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간섭은 과잉, 지원은 결핍 ‘무늬만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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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사무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반면,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는 데는 인색하다. 중앙정부가 ‘통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충돌도 점차 잦아지고 있다.

72세의 박석출 할아버지(가명)는 올해 난데없이 실업자가 됐다. 지난해까지는 전북 장수군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필요한 업무를 도우며 한 달에 22만~23만원 남짓한 돈을 받았다. 노인인구 비중이 29%에 달하는 농촌지역인 장수군의 특성상 박씨의 주변에도 군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생활비에 도움을 받는 노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장수군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어디 품을 팔러 다닐 수도 없고, 이게 무슨 풍신떠는(같잖은) 일이여.” 박씨는 자신을 비롯해 함께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던 주변 노인들이 손쓸 도리도 없이 줄어버린 수입을 메울 방도를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255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던 장수군은 올해 들어 1200여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예산 액수로만 보면 17억2600만원에 달한다. 장수군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전북 도내의 다른 시·군 곳곳에서도 비슷한 노인 일자리 사업 감축사태가 벌어졌다. 전북희망나눔재단이 6월 30일 발표한 ‘2016년 전라북도 및 14개 시·군 사회보장사업 정비 결과 분석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약 7개월간 전북 도내 14개 시·군에서 폐지하거나 삭감한 복지사업 중 노인지원사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장수군 외에도 군산시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 4억3700만원, 완주군 장수수당 2억2200만원, 순창군 노인 일자리 사업 2억1100만원, 김제시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 2억원, 정읍시 경로우대지원 1억3300만원 등이 삭감됐다. 전북지역에서 삭감된 복지예산 중 노인 관련 사업의 예산 비중이 61.5%에 해당했다.

여러 해 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해 오던 복지사업이 갑작스레 큰 폭으로 위축된 것은 정부가 유사·중복사업을 정비대상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에 중앙정부와 유사·중복되는 복지사업을 정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시행하던 사회보장사업에서 9997억원의 복지예산을 줄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문제는 정부의 삭감 지침에 비해 실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이 유사하거나 중복된 예가 적었다는 데 있다. 중앙정부의 복지·사회보장사업 중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 사업이 보충하는 방식이다 보니 겉으로만 봐서는 비슷해 보이는 사업이더라도 지자체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면 사각지대가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5월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열린 '지방재정 개악안 철회 촉구 경기도민 결의대회'에서 경기지역 6개 시 시민들이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열린 '지방재정 개악안 철회 촉구 경기도민 결의대회'에서 경기지역 6개 시 시민들이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배경에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사무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반면,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는 데는 점차 인색해지는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충돌도 점차 잦아진다. 지방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누리과정을 둘러싼 예산문제나 경기도 성남시와 수원시 등 6개 ‘불교부단체’ 지자체가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선 일이 대표 사례다. 중앙정부의 지시와 간섭에 비해 그만한 사업을 수행할 만큼의 지원은 없는 지방의 열악한 재정과 권한이 논란의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말로는 지방의 ‘자치’지만 중앙정부가 ‘통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노인 관련사업 예산 대폭 삭감
지방자치의 범위와 영향력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은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장수군의 노인 일자리 사업 외에도 전국의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의 유사·중복사업 정비지침 때문에 예산을 삭감했다. 복지와 사회보장이라는 영역의 특성상 삭감의 피해는 노인과 청소년,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으로 집중되게 마련이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39)는 2016년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교육장려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사·중복사업 정비지침에 따라 부산시의 복지예산 68억원이 삭감되면서 그동안 시비로 지급하던 교육장려금 예산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었다. 저소득층 중학생에게 한 달에 2만원, 고등학생에겐 2만6700원을 교통비와 학용품비 명목으로 지급하던 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큰돈도 아니고 정말 떡볶이나 사먹을 정도의 돈을 집안이 어려운 학생한테서 가져간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었습니다.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우리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만이라도 지원해 주자는 얘기도 있었고요.” 이씨는 다행히 부산시의회에서 예산을 확보하자고 부산시와 논의해 교육장려금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급여 항목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학용품비는 결국 지급되지 않는 데다, 무엇보다 부산지역의 1만8000여명에 달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가슴에 입은 상처는 그대로라는 점이 이씨의 고민이었다.

중앙정부의 유사 복지사업 정비 지침
전북 장수의 노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부산의 저소득층 청소년이 받아오던 학용품비를 못 받게 되는 현실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2할 자치’라며 한탄한다.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대략 8 대 2의 비율이라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각각 78.8%, 21.2%였다. 중앙에 집중된 것은 돈만이 아니다. 국가의 총 사무에서 현재 지방사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안팎이다. 나머지 80%는 국가사무다. 약 20%의 지방사무 가운데서도 중앙정부 등에서 위임받은 사무가 60%를 넘고, 그 나머지만이 지자체의 자치사무에 속하는 일이다. 일의 내용까지 따지면 지방자치사무는 2할도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도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에서 국가 총 사무 4만6005개 중 지방의 자치사무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상 지방자치가 외면받고 있는 상황은 지자체의 재정사용액과 재정자립도 수준을 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사용액은 전체 392조7113억원 중 57.5%로, 중앙정부의 42.5%보다 더 많다. 반면 지방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된 원년인 1995년의 63.5%에서 2015년 45.1%까지 낮아졌다. 지방의 자체사업 비중도 2008년 42.3%에서 2014년 34.5%로 낮아졌다. 즉 지방은 원청과 하청업체 간의 관계처럼 고유의 자치사무보다는 중앙정부가 하달한 사무를 더 많이 처리하면서도 그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중앙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복지업무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지자체로서는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방책이 없는 데다 국고에서 사업예산의 일정 부분을 지원받는 매칭사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해당 사업에 자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지자체의 부담도 늘어서다. 경기연구원이 분석한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지출 실태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 복지지출의 연평균 증가율(13.4%)은 중앙정부(8.7%)보다 더 높았다. 반면 중앙정부의 재정부담률은 2006년 70.9%에서 2014년 61.8%으로 감소해 국고보조사업의 재정분담이 지자체에 집중되면서 지방재정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표지이야기]간섭은 과잉, 지원은 결핍 ‘무늬만 지방자치’

지방사무보다 중앙정부 사무 더 처리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하달한 복지사업 중 지자체의 매칭사업비 부담이 가중되는 대표적인 사업은 기초노령연금, 영유아 양육수당, 장애인연금, 영유아 보육료 확대 등이 해당된다. 이들 4개 사업에 지자체가 지출한 총액은 30조8200억원으로, 2014년에만 6조3900억원을 지출해 2008년의 8000억원보다 7.9배 늘었다. 또 지방이양사업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분권교부세 증가는 미미해 지방재정 부담은 분권교부세 제도 도입 이전 50% 수준에서 70.5%까지 증가했다.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크게 떨어진 지자체에서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자체예산만으로는 인건비조차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전체 226개 중 78개로 34.5%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총량이 충분한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지자체 간 재정규모의 격차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 간의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을 활용하고 있고, 광역단체는 소속 기초단체 간 재정 쏠림을 막기 위해 조정교부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식에 들어가는 등 성남시, 수원시 등 경기도의 6개 불교부단체를 둘러싼 정부와 이들 지자체 간에 갈등이 벌어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지방재정개편안을 통해 그동안 재정수준이 양호해 지방교부세를 배분받지 않던 6개 불교부단체에 우선 지급하던 조정교부금 지급액수를 조정하겠다고 나왔다. 명목은 경기도 내 기초자치단체들 간의 조정교부금 배분에 있어서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재정이 양호한 일부 지자체에만 조정교부금이 집중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성남시, 수원시 등 불교부단체 지자체는 물론 시민사회 진영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지금의 지방재정개편안은 한정된 지방재정을 두고 지자체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에 지방재정이 열악한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간 약속했던 각종 지방재정 확충 방안들을 먼저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앙정부는 2014년 7월 발표한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에서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변화로 지방정부의 새로운 재정부담액이 연간 4조7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이 부담을 덜 방안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방안으로는 지방세 교부율을 19.24%에서 20.0%로 상향하는 한편 지방소비세율도 11%에서 16%로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앙정부가 앞서 스스로 약속한 이 지방재정 확충방안을 이행하라는 것이 지자체들의 의견이다. 최성 전국대도시협의회장은 “2014년 국무회의에서 심의하고 확정한 지방세 비중 확대방안과 함께 4조7000억원의 지방재정 확충계획안을 우선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재정 확대를 위해 지방세 교부율도 정부가 공언한 20%보다 더 높은 22%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여야의 의견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행정자치부 업무보고에서 새누리당이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의 손을 들어준 데 비해 야당 의원들은 한정된 지방재정 안에서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지방재정 규모를 보다 확충해야 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간사 윤재옥 의원이 “경기도의 특례 때문에 타 시·도가 2000억∼3000억원의 손해를 보는 것은 지방재정법의 취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인 지방정부를 운영해야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도 “지방재정이 충분히 확충되면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지방재정의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1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제14회 중앙·지방자치단체 정책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6월 1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제14회 중앙·지방자치단체 정책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6개 불교부단체와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방재정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졌지만 지방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을 세움과 동시에 지방사무의 고유영역도 확대해 지방자치가 총체적으로 확립되어가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방안’ 토론회에서 “국가사무를 국가의 감독 하에서 지자체로 하여금 처리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실현을 저해하는 기관·단체 위임사무부터 없애고, 이를 대신할 ‘법정 수임사무’를 도입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국가가 사무를 지자체에 이양할 경우 사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과도하게 집중된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정부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지방재정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복지부문 예산에 있어서 우선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현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복지재정 분담체계는 편익범위와 사업특성, 재정력, 지역특성 등 효율성과 형평성에 입각하여 재정비해야 한다”며 “보조사업의 타당성 분석을 기반으로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할 때도 특성별 운영기준을 확립하고 소규모 보조사업은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발전 계획인가, 지방자치 퇴보 계획인가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부침을 거듭해 왔다. 1949년 7월 처음 지방자치법이 제정됐으나 지방선거는 1952년에야 처음으로 치러져 그해 4월에 시·읍·면의원 선거가, 5월에 도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4·19 혁명이 일어난 1960년에는 지방자치의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그해 12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를 뽑은 것은 물론 읍·면·동의 대표까지 직선제로 선출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 5·16 쿠데타가 발발하면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를 해산해 한국의 지방자치는 오랜 동면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1991년에 지방의회 선거가, 1995년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면서 비로소 지방자치는 다시 기지개를 켰다.

지방자치에 관한 박근혜 정부의 시각은 2014년 12월 발표한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안’에 잘 드러나 있다.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기초의회를 없앤다는 내용이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는 반드시 지방의회를 두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군을 사실상 폐지하고 하부 행정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해당 계획안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자치의 예속을 부채질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던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의 협치를 표방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방장관제’ 제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 지사가 “현직 경기도의회 의원이 직접 도정에 참여하는 지방장관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올 가을에 이를 실현하겠다”고 밝히자 행정자치부가 “도의원이 법적으로 겸직이 불가능한 지방공무원을 맡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를 받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맞선 것이다.

지방장관제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보수를 받지 않는 명예직으로 직접 도정에 참여하는 지방장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자며 나온 제도다. 남 지사는 의원내각제와 유사하게 각 정당 의석비율대로 장관직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지방장관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도의원이 경기도청의 각 실·국을 상임위별로 총괄할 수 있게 돼 도의회가 도정에 더 깊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행 지방자치제도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내용이기 때문에 경기도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남 지사가 지방장관제를 제안하기 전 경기도의회 양근서 의원(더민주)이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도의원이 도내 실·국장을 총괄하는 지방장관직을 수행하는 ‘경기도형 의원내각제’를 언급한 바 있다. 여야를 떠나 실현 가능성과 지방자치제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7~8월 동안 지방장관제 도입 문제를 본격적으로 의회와 협의하려고 한다”며 “지방장관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안’에서 지방의회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방의원의 겸직 제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부와 경기도·경기도의회 간의 충돌도 예상된다. 현행법으로도 도의원의 겸직 금지조항이 있기 때문에 남 지사가 구상하는 원래의 취지대로 지방장관제가 실현되려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법 개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법적 구속력을 받지 않는 ‘위원회’를 담당하는 형태로 지방장관직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도청이나 도의회와는 기구상으로 독립한 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설립한 뒤 위원회에 지방장관으로 활동할 도의원을 위촉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방안에 대해 경기도의 한 도의원은 “명칭과 위상에 비해 실효성이 있을지가 의문인 데다, 실험적인 점 때문에 지방자치를 보는 도민들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증되지 않은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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