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의원수, 기대 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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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표결 절대적 유리… 선진화법 극복이 과제

171석

2004년 17대 국회 이후 10여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펼쳐졌다. 여소야대의 힘은 171석이라는 숫자에서 비롯된다. 300명의 전체 의원 중 야당 성향의 의원은 171명이다. 더불어민주당 122명과 정세균 국회의장(무소속),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 4명이다.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171석은 효과적인 힘을 발휘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의장직을 놓고 원 구성 협상에서 팽팽하게 맞서자, 국민의당은 양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한 명씩 내고 자유투표로 뽑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더민주는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더민주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171석이었다. 야당 성향 의원들인 만큼 누가 새누리당 국회의장 후보를 뽑겠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122석에다 친여 무소속 의원 7명을 합해도 129석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새누리당은 숫자의 부족을 절감하면서 더민주에 의장 자리를 양보했다. 대신 알짜 상임위원장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171대 129’는 20대 국회에서 넘을 수 없는 경계로 느껴진다. 테러방지법·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처럼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지점에서 국회에서의 표결은 결국 ‘171대 129’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상시청문회법처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옹호와 비판으로 나눠지는 사안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들 171명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동안 보수 성향의 국회와 정부에 밀렸던 개혁적인 어젠다가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국회 본회의에서 전체 300석 중 171석이 참석하고 찬성표를 던지면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171석은 공교롭게도 2008년 18대 총선 직후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당선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의 복당과 입당을 허용하면서 만든 의석과 같았다. 한나라당은 171석의 무력을 동원해 거의 해마다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당시 미디어법 날치기, 4대강 사업 예산 통과, 노동관계법 처리 등에도 어김없이 171명의 수적 우세가 동원됐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171석이 20대 국회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야권에서는 회의적이다. 국회 선진화법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다수 의석인 새누리당이 일명 국회 선진화법을 탓하던 때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됐다. 다수에 속한 개혁진보 쪽이 의장직을 차지하고 소수에 속한 보수 쪽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해 19대 국회와 거의 비슷한 조건이 됐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6월 10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마 법사위원장이 여소야대 국회의 성격을 무색하게 만드는 그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상임위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 성향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켜도 여당 법사위원장의 손에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가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쟁점 법안은 여당이 반대할 경우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180석을 넘어야 통과할 수 있다.

180석이 되지 않는 한 171석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171석은 20대 총선의 민의에 대한 해석의 문제를 던진다. 국민들은 20대 국회에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활동을 요구한 것일까. 아니면 여야 간의 지난하고도 끈질긴 협치를 요구한 것일까.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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