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양말 파는 노점상도 ‘즈푸바오’ 전자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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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푸바오 친구를 맺으면 채팅창을 통해 바로 돈을 송금할 수 있다. USB 보안키를 꼽고 여러 차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인터넷뱅킹보다 빠르고 편하다.

베이징 부임 초기에는 살고 있는 집도 잘 못 찾았다. 큰길에서는 입구가 잘 보이지 않고 근처에 비슷한 길이 많기 때문이다. ‘내 집’인데 동네는 낯설고, 간판도 생경하고, 온통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 전혀 다른 건물 입구에 내려 한참 걸어가야 하는 일을 몇 번 겪은 후에 생각해 낸 방법이 ‘양말트럭’이다. 아파트 입구에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는 노점트럭은 훌륭한 지표가 됐다. 출퇴근할 때마다 양말트럭을 두리번대다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 푯말을 발견했다. 몇 백원짜리 양말을 파는 노점인데, 놀랍게도 ‘즈푸바오’로 전자결제가 가능했다.

2004년 출시된 즈푸바오는 마윈(馬雲)이 이끄는 알리바바 그룹의 제3자 온라인 결제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즈푸바오로 결제하면 판매자 계좌에 ‘즈푸바오 머니’ 형태로 입금된다. 음식점이나 상점에서는 결제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Pay(페이)’를 누르면 바코드와 QR코드가 나오는데, 리더기로 이를 인식해 결제하는 방법이 있다. 혹은 ‘Scan(스캔)’ 기능을 이용해 상점의 즈푸바오 QR코드를 스캔한 뒤 송금하는 방식이다. 즈푸바오 계좌에 현금을 넣어둘 수도 있지만 은행카드와 연동을 해놓으면 계좌에서 곧장 이체된다.

베이징의 한 아파트 입구에 세워진 양말 노점 트럭에 ‘지푸바오 결제 가능’이라는 안내 푯말이 붙어 있다. / 박은경

베이징의 한 아파트 입구에 세워진 양말 노점 트럭에 ‘지푸바오 결제 가능’이라는 안내 푯말이 붙어 있다. / 박은경

수수료가 거의 없는 데다 일부 음식점이나 상점에서는 즈푸바오로 결제하면 일정 비율을 할인해준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내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즈푸바오는 6자리 비밀번호만 누르면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거래가 성사되기 때문에 거스름돈을 돌려받거나 신용카드 영수증에 사인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손으로 꾸깃거리는 지폐를 받거나 돌돌 말린 신용카드 영수증을 펴서 사인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QR코드를 내밀고 있으면 시대에 뒤처진 기분까지 든다.

즈푸바오 친구를 맺으면 채팅창을 통해 바로 돈을 송금할 수 있다. USB 보안키를 꼽고 여러 차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인터넷뱅킹보다 빠르고 편하다.

사무실 임대금을 관리인에게 보내려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잘못 보낸 일이 있었다. 며칠 전 꽃가게 주인에게 즈푸바오 송금 형식으로 결제를 했는데, 그 주인과 관리인 이름을 헷갈려 잘못 보낸 것이다. 즈푸바오 채팅창으로 꽃가게 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다시 보내달라고 했더니 바로 송금해줬다. 서로 동의해야 즈푸바오 친구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낯선 사람에게 송금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는 사람끼리는 오송금 문제 해결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중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제3자 결제기관을 통한 중국의 모바일 거래 규모는 2014년 8조130억 위안에서 지난해 16조3626억 위안으로 1년 만에 두 배로 팽창했다. 즈푸바오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 온라인 결제 플랫폼이 아니라 생활 편의기능까지 제공한다.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餘額寶)는 2013년 출시됐다. 즈푸바오에 돈을 충전하고 위어바오로 이체하면 실제금리로 운용한 이자를 얻을 수 있다. 이밖에 항공권·기차표 예매, 공과금 납부, 영화표 등 각종 입장권 예매 기능이 있다.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와 연동해 구매뿐 아니라 배송 확인도 가능하다. 결제, 송금 등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쇼핑, 여행, 금융투자 등 제공 서비스 범위가 넓다 보니 중국에서 즈푸바오 없이 생활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이러니 노점상조차 신용카드는 안 받아도 즈푸바오는 받는다.

<박은경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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