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고 익숙하게 사용해오는 물질이나 물품이 적지 않다. 술과 담배가 대표적인 1급(Group1) 발암물질이다. 커피도 한동안 발암가능물질에 속해 있다가 최근에 제외되었다.

잠잘 때 휴대폰 머리맡에 두지 마세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을 일으키는 각종 물질과 직업 등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모든 자료를 검토해 발암물질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기구다. 여기에서 결정된 내용은 모든 나라와 산업계,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국제암연구소는 휴대폰 전자파가 발암물질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14개 국가의 관련 전문가 31명이 모여 휴대폰 관련 연구논문 수백 편을 분석했다. 국제암연구소는 휴대폰 전자파 때문에 발암 위험이 커지는 암은 신경교종양, 청각신경종양 두 종류라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뇌종양의 일종으로, 신경교종은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세포에 생긴 종양을 말한다. 국제암연구소는 “10년 넘게 하루 30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신경교종양 발생 가능성이 4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사용 시 발생하는 전자파가 뇌혈관을 감싸고 있는 내피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뇌 속으로 독소가 들어오도록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에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 정차한 전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에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 정차한 전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소아와 청소년에 대해 휴대폰 사용자제를 권고’했다. 권준욱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소아청소년의 경우 뇌외 신경조직이 아직 성장 중이고, 조직 내 전자파 투과가 성인보다 쉬워 노출에 따른 잠재적 위해가 더 클 수 있다”면서 휴대폰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휴대폰 산업계는 ‘제한된 증거만을 갖고 무리한 결정을 했다’며 반발했다. 또 발암가능물질(Group2B)과 발암물질(Group1 또는 Group2A)은 다르다면서 아직 전자파가 암을 일으킨다는 정확한 과학적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발암물질과 같이 치명적인 건강피해를 일으키는 경우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건강피해를 최소화할 노력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사전예방원칙’에 입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휴대폰 전자파가 암을 일으킨다는 뚜렷한 결론이 나온 후에는 예방조치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므로, 비록 과학적 인과관계를 말해주는 연구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발암 가능성을 밝히고 사용자들과 산업계에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절대다수인 50억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의미있는 경고라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는데, 이는 성장기의 어린이가 어른보다 전자파 흡수율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협회의 학술지 보고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휴대폰의 전자파 흡수율이 다르다. 성인의 머리뼈 두께는 2㎜로, 전자파 흡수율은 2.93W/㎏이다. 10세 아동은 머리뼈 두께 1㎜에 전자파 흡수율 3.21W/㎏으로 높아지고, 5세 아동의 경우 머리뼈 두게 0.5㎜에 전자파 흡수율은 4.49W/㎏이 된다. 전자파의 건강영향에 관한 국내 연구는 ‘5세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이 20세 성인보다 1.5배 높다’는 내용과 ‘초등학생의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결과를 낸 바 있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전자파 흡수율 높아

2013년 4월 환경부 산하기구인 국립환경과학원은 휴대폰 사용의 장소별 전자파 세기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전자파의 세기는 휴대폰의 종류에 따라 달라서 최소값과 평균값, 최대값이 제시되었다.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통화를 하지 않는 대기상태에서도 전자파가 나온다는 점이다. 세기는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중계기지로부터 전파를 받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둘째, 통화연결 시에 전자파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대기 중보다 최대 9배, 통화 중보다는 최대 8배나 전자파가 많이 발생한다. 셋째,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에 통화할 때는 정지 때보다 최대 35배나 많은 전자파가 나온다. 엘리베이터 내에서 통화할 때는 외부에서보다 무려 최대 84배나 많다.

휴대폰에서 뇌암을 일으킬 수 있는 전자파가 나온다고 해서 휴대폰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하지만 휴대폰 사용방법에 조금 신경을 써서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와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휴대폰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는 네 가지 사용방법을 제안한다.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방법은 휴대폰과 머리까지의 거리를 멀리 유지하는 것과 통화시간 줄이기 두 가지다.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11) 전자파2-휴대폰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네 가지 방법

첫째, 가능한 한 핸즈프리나 스피커폰으로 통화해 휴대폰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도록 한다. 전자파의 세기는 대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조금만 떨어져도 전자파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둘째, 전화를 걸 때 곧바로 귀에 대지 말고 상대방과 통화가 연결된 후에 천천히 귀에 댄다. 앞서의 조사 결과처럼 통화연결이 시도되는 동안에 전자파가 더 많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특성상 중계기지로부터 휴대폰으로 무선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게 되고, 일단 통화가 연결되면 전자파 방출이 줄어든다. 예전과 달리 요즘 스마트폰은 상대방과 연결되었다는 표시가 화면에 뜨기 때문에 전화를 걸고 연결되는 동안 손에 들고 화면을 지켜보다가 연결되면 그때 귀에 대면 된다. 셋째, 오랫동안 통화하게 될 경우 전화기를 양쪽 귀로 번갈아 가면서 이용한다. 세계보건기구가 발암물질로 정한 배경이 10년 동안 사용했는데 뇌종양이 발생한 경우는 한쪽 귀로만 사용한 결과다. 하지만 20년 동안 사용하면 양쪽 귀에 위험도가 발생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넷째, 밤에 잘 때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지 말고 책상이나 탁자 위에 놓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어 잠자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머리맡에 두고 잔다. 미량이지만 휴대폰을 켜놓았기 때문에 밤새 6~8시간 동안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가 바로 머리를 향해 방출된다. 책상이나 탁자 위에 두면 최소한 1-2m는 거리를 유지해 전자파 노출의 위험을 없애고 모닝콜 기능 이용과 전화 수신에도 문제가 없다.

이상 네 가지 방법은 필자가 전자파 노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거나 없애고 실제 실천이 가능한 것들만 제시한 것이다. 네 가지 중에서 본인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방법 한 가지만 선택해 실천해 보기 바란다. 만약 3일 정도 꾸준히 실천하게 된다면 이후 계속해서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곧바로 권하지 않는 게 좋다. 부모 자신이 먼저 시도를 해서 습관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거나 “해보니까 어렵지 않더라”며 권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도 대부분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과 위치추적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편리한 만큼 전자파라는 위험이 따른다. 부모세대와 달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사용하고 있어 평생 동안의 전자파 노출량이 더 많게 된다. 아이가 어른보다 더 노출위험이 크다는 점은 앞에서 강조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학교나 학원에서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 그런 조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우리의 경우 선생님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고, 아마도 학부모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할 문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소장(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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