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잘못 찾은 미세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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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경유차와 고등어만 잡아… 시급한 제조업·발전부문 단속은 빠져

“태산명동에 고등어 한 마리!” ‘큰 산이 요란하게 울리더니 쥐 한 마리만 나오더라’는 고사성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빗대어 최근 미세먼지 대란을 두고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이들이 적잖다. ‘미세먼지 털기’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먼지만하다는 얘기다. 정부 미세먼지 통계가 믿을 만하지 않다는 사실이 더 부각됐다. 마음 놓고 숨 쉬지 못하는 시민들 처지도 변한 게 없고, 고등어 걱정까지 보태졌다. 우선 미세먼지 측정·예보부터 똑바로 하고, 발전·산업 쪽까지 전체 그림을 그린 뒤 경유차든 고등어든 쥐잡듯 하라는 게 시민들 요구다.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먼지 더 심각
국내외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경유차와 고등어 위주의 책임 덧씌우기에 불편한 내용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입자상물질측정프로그램(PMP) 그룹에서 자동차 규제와 관련해 근래 중요 이슈로 떠오른 것이 ‘비배기가스(Non-Exhaust) 먼지’라고 6~10일 스위스 제네바 회의에 다녀온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박용성 친환경평가실장이 전했다. 비배기가스 먼지는 차량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 도로의 분진을 가리킨다.

그린피스 회원들이 2015년 3월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PM2.5)의 주요 발생원인 석탄화력발전을 줄이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그린피스 회원들이 2015년 3월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PM2.5)의 주요 발생원인 석탄화력발전을 줄이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유럽연합(EU)에 ‘AIRUSE 라이프+’라는 남유럽의 대기오염 경감 방법을 시험·개발하는 팀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도심), 포르투갈 포르투(교통혼잡구역), 이탈리아 피렌체(도심), 그리스 아테네(교외), 이탈리아 밀라노(도심) 5개 도시를 2013년 동안 매일 3시간 단위로 측정한 미세먼지(PM10, PM2.5) 보고서를 보면, 차량 비배기가스 먼지의 실태가 드러난다. 박 실장은 “우리는 경유차 등 배기가스 문제에 머물러 있지만, 유럽은 전체 오염원을 고려해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별로 차이가 있는데, PM10(지름 10마이크로미터(㎛)로 1000분의 1㎝) 이하 미세먼지 발생량의 29~36%를 교통이 차지했고, 이 가운데 비배기가스가 9~11%포인트다. 환산하면 교통부문 PM10의 30~40%가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 따위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PM10 가운데 배기가스 비중이 14%인 데 비해 비배기가스는 11%로 큰 차이가 안 났다. 밀라노는 오히려 비배기가스(9%)가 배기가스(7%)보다 많았다.

특히 PM10 숫자가 1㎥당 50㎍이 넘은 날만 보면 밀라노는 비배기가스가 14%로 배기가스(5%)보다 약 3배나 됐다. 피렌체는 비배기가스가 10%로 배기가스(5%)를 2배 웃돌았다. 다만 입자가 작은 PM2.5는 교통 부문이 26~39%를 차지한 가운데 비배기가스는 1~9%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앞서 미국 포드가 지난해 8월 유엔유럽경제위 PMP 그룹에 발표한 비배기가스 미세먼지 자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마모 때 나오는 분진이 PM2.5(지름 2.5㎛ 크기)보다 훨씬 작은 나노미터(㎚·1000분의 1㎛, 1000만분의 1㎝) 단위의 초미세먼지라고 발표됐다. 타이어는 종류별로 다르지만, 평균 15~50나노미터의 초미세먼지가 나온다고 파악했다.

정속 직진이나 코너 돌기, 일반 가속과 정차 때는 미세먼지가 딱히 늘어나지 않았다. 반면 급커브 돌기를 하자 타이어가 미끄러지면서 미세먼지가 ㎤당 350만개까지 늘었다고 포드 측은 밝혔다. 레이싱처럼 급가속을 할 때도 미세먼지가 늘었다. 급정차할 때는 속도별로 차이가 났다. 시속 30㎞에 비해 100㎞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자 10나노미터의 초미세먼지가 더 늘어났다. 포드 측은 “급정차, 급코너링, 급가속 때 평균 30~80나노미터 초미세먼지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한 독일 환경청은 교통부문에서 PM10 이하 크기인 비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에 58%에서 2030년 93%까지 대폭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PM2.5 이하 비배기가스 미세먼지도 같은 기간에 24%에서 7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번지수 잘못 찾은 미세먼지 대책

관련 그래프를 보면, 2020년을 기점으로 수송 부문에서 PM10, PM2.5 미세먼지 배출량이 급변하는 곡선이 두드러진다. 특히 휘발유차 이외에 경유차와 기타 운송수단의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비배기가스 미세먼지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적으로 보면 PM10은 도로 재비산 먼지의 비중이 커지고, PM2.5는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박용성 실장은 “이는 무엇보다 독일 같은 유럽의 경우 경유차의 배기가스 기준(유로6)이 강화돼 미세먼지가 앞으로 크게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가 늘어나도 타이어, 브레이크, 도로에 의한 미세먼지 비중은 커진다”고 덧붙였다.

유럽 승용차의 ㎞당 질소산화물(NOx) 배출 허용치의 경우 2000년 유로3 때는 경유차가 0.5g으로, 휘발유차 0.15g보다 3배 이상이었다. 이후 2009년 9월 유로5에서 경유차는 0.18g으로 낮아졌으나 아직 휘발유차 0.06g의 3배였다. 하지만 2014년 9월 유로6부터 경유차는 0.08g으로 휘발유차 0.06g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럽이 비배기가스 논의까지 나아간 것은 차량 배기가스 관리와 온실가스 감축에 자신감이 있어서다.

저감 경유차보다 가솔린 직분사가 더 배출
환경부가 경유차 전체를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하듯 미세먼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마추어 같다는 비판을 받는다. 해외에서 보듯 일단 문제가 심각한 노후 경유차나 디젤매연저감장치(DPF)를 달지 않은 차, 낡은 차량을 단속·폐차시키는 정책을 펴는 게 선행 과제이지만 환경부가 헛발질해온 게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최근 늘어난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의 차가 DPF를 단 경유차보다 미세먼지를 더 내뿜는다는 연구 결과들은 단지 경유차만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2015년부터 GDI 엔진의 배기가스량을 조사하고 있다”며 “실내 검사 결과 ㎞당 미세먼지(PM10)가 GDI 엔진은 0.0010g으로 디젤엔진 0.0011g과 비슷했다”고 밝혔다. 정동수 창원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GDI 엔진의 미세먼지는 디젤엔진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PM10만 검사했는데, PM2.5 이하, 특히 나노 크기의 초미세먼지까지 검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현재 ㎞당 0.004g인 GDI 엔진 미세먼지 배출량 기준을 2016년부터 0.002g으로 올리고 모든 휘발유차에 적용케 했다”며 “아직 가솔린매연저감장치(GPF)를 장착하는 대책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적어도 유로6 이후 경유차는 미세먼지보다 질소산화물이 더 주목을 받는다. 2012년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질소산화물은 도로이동 오염원(자동차)의 배출이 32.1%로 가장 높고, 비도로이동 오염원(철도·항공·선박·건설장비 등)이 21%다. 제조업은 16.1%, 에너지산업이 15.8%를 차지했다.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 2차 생성물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가 ‘경유차 잡기’에 나선 주된 명분이다. 하지만 국내 오염원 전체를 보면 미세먼지 중에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PM10의 경우 제조업이 국내 전체의 64.9%나 차지하고, 다음이 비도로이동 오염원(11.9%), 도로이동 오염원(10.8%)이다. PM2.5도 제조업이 52%로 절반을 넘고, 비도로이동 오염원 17.3%, 도로이동 오염원 15.6%라고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배출량 조사에서 나왔다.

발전소·정유시설 지역 서울보다 2배
환경부 최근 통계만 봐도, 전국 PM2.5의 41%는 사업장에서 나왔다. 이어 건설기계 등 17%·발전소 14%이며, 경유차는 11%다. 다만 수도권만 보면 경유차가 29%로 1위를 차지하며, 특히 질소산화물에 의한 2차 생성이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PM2.5의 직접배출보다 간접배출(2차 생성물)이 약 2배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이 대기 중 수증기·암모니아 등과 반응해 2차 미세먼지로 생성된다면서도 환경부는 “아직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도 “2차 생성 미세먼지는 계산하기 어렵다”며 “미국 환경청(EPA)도 연구는 하지만 배출량은 제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환경부의 추정에 근거가 부실하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질소산화물은 몸에 들어오면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등 그 자체로 문제지만 미세먼지와 바로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산화질소(NO)나 일산화탄소(CO)는 0.1나노미터의 극초미세먼지로, 이들 8조개가 모여야 PM2.5 크기가 된다”며 “환경부가 경유차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중국 영향(30~50%)은 외교문제여서 일단 제쳐둔다면, 제조업과 발전 부문을 단속하는 게 가장 시급한데도 이번 논의에서는 밀려났다. 경유차를 잡으면 전기차를 늘리게 된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29년까지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발전소 20기를 더 짓게 돼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환경과학원은 6월 8일 “충남 당진·태안·보령·서천 상공에 아황산가스 등 2차로 생성된 미세먼지가 서울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것을 확인했다”며 “화력발전소와 정유시설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편서풍을 타고 수도권으로 유입돼 서울에서 대기오염 농도가 유난히 높게 나타나는 상관관계도 확인했다. 이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까지 정부 정책이 주먹구구에 뒤죽박죽돼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석탄화력발전소 20기가 추가 건설되면 해마다 750여명이 조기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세먼지 왕’ 고등어를 위한 변명

서울 서촌의 ‘통영생선구이’ 음식점에서 생선을 굽는 모습./강윤중 기자

서울 서촌의 ‘통영생선구이’ 음식점에서 생선을 굽는 모습./강윤중 기자

고등어와 삼겹살은 어쩌다가 미세먼지의 또 다른 주범처럼 됐을까. 이는 환경부가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환경부는 5월 23일 보도자료로 “밀폐된 집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구웠더니 PM2.5 농도가 1㎥당 2290㎍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삼겹살은 1360㎍, 계란 프라이는 1130㎍, 볶음요리는 183㎍, 찌개요리는 119㎍이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6월 12일 KBS 프로그램에 나와 고등어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전 세계에서 연간 대기오염으로 700만명이 조기사망하는데, 430만명은 조리과정의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직화구이 등 음식점 지원문제를 꺼냈다. 앞서 고등어 구이 측정치와 연결지어 보면 여전히 ‘고등어·삼겹살 구이가 사람잡는 원인’으로 오해하기 딱 좋다.

그러나 유엔의 보고서 취지는 다르다. 실내 공기오염은 주로 석탄 등 고체연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블랙카본 등 발암물질이 주범이다. 특히 동남아와 서태평양, 아프리카 지역의 저소득 국가에 사망자의 90%(390만명)가 집중돼 있다. 유엔은 이들 국가에서 흔히 쓰이는 재래식 가열기구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덕환 교수도 “유엔 보고서의 핵심은 저개발국의 나무나 석탄 같은 전통적 연료와 조리도구 때문인데, 환경부 설명은 고등어나 삼겹살 같은 음식 자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조기사망의 원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는 종이 하나 덮고 환기만 하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환경부 통계에서 말하는 ‘생물성 연소’에는 생활폐기물 등 노천 소각, 농업잔재물 소각, 목재 난로·아궁이·숯가마 연소, 고기·생선구이 연소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조리과정의 미세먼지는 일반 가정은 빼고 대형음식점만 추정한다. 직접 고기구이집을 측정하는 것도 아니다. 유통업체의 판매자료 중 육류 소비량 가운데 요식업체 비중을 계산하고, 다시 서울시 자료 등을 토대로 ‘구이’ 비중을 추정해 낸다.

고기를 굽는 등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양의 미세먼지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음식 조리 때 나온 미세먼지가 자동차, 공장에서 나온 미세먼지만큼 몸에 해롭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고등어, 삼겹살의 미세먼지 성분 자체가 대체로 발암물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예방의학)는 “크기 자체가 0.3㎛ 이하로 작은 분진은 폐나 심혈관 계통에 바로 들어가서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조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 성분은 석유 계통과는 위험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특히 PM2.5 이하 미세먼지 측정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수도권 PM2.5 이하 미세먼지 측정기의 54%는 성능 미달로 밝혀졌다. PM10 측정기의 16%도 허용 오차율을 넘어섰다. 또 국내 환경기준은 WHO 권고치의 2배가 넘는다. PM2.5의 경우 하루 평균 25㎍/㎥, 연평균 10㎍/㎥가 WHO의 권고치인 반면, 국내 기준은 50㎍/㎥, 연평균 25㎍/㎥다. 한마디로 정부 미세먼지 수치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수 시민들이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라도 사야 하나”라고 걱정하는 이유다. 정부가 고등어, 경유차 잡기에 앞서 뭐부터 해야 할지 답은 나와 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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