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라” “못 낸다” 구글세 논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국내 정밀지도 반출 시한 앞두고 ‘다국적기업 세금 회피’ 비난 여론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반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 시한(11월 23일)을 한 달여 앞두고 일명 ‘구글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한 세금을 피해보려는 구글과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매기려는 각국 정부의 숨바꼭질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구글이 조세제도를 악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제도가 ‘디지털 경제’ 중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구글의 조세 회피는 결국 현행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이익 극대화여서,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조세정책이 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구글 등 다국적 기업에 세금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법인세·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언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과세대상으로 규정한 외국 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에 대해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과세대상인 비거주자의 국내 원천소득에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의 저작권’을 추가한 것이 골자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총괄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제공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총괄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제공

국내 순이익 1조원설… 매출 파악 안 돼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부문 총괄께서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될 이유는 없겠지만 구글이라고 하는 회사가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에서도 가장 파렴치한 세금 탈루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임재현 총괄에게 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임재현 총괄에게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매출 관련 세금계산서를 전혀 발행하지 않으면서 대형 탈루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나도 변호사 시절 구글의 검색 상품을 한 달 100만~200만원어치 써봤지만, 전혀 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구글의 국내 매출이 연 1조원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사실 매출이 얼마인지 우리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대로, 구글이 한국에서 정확히 얼마의 매출을 일으켜 수익을 올리는지 알 방법은 현재 없다.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아 외부감사와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인 임재현 총괄조차 “구글플레이 운영은 구글 본사가 하고, 매출규모도 본사가 집계하기 때문에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서는 온라인 광고 사업을 하는데, 그 부분은 국내 세법에 따라 신고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며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최소 1조원 이상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처음 듣는 숫자다. 그렇게 많은 수치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이 같은 구글의 태도에도 구글에 대한 세금 부과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유럽이다. 검색엔진 시장을 독점하고, 엄청난 매출을 올리면서도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정부는 구글을 압박해 올해 1월 1억3000만 파운드(약 2240억원)의 세금을 받아내기로 합의했다. 일명 ‘구글세’다. 그러나 이 역시 구글이 영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비하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여론이 우세하다. 프랑스도 5억 유로(약 6500억원) 규모의 구글세를 걷기 위해 구글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전 문화통신부 장관은 “다국적 기업은 그들의 이익만 추구할 뿐이지 각 국가의 경제에 대해서는 별 고려를 하지 않는다”며 “디지털 경제에서도 각 국가들이 그들의 리더십과 권위를 발휘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인도네시아에서도 3억8000만 달러(약 4256억원)의 세금과 과징금을 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인도네이사 세무당국이 2015년에 해당하는 구글의 탈세혐의를 포착해 이 같은 규모의 세금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조세당국은 구글이 인도네시아 내에서 올린 매출 전액을 법인세율이 더 낮은 싱가포르 법인에 귀속시키는 수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조세회피를 할 수 있는 이유로 현행 조세체계가 ‘디지털 경제’ 시대의 기업 활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LG경제연구원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는 기업의 활동영역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된 반면, 과세권은 개별 국민국가의 내국세법이나 양자 간 조세조약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기업이 가진 수단과 활동반경이 현행 개별국가의 조세체계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벗어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인니 등 세계 각국, 세금 부과키로

정보통신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생활 전반에 스마트폰이 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정보통신기술은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이 되었다. 제조업 모델처럼 현지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오가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숙박 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나 차량 서비스인 ‘우버’가 호텔 한 채, 차량 한 대의 재고도 없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가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이,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은 2005년과 2014년 사이 연평균 52%씩 증가하며 45배 급증했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문제가 국가마다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명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프로젝트’다. BEPS 프로젝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무를 맡아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승인을 얻은 국제조세체계 개편과 관련한 종합적 행동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60개국의 승인을 얻었을 정도로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일관성’, ‘실재성’,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틀 내에서 총 15가지 실행안을 분류하고 있다. 고정사업장이 없어도 과세가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투명성 부분에서의 실행안 중 하나는 과세당국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 간에 정보를 교환하도록 한 것인데, 현재까지는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반출 여부가 11월 23일까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어, 구글의 국내 세금 회피 문제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되도록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구글과, 구글에게도 합당한 세금을 내게 하려는 글로벌 공조의 움직임 사이의 줄다리기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김건우 연구원은 “국제 조세체계는 이제 다자간 체제로 한 단계 도약해 다국적 기업과 눈높이를 맞춰 나가는 중”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넘어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공간이 이제야 이해되기 시작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runyj@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