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고(3)

파견제에 맞선 노동법의 대응, 파견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 ‘진짜 사용자’에게 책임을 지우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특집 기고(3)]파견제에 맞선 노동법의 대응, 파견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 ‘진짜 사용자’에게 책임을 지우라

노동법이 적용되려면 일반적으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노동법상 책임을 지는 것은 노동계약관계는 대등한 계약관계가 아니고 종속적이기 때문이며, 이는 오늘날 헌법과 노동법으로 수용된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파견과 같은 간접고용은 그 중 한쪽인 ‘사용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용사업주, 원청업체로 이름 불리는 자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진짜 사용자로서 노동법상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책임질 능력도 권한도 없는 파견업체와 하청업체에 이를 떠넘기고 자신은 노동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파견업체와 하청업체는 사람 장사(21세기 노예상)의 대가로 이윤을 챙긴다. 사용사업주, 원청업체에 필요한 노동자를 공급하고 가짜 사용자로서 책임까지 뒤집어쓰는 대가로 이윤을 가져간다. 파견법은 바로 이것을 일정한 업무에서 합법화해준 것이다.

법에 ‘원청사업주 사용자 책임’ 명시를
오늘날 사내하청이나 서비스업종에서 지점형태로 이루어진 하청들은 100%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들로 보면 된다. 다른 경우에서 현행법상 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간접고용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파견과 다르지 않다. 오늘날 노동법은 파견, 간접고용에 맞서 ‘사라진 진짜 사용자(사장)’를 찾아 그에게 노동법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동법은 껍데기만 남은 법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예스코 사건에서 대법원은 ‘합법파견뿐만 아니라, 불법파견도 2년이 경과하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으로 간주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합법파견은 2년이 지나면 사용사업주가 사용자로 간주되는데, 불법파견은 그런 책임조차 벗어난다는 비상식적인 결론을 바로잡았다(지금은 이제 2년의 기간도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따른다. 하나는 소송을 낸 사람에 한해, 둘째는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입증한 사람에 한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모든 증거를 진짜 사장과 하청업체가 가지고 있는데, 노동자가 그 자료를 확보하여 법원에서 불법파견임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건에서 법원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도급관계’라고 하더라도 하청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과 지배력을 미친다면 원청업체는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사내하청에서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그 사업장에서 노조활동과 쟁의활동을 할 수 있는가, 임금이나 고용문제도 사실 원청업체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노조는 원청업체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가, 원청업체가 하청노동자들의 노조활동에 개입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책임을 지는가와 같은 쟁점들이 있다. 자신이 노동을 제공하는 사업장에서 노조활동과 쟁의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실제 노조활동에 이해관계가 걸린 원청업체가 노조활동에 개입하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것도 상식이다. 임금, 고용 등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할 권한이 있는 원청업체가 노조와의 교섭에 나와야 하는 것이 문제를 풀려면 당연한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이 파업 중인데 원청업체가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대체근로를 하면 파업이 무력화되는데, 이 역시 대체근로로서 금지되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이 영향을 미치는 임금, 고용 등 노동조건 사항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책임 역시 하청업체와 연대하여 책임져야 한다.

노동법률가들은 그동안 파견 및 간접고용에서 사라진 사용자를 찾아서 ‘노동법상 책임’을 지우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법원을 통한 해석론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지난하고 어려운 과제이다. 당신들도 그 판결을 적용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법원까지 3~4년 걸리는 재판절차를 거쳐 당신도 승소판결을 가져오라고 한다. 한계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파견 확대를 막고 파견법을 폐지하여 최소한 21세기 노예제도가 합법화된 것을 없애는 것, 진짜 사장인 원청업체에게 사용자로서 노동법상 책임을 온전히 지도록 ‘원청사업주 사용자 책임’을 노동법에 명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법률원장>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