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야구 우승팀의 포효 “우린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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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38이닝 2실점이라는,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을 수립했다. 그리고 1908년 이후 우승 못한 컵스는 ‘염소의 저주’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고, 닛폰햄은 10년 만에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올해 한·미·일 프로야구가 모두 끝났다. 한국은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으며, 미국은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일본은 닛폰햄이 히로시마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두산과 컵스, 그리고 닛폰햄이 각자 리그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한 가지 진기록이 수립됐다. 역대 최초로 한·미·일에서 곰을 마스코트로 삼고 있는 팀이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뒤 지금까지 곰을 구단 마스코트로 쓰고 있으며, 컵스 또한 자신의 구단 로고에 곰을 넣어 쓰고 있다. 닛폰햄의 마스코트 역시 ‘브리스키 베어’, 곰이다. 여러모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미·일 우승팀의 2016년을 정리해 봤다.

11월 2일 경남 창원 NC 다이노스 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두산이 승리해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이 몰려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11월 2일 경남 창원 NC 다이노스 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두산이 승리해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이 몰려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두산, 압도적인 우승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우승팀으로 두산이 아닌 NC를 점쳤다. 그럴 만도 했다. NC는 특별한 전력 누출이 없었던 데다 FA 최대어였던 박석민까지 영입해 안 그래도 강한 전력을 더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즌 시작과 함께 치고 나간 쪽은 NC가 아닌 두산이었다. 두산은 투·타에서 이렇다 할 약점들을 보이지 않으며 계속해서 치고 나갔다. SK가 잠깐 따라붙는 듯했지만, 순식간에 뒤로 처졌다.

NC도 만만치 않았다. 6월 시작과 함께 15연승을 질주하며 두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8월 들어서는 두산을 끌어내리고 선두로 올라서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7월부터는 마음을 그냥 비웠다”고 한 것도 NC의 상승세가 워낙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NC는 프로야구계를 휩쓴 승부조작 여파의 중심에 서게 됐고, 시즌 말미에는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파문까지 겹치는 등 구단 내외로 흔들렸다. 그 사이 전열을 재정비한 두산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결국 여유 있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난 NC를 4경기 만에 돌려세웠다.

올 시즌 두산의 업적은 화려했다. 우선 93승을 거둬 정규시즌 최다승 기록을 다시 썼으며, 선발승으로만 75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는 38이닝 2실점이라는,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을 수립했다.

올해 두산은 김현수가 빠져나간 공백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박건우가 나타나 김현수의 공백을 잘 채웠고, 김재환이 등장해 두산의 4번타자로 우뚝 섰다. 잠재력이 만개한 오재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 4인방이 모두 15승 이상을 거두며 맹활약했다. 불펜이 약점으로 평가받았으나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워낙 잘 던져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컵스, 108년 저주를 깨다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 1945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팀. 올 시즌을 앞두고 컵스가 가지고 있었던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컵스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염소의 저주’다.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빌리 시아니스라는 사람이 자신의 애완용 염소 ‘머피’와 함께 입장을 하려다 거절을 당하자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지난해 컵스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를 따낸 뒤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이며 저주를 깨는 듯했다. 하지만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으며 다시 주저앉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컵스는 벤 조브리스트, 제이슨 헤이워드, 존 래키 등 쟁쟁한 FA 선수들을 영입하며 저주를 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컵스는 두산과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시작부터 질주를 시작해 끝까지 내셔널리그 1위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103승을 거두며 여유 있게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를 연달아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염소의 저주’를 일부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월드시리즈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원정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홈으로 돌아온 컵스는 3~4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5차전을 승리한 뒤 원정에서 열린 6~7차전을 내리 쓸어담으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7차전에서는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7차전에서 결승타를 때린 벤 조브리스트는 컵스 역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 MVP가 됐다.

컵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테오 엡스타인 사장(43)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있던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깼던 엡스타인은 이후 컵스 사장으로 부임한 뒤 유망주를 꾸준히 모아가며 착실한 리빌딩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과감한 투자를 하기 시작해 우승 전력을 꾸린 뒤 끝내 ‘염소의 저주’마저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쯤 되면 ‘저주 브레이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닛폰햄, 소프트뱅크의 독주를 깨다

최근 몇 년간 일본프로야구는 소프트뱅크의 시대였다. 소프트뱅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퍼시픽리그 1위 네 번, 일본시리즈 우승 세 번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쌓았다.

올해도 퍼시픽리그 1위는 소프트뱅크가 유력했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초반에는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소프트뱅크가 다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6월 24일 닛폰햄과의 차이는 11.5경기나 벌어졌다.

하지만 닛폰햄의 무서운 질주가 시작됐다. 구단 최다 연승 기록과 타이인 14연승을 질주했고, 그 사이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한 소프트뱅크가 주춤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8월 26일, 마침내 소프트뱅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뒤 끝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닛폰햄의 정규리그 1위는 2012년 이후 4년 만이었다.

클라이막스 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를 만난 닛폰햄은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 받았지만, 최종 전적 4승2패로 일본시리즈에 올랐다. 그리고 일본시리즈에서 만난 히로시마를 역시 4승2패로 누르며 다르빗슈 유가 활약했던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올해 닛폰햄을 말하면서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2)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 10승4패, 평균자책 1.86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을 뿐 아니라 타자로도 타율 3할2푼2리, 22홈런, 6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일본시리즈에서 3차전 연장 10회 끝내기안타를 포함해 타율 3할7푼5리의 맹타를 휘둘러 팀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윤은용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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