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태풍 피해주민 지원 나선 우체국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날씨도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티모시 브룩 옥스퍼드대 교수의 저서 <곤경에 빠진 제국>(<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5권-원·명)의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인용한 서문의 내용으로 짐작하겠지만 저자는 원과 명 두 왕조의 흥망성쇠와 복잡한 역학관계를 ‘날씨’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풀어낸다. 원의 몰락과 명의 부상 과정에서 전개되는 역사적 사건이 이상기후, 아니 날씨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사실 이런 역사 해석은 브룩 교수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중국 재난사의 최고권위자인 덩퉈(鄧拓)는 <중국구황사(中國救荒史)>를 통해 재난은 전쟁과 함께 중국 문명의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구황사>에 따르면 한나라 건국해인 BC 206년부터 1936년까지 2142년 동안 5150차례나 지진, 홍수, 가뭄, 태풍, 산사태 등 거대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를 겪었다고 한다. 대재난이 발생하면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의 희생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재난 뒤에 전염병도 창궐했다.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10월 10일 울산광역시 태화강변 인조잔디 구장에서 수해로 뒤덮인 흙을 쓸어내는 물청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10월 10일 울산광역시 태화강변 인조잔디 구장에서 수해로 뒤덮인 흙을 쓸어내는 물청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연재해로 인해 국가의 통제체제나 공동체의 자율적 질서가 무너지면 종족 혹은 마을 간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계투(械鬪)다. 계투는 자연재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정든 고향을 버린 이주민이 새로운 곳에 터를 잡기 위해 기존의 원주민과 벌이는 싸움이다. 생존권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다. 그 치열함은 권력을 둘러싼 정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처참했다. 계투의 실상이 얼마나 참담했는지 원주민과 외래인 간의 싸움을 의미하는 ‘토객충돌(土客衝突)’이라는 단어가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됐다.

천재지변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종전보다 더 잦아지고 더 심각하다. 이 같은 불가항력적 재앙이 지구촌을 불안과 공포로 뒤덮고 있다. 지난여름 지구촌을 핥고 지나간 천재지변 역시 ‘최고’, ‘최대’, ‘최악’이라는 수식어들이 따라붙었다. 7월에 중국 남부지역의 안후이성, 허베이성 등은 홍수로 물바다가 됐다. 당시에 발생한 이재민이 6000만명에 이른다. 이탈리아의 아마트리체 지진으로 도시 하나가 사라졌다. 사망자만 300명에 육박하는 대참사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캐튜’는 주민 피해액만 23조원을 남겼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진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한반도를 흔든 규모 5.8의 경주 지진 충격은 온 국민을 지진 트라우마에 휩싸이게 했다. 최대 순간풍속과 1일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던 태풍 ‘차바’는 울산과 부산 해운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불난 끝은 있어도 물 난 끝은 없다고 했던가. 수마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그들에겐 또 다른 재앙이다. 피해복구와 재활은 고통스런 과정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지원 못지않게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국가와 지방정부는 물론 사회의 역할이다.

우정사업본부도 피해주민들을 위한 ‘사랑의 다리’를 놓고 있다. 우체국예금 온라인 송금 수수료 면제, 우체국보험료 및 대출이자 납입 유예 등 피해주민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우체국예금과 우체국보험 혜택(6개월)은 시 또는 읍·면·동사무소에서 발급한 재해증명서와 납입 유예 신청서를 우체국에 오는 12월 31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피해주민의 구호를 위한 ‘심부름’도 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에 접수된 구호우편물은 무료로 피해지역에 배송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우정(郵政)이야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