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용인 기자의 생활 속으로

잘못 결제된 버스요금 험난한 ‘환불’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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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실수 2400원 환불 3박4일 분투기

“잉. 2400원?” 출근길. 버스 하차 단말기에 카드를 대니 뜬 금액이었습니다. 환승을 위해 찍는 것인데, 0원이 나와야 정상입니다.

기자는 수도권에 삽니다.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에 들어와 파란색 간선버스로 갈아탑니다. 저 2400원은 광역버스 기본요금입니다. 버스를 탈 때 2400원을 냈는데, 환승 때문에 뒷문에서 찍은 카드에서 다시 2400원이 결제되었습니다.

‘실수’를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개의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니는데, 두 카드 모두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카드입니다. 버스를 탈 때 두 카드가 같이 접촉되면 “카드가 중복되어 결제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출·퇴근할 때에만 카드 한 장을 빼내 주머니에 넣고, 지갑에 든 카드로 결제합니다. 그런데 이날 아침은 아침에 카드를 쓸 일이 있어 카드가 둘 다 밖으로 나왔고, 실수로 탈 때 쓴 카드와 다른 카드를 하차단말기에 댄 것입니다. 쉽게 말해 ㄱ카드로 타면서 결제하고, 내리면서 ㄴ카드를 대서 단말기가 ㄴ카드로 새로 버스에 탄 것으로 인식해버린 것입니다. 이런 경우 방법이 없습니다. ㄴ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이미 처리된 카드입니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내릴 뒷사람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작정 붙잡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결제에 보편화된 NFC 단말기. 승하차가 뚜렷하게 구분된 지하철과 달리 뒷문으로도 승차가 가능한 버스의 경우 이용고객이 탈 때와 내릴 때 다른 카드를 대는 ‘태그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 / 정용인 기자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결제에 보편화된 NFC 단말기. 승하차가 뚜렷하게 구분된 지하철과 달리 뒷문으로도 승차가 가능한 버스의 경우 이용고객이 탈 때와 내릴 때 다른 카드를 대는 ‘태그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 / 정용인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태그 실수’의 경우
버스정류장에 서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종종, 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1년에 두세 차례 겪는 해프닝입니다. 실수는 실수지만, ㄴ카드로 중복 결제한 것은 명백히 이용한 요금이 아니므로 이 경우는 잘못 결제된 요금을 돌려받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회사에 와서 이야기해보니 다들 한두 차례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비록 소액이지만, 이 경우 환불받을 수 있는 걸까요. 돌려받으려 한다면 그 절차는? 이 기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입니다.

잘못 찍힌 ‘교통카드 이용내역’은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인인증서 로그인 후, 이용내역→교통·자판기 항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날짜와 분 단위 시간, 정류소 명까지 나옵니다. 승차시간은 나오지만 하차시간은 00:00으로 표기되어 정상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드사에 연락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저의 경우 ㄱ·ㄴ카드 모두 한 은행 카드사였습니다. ㄱ카드는 신용카드이고, ㄴ카드는 체크카드입니다. 카드사 상담번호로 전화했습니다. “먼저 전화 주신 분을 상담 중이어서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 끝에 상담사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확인해볼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 “확인해보니 이 경우는 환불이나 환급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됩니다.” 왜 그런지 문의를 했더니 “카드사의 잘못이 아니라 고객님의 실수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카드결제를 했다가 조작 실수로 재결제를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을 것입니다. 이런데 이 경우만 환급이 안 된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항의하자, “다시 논의를 해보고 답변을 주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날 오후, 다시 아까의 상담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 한해서 환불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고객이 저처럼 소위 ‘진상 짓’을 해야 돌려받는 것일까요.

카드사 홍보팀에 연락했습니다. 이번엔 기자 신분을 밝히고 문의했습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텐데, 이 경우 카드사 측은 어떤 대응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입니다. 홍보팀 관계자도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과거에 있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그런데 문의처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교통카드 서비스도 일종의 가맹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경우 가맹점에 해당하는 곳이 교통카드 결제사업자인데, 서울의 경우 한국스마트카드가, 경기도는 캐시비 카드사가 고객의 요금을 받습니다. 사실 소비자와 가맹점 사이에서 금액 부분에 이슈가 발생한다면 카드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예를 들었습니다. ‘셀프주유소에서 3만원을 내고 기름을 넣었는데, 조작 실수로 10만원어치가 들어가 버렸다. 이 경우 10만원을 낼 것인가, 아니면 들어간 기름을 뺄 것인가.’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다시 생각해보면 어쨌든 돈을 빼가는 것이 표시되는 곳은 카드사인데,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교통카드결제사가 어디인지 일반 소비자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T머니 카드’나 ‘캐시비 카드’ 등 카드결제사의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이 경우 대부분 자신이 사용하는 카드사에 연락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어쨌든 안내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카드결제사에 문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연락할지 애매합니다. 내린 장소는 서울 시내인데, 출발한 지역은 수도권이었으니까요. 결론은 버스회사가 어디냐는 것입니다. 경기도 광역버스이니, 캐시비 카드 쪽 고객지원팀에 문의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화. 카드사 ARS처럼 복잡한 선택지가 있는데, ‘환불’이라고 불러주는 항목이 들립니다. 다음은 돌아온 답변입니다.

“저희가 단말기 업체이다보니 단말기 오류가 확인되는 경우 환불이 가능합니다. 고객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승하차 시 태그 실수는 정상 환불처리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예외적으로 처리가 되는데 그 경우는 태그 실수 여부를 먼저 확인한 다음, 담당 직원이 운수사업자 측에 환불을 요청합니다. 운수사 측에서 응하면 계좌를 받아 해당 금액을 입금하는 방식입니다. 운수사 확인을 요청해 답변을 받아 진행하니 기간은 나흘에서 닷새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운수사마다 경우는 다 다르다고 이 상담사는 덧붙였습니다. “실제 태그 실수가 확인이 되더라도 운수사 측에서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우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환불을 받을 수 있는지는 복불복이라는 설명입니다.

사실,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이용내역 조회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승하차 위치와 시간이 이렇게 다 체크되는데, 태그 실수로 인한 오류를 걸러내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빅데이터 시대인데, 이렇게 ‘태그 실수로 추정되는 데이터 기록’은 어딘가에서 갈무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닿았습니다. 공인인증서 이슈가 나왔을 때 그 대안으로 이른바 FDS, 이상거래탐지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나왔습니다. FDS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고객의 일반적인 사용패턴, 이를테면 서울 시내에서 주로 카드 거래하던 고객의 결제가 난데없이 예를 들어 중남미의 소국에서 결제가 되었다면 시스템에서 선제적으로 걸러내 ‘주의’하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해킹의 가능성이 많습니다만, 그 지역을 여행한 고객이 실제 결제한 사례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경우 고객에게 결제사실을 확인하거나 비정상적인 이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선제적으로 결제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에서도 비슷한 ‘이상패턴’이 발견된다면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은 만들 수 없는 걸까요. 앞의 카드사 홍보팀 관계자도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라고 거론한 바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알려줄 방법은 없나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체킹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답입니다.” 전영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 스마트교통팀 팀장의 말입니다. 그에 따르면 지하철은 승하차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어 도입이 가능한데, 버스의 경우 현재 뒷문으로 승차도 허용되고 있어 사실상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희도 혹시 그런 이상데이터를 걸러낼 수 있을지 문의를 해봤는데, 하루면 관련데이터 취합이 가능한 지하철과 달리 광역, 마을, 시내버스 등 버스는 길게는 사흘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시스템적으로 기자님이 겪은 것과 같은 문제가 있고 관련 민원이 있으니 방지대책을 논의를 해보긴 하겠습니다.”

경기도에서 교통카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버스정책과의 홍종욱 주무관의 답도 엇비슷합니다. “모바일로 다 되는 지금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용납이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버스쪽 단말기 환경이 열악한 편입니다. 일반 결제하듯 ‘잘못 결제했네,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태그 실수 등 잘못으로 요금이 부과될 경우 돌려 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수도권 환승제 때문에 환승에 대한 요금 계산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복잡해집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비용들여 방법을 찾는 시점이 곧 오겠죠. 시스템사 입장에서 보면 이 시장(교통카드결제)이 돈 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열악한 거겠죠.”

“고객분이 실수한 것이 맞고, 고의가 아니면 환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스마트카드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스마트카드 측의 소명절차도 앞의 경기도권역의 캐시비와 비슷했습니다. 두 카드 번호를 불러주고 태그 실수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면 체크해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스마트카드사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사실 카드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ㄱ카드의 승하차지점과 ㄴ카드의 하차지점이 같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에요. 납부하는 금액은 운수사의 수익금으로 가지만, 운수사가 100% 환불하는지 알 수도 없어 이런 경우 스마트카드사가 자체 비용으로 한 건에 한 해 환불하는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제 경우, 수도권 버스에서 결제가 이뤄진 경우인데도 서울시를 관장하는 한국스마트카드사에서 환불이 가능할까요. “실제 경기버스 민원 건이라고 하더라도 서울과 경기 환승정책을 통해 운임이 나눠지는 경우이기 때문에 캐시비 측에서 처리 안 되면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기자는 관련 문의를 8월 16일 시작했습니다. 기사를 마감하는 8월 19일 현재 캐시비 측에서는 아직 답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서울 지역을 관장하는 교통카드 회사인 한국스마트카드 측이 2400원을 계좌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찾아보니 교통카드 단말기-환승시스템이 도입된 2-3년 후인 2006년에 오마이뉴스에 한 시민기자가 저와 비슷한 체험형 기사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교통카드에서 잘못 결제된 100원을 돌려 받기 위한 험난한 과정입니다. 그때의 기사에 보니 이런 말이 실려 있습니다. “차라리 100원을 주겠다는 친구도 있지만, 기사를 기획하게 된 것은 환급받는 과정에서 어떤 절차상의 문제점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10년이 지났고, 모바일 시대라고 하지만 그리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교통카드 영수증은 왜 사라졌을까

버스요금영수증 발행은 서울시와 교통카드시스템사와 협의 아래 지난해 중단되었다. / 경향신문 자료

버스요금영수증 발행은 서울시와 교통카드시스템사와 협의 아래 지난해 중단되었다. / 경향신문 자료

이전에 버스를 타면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카드단말기 옆에 길게 늘어뜨려진 영수증 종이입니다. 영수증을 받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버스 기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작은 바구니를 마련해 줄지어 나오는 이 영수증을 받아두기도 했습니다. 이 ‘영수증 발급’은 왜 도입된 걸까요. 그리고 어느 틈에 사라졌던데 사라진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버스카드 단말기에 대해 물어보는 김에 궁금해 물어봤습니다.

버스카드 영수증은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로중앙차로시스템과 함께 도입된 환승제도와 역사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정책이 입안될 당시에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승차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환승증명하는 용도로 영수증 발행 정책을 만든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인해봤더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환승은 카드로만 가능했고, 현금승차 고객은 환승이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껌만 사도 영수증이 필요하겠다는 것과 비슷한 생각이 입안과정에서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의 말입니다. 버스영수증 발행은 10년 넘게 계속되어온 정책인데, 지난해에야 폐기되었다고 합니다. “임의적으로 중단한 것은 아니고 서울시 측과 협의가 있었습니다. 운영 유지비용도 많이 들고, 관련 민원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운전하는 분이 운전에만 집중해야지 영수증 관리하는 것도 애를 먹는 일이고.” 대중교통 이용에서 교통카드 이용이 보편화된 것도 한 이유라고 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교통카드 이용률이 90%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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