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재·보선 대진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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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33명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 당선 무효형 4~7석 정도 예상

올해 치러진 4·13 20대 총선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10월 13일까지였다. 검찰은 현역 국회의원 33명과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배우자 등 당선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사범 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정에 서게 된 이들이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당장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선 규모는 속단하기 힘들다. 기소된 의원 수는 지난 19대 총선에 비해 늘었지만 재·보선 선거 한 달 전까지 당선 무효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재·보선 규모를 4~7석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밝힌 20대 총선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까지의 기소 인원은 총 1430명에 달했다. 이 중 현역의원이 33명이다. 소속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11명, 더불어민주당 16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이 기소됐다. 2012년의 19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야 했던 현역 의원 30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33명의 의원에 더해 당선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사무장 1명, 회계책임자 5명, 배우자 2명 등 총 8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배우자 등 직계존비속은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당선 무효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검찰이 야당의원들을 편파 기소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검찰이 야당의원들을 편파 기소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야권이 2배 많아 검찰 공정성 의문 제기

내년 재·보선은 대선을 8개월가량 앞두고 실시되기 때문에 대선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민심 풍향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은 검찰의 기소 결과에 집중해 왔다. 기소된 의원 중 이미 의원직이 상실되지 않는 벌금 70만원이 확정된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한 32명의 운명은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이들 중 내년 재·보선 선거일 한 달 전인 내년 3월 13일까지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면 내년 4월 13일 치러질 재·보선 대상이 된다. 하지만 5개월 안에 3심까지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내년 4월 재·보선 규모는 5곳 안팎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선관위 관계자는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재·보선 전까지 3심이 끝나는 경우는 적다”며 “현재 대부분 기소 단계이고,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이 없어 내년 4월 재·보선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 이듬해 치러진 재·보선 규모는 18대 총선 때 5곳, 19대 때는 3곳이었다. 내년 재·보선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여야가 결코 물러설 수 없어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당의 대선주자는 선거 결과가 자신의 대선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본격적인 지원유세에 나서 판도를 점검해보기도 한다. 재·보선에 달린 의석 수는 적어도, 표의 분포와 향배에 정당과 대선주자들이 주목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검찰의 기소명단 발표 직후부터 검찰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무소속을 더해 야권 의원 중 22명이 기소돼 여당의 11명보다 2배로 많은 의원이 기소되자 야당은 “여소야대 국면을 바꾸기 위한 정치기획”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기소된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가 지난 총선에서 접전이 벌어진 수도권에 대부분 몰려 있는 것이 재·보선을 거쳐 여소야대 국면을 뒤집으려는 속셈이라고 보고 있다. 당대표도 검찰에 기소된 더민주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치검찰의 타락”, “대통령 주변의 넘실대는 부패한 아부꾼이자 간신배”라는 표현을 써가며 검찰을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야당 의원들에 집중된 검찰의 기소가 현 정권의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검찰총장은 ‘친박’ ‘비박’을 모른다고 했지만 검찰에는 ‘친우(병우)’ ‘비우’가 존재하고 있다”며 “검찰의 이러한 무리한 기소는 결국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법원에 영광을 안기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반발에 대해 “우월적 특권의식, 선민의식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맞섰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 기소 명단에 친박계 의원은 함진규 의원 1명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이 비박계 또는 중립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검찰 기소에 대한 편파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편파 기소’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충분히 여러 정황이 그렇게 주장할 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며 “어떤 사람들은 기소되고, 어떤 사람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사안들을 비교해봤을 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재·보선 대진표 나오나

친박계 최경환·윤상현 무혐의 의혹

‘공천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친박계의 유력 정치인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공소시효 만료일 전날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도 검찰의 편파성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들은 올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7선의 친박계 서청원 의원 지역구인 화성시 갑에 예비후보로 나선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길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고발됐다. 고발당한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야권 의원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친박계가 아닌 의원 위주로 재판을 받게 되자 검찰의 기소가 내년 4월 재·보선에서 친박세력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총선 전 경선에서 각각 청와대 강석훈 경제수석과 김재원 정무수석을 꺾은 새누리당 박성중·김종태 의원을 대신해 친박계에서 후보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중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서초을, 김종태 의원은 경북 상주로, 두 지역구 모두 여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기소된 야당 의원들 역시 더민주의 당대표인 추미애 의원과 정책위원장인 윤호중 의원 등 지도부까지 포함되고 강훈식(충남 아산을), 박재호(부산 서구을), 송기헌(강원 원주을), 이원욱(경기 화성을), 최명길(서울 송파을) 등 여당의 재·보선 승리 가능성을 점칠 만한 지역구를 중심으로 기소가 집중된 점으로 볼 때 검찰의 정치적 개입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야권과 비박계의 반발 목소리는 높지만 앞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는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한다. 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의 판결이 선고된 날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열려야 한다. 지난 선거의 사례를 보면 19대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30명 가운데 10명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18대 국회에선 34명이 기소돼 15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20대 국회에서도 종전과 비슷한 비율로 의원직이 상실될 경우 10~15명가량이 당선 무효가 되고, 이 중 절반 정도의 빈 자리를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뽑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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