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떼고 ‘장’ 자리 기다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재선 때는 부대표·부의장 맡지만 3선이면 상임위원장에 도전

3선

두 번은 어쩌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세 번째는 정말 힘들다. 국회의원 이야기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초선, 재선이라 한다. 세 번째 금배지를 단 의원에게는 알기 쉬운 ‘3’이라는 숫자가 붙는다. 먼저 대접부터가 달라진다. 초·재선이 몸으로 때워야 하는 시절이라면 3선부터는 선배의 대우를 깍듯이 받게 된다. 재선 때는 상임위 간사나 당 원내부대표, 정책위 부의장 등이 최고의 자리지만 3선부터는 ‘부’가 붙지 않고 ‘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상임위원장이 기다리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재선인 ㄱ의원은 3선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보좌진에게는 상임위원장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최소한 3선 이상에게 주는 자리인 상임위원장직은 국회에서 ‘꽃 중의 꽃’으로 불린다.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는 18개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3선 의원이 모두 47명이다. 3선 때 상임위원장을 하지 못한 4선 의원까지 합하면 경쟁률은 3대 1을 훌쩍 넘어선다. 전반기 2년과 후반기 2년을 나눠 상임위원장을 배분하지만 여전히 자릿수는 모자란다. 텃밭에서 3선을 하는 의원들이 많아 새누리당에서는 상임위원장을 하지 못한 의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결국 이번 20대 국회 전반기에서는 1년씩 쪼개어 상임위원장을 번갈아 맡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ㄴ의원은 3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쁨은 한순간, 3선의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다른 3선들은 상임위원장을 노리지만 자신의 처지에서는 후보군에도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던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후보가 조정되지 않을 경우 관례대로 현역 의원들의 경선 투표로 상임위원장이 결정된다. 이 의원은 결국 상임위원장에 오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ㄷ의원 역시 3선을 하면서 상임위원장을 노렸다. 더민주에서는 조정이나 경선이 아니라 연장자 순이라는 관례가 있다. 나이가 어린 탓에 이 의원에게는 상임위원장 자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 의원은 “연장자 순으로 하는 더민주보다 경선을 하는 새누리당의 상임위원장 선출방식이 더 민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 당선만 된다면 ‘상임위원장직 재수’도 괜찮은 경우가 있다. 조정식 의원은 4선에 당선되면서 3선 때 하지 못했던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게 됐다. 3선보다 우선인 만큼 노른자 상임위인 국토위원장이 됐다. 젊어서 3선 때 상임위원장이 되지 못했던 것이 4선이 되면서 ‘새옹지마’가 된 것이다.

3선은 당의 원내대표나 정책위 의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더민주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3선으로 원내대표가 됐다. 새누리당에서는 김광림 의원이 3선으로 정책위 의장이 됐다.

3선 의원이 되면 또 하나의 꿈이 생긴다. 광역단체 지자체장이다. 특히 각 당의 텃밭에서 3선을 하게 되면 총선 때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다. 때문에 지자체장으로 옮겨 탈 수 있는 기회를 꿈꾸게 된다. 벌써부터 3선 의원 중 몇 명은 지자체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의원들에게 ‘3’이라는 숫자는 꿈의 숫자이지만, 막상 3선이 되고 보면 레드 카펫을 스스로 깔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한 3선 의원은 “3선이 되어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상임위원장이 되지 않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숫자로 보는 정치-3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