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 요금제 만족하세요?출시 1년 만에 크게 확산… 데이터 자유롭게 쓰려면 월 6만원대 이상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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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났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의 전화기 사용 문화가 데이터와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였다. 그러나 통신 3사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느라 시장 경쟁구도의 판을 흔들지 못하고, 중저가 요금의 경우 제공 데이터가 지나치게 적어 통신비 경감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이제 집에서 TV로 본방을 사수하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예능·드라마의 짧은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동영상 감상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친구나 가족끼리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선물하는 광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출장 등으로 해외에 나갔을 때에도 비싼 통화요금을 선택하는 것보다 데이터 무제한 로밍을 선택한 뒤 ‘보이스톡’으로 통화하는 것이 더 익숙해진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이다.

이통3사 “가격 인하 효과 나타났다”
지난해 5월 KT(8일)를 필두로 LG유플러스(15일), SK텔레콤(20일)이 잇따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의 제공량 상한에 따라 정액형 요금을 달리하는 요금제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제시한 바 있고, 당초 2017년까지 도입을 목표로 했으나 계획보다 약 2년 정도 빨리 도입하게 됐다.

KT가 지난해 5월 8일 출시한 '데이터 선택 요금제' 가입자가 나흘 만에 10만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다. / KT 제공

KT가 지난해 5월 8일 출시한 '데이터 선택 요금제' 가입자가 나흘 만에 10만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다. / KT 제공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되고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동안 음성통화량은 소폭 상승하고 문자서비스 사용건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5 통신시장 경쟁평가’ 보고서를 보면 가입자당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연 평균 60.1%, 월 평균 4.4%가량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음성 통화량은 연평균 6.3% 증가했고, 문자서비스는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통신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현황을 보면 가장 저렴한 월 3만2900원 정도(부가가치세 포함)의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데이터는 월 300MB가 제공된다. 자유롭게 데이터를 쓰려면 월 6만원대 이상의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고, 가장 비싼 요금제는 월 10만원 수준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빠르게 안착했다. 요금제가 출시된 후 5개월인 지난해 10월 11일 기준으로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가입자가 총 1713명으로, 매월 100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데이터 사용량도 증가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통계를 보면 1인당 LTE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올 3월 기준 월 4630MB로, 요금제 출시 이전인 지난해 4월 3495MB에 비해 32.5% 증가했다. 소비자 체감도 비슷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요금제 가입자의 44%가 데이터 이용량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기존 요금제에 비해 데이터 사용량은 23%가량 증가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선진국의 보편적 사례를 수용하고, 또 최저 요금제를 선택하더라도 음성과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또 요금제 재편을 계기로 통신사들이 모바일 방송 서비스 등 자체적인 콘텐츠 개발로 차별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만족하세요?출시 1년 만에 크게 확산… 데이터 자유롭게 쓰려면 월 6만원대 이상 선택해야

다만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는 역시 통신요금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소비자의 통신 가격이 떨어졌다는 업계의 해석과 실제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쓰려면 여전히 고가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므로 소비자 부담이 여전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통신업계에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협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월 평균 가계 통신비는 14만7725원으로, 2013년 15만2792원과 비교하면 3.3% 감소했다. 가계통신비는 통신서비스 이용요금에 단말기 등 장비요금과 우편요금을 더한 가격이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11~2015년 사이 평균 소비성향 하락에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통신서비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통계를 두고 업계는 “데이터 사용량 폭증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등 사업자 간 요금 서비스 경쟁의 효과로 가계 통신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통계청 소비자물가 발표에 따르면 통신 소비자 물가는 최근 매년 지수가 하락하는 유일한 항목”이라고 밝혔다. 또 연합회는 “통신사의 통신료 인하, 결합상품 할인 확대 등으로 가계의 통신서비스 지출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중저가 요금제는 제공 데이터 너무 적어
과연 소비자의 체감도 그럴까. 알뜰폰이 아닌 이동통신 3사 요금제 가운데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는 요금제의 하한은 월 11GB가 제공되고, 매일 2GB가 제공되는 상품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월 납부요금이 6만6000원선가량이다. 여기에 단말기 할부금 등이 합쳐지면 1인당 한 달 통신요금이 10만원에 육박하기 일쑤다. 단통법 시행 이후 공시지원금보다 매월 통신료를 20%씩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 의향이 없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요금절감 혜택의 불확실성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가장 낮은 요금제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3만2900원가량이지만, 음성과 문자가 무제한 제공됨을 감안해도 데이터 제공량이 300MB에 불과하다. 사실상 아주 간단한 검색과 메신저 정도가 가능할 뿐, 동영상 감상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음성과 문자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만, 싼 요금제라고 선택하기 이전에 평소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을 검토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데이터 요금제 출범 당시에도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는 6만6000~6만7000원대 이상에서만 적용돼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며 “기본요금 폐지를 포함해 더욱 저렴한 요금제가 출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가계 통신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영향이 큰 것인지 결합상품 등으로 인한 효과가 더 큰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통신회사 간 모방적인 요금구조로 시장 경쟁에는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출시 5개월 만에 1000만 가입자를 넘어서며 성과를 보였지만, 기존 3사 점유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음은 도입 초기라는 사실과 요금 차별성이 낮은 경쟁의 한계를 일부 반영한다”며 “경쟁구도가 유의미하게 변화되기 위해서는 후발사업자의 선제적이고 혁신적인 요금인하 경쟁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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