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시농업은 21세기 시민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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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 ‘생활의 멋’으로 승화 강조

‘서울아, 농사짓자’. 5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의 캐치프레이즈다. 5월 19일부터 4일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리는 행사다. 경향신문사는 서울시와 함께 이 행사를 주최한다. 백혜숙 총감독으로부터 이번 행사의 기조와 내용, 의의에 대해 들었다.

벌써 5회째다. 해마다 진행해 온 행사인데, 지난해까지 4회 행사와 이번 박람회는 기조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지난 4회까지의 행사를 말한다면 알리고 확산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행사였다. 말하자면 ‘도시농업1.0’이었다. 상자텃밭 같은 것을 많이 보급하고, 옥상이나 베란다 같은 데 텃밭을 보급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사실 도시농업2.0을 표방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서울은 메트로폴리스다. 서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메트로폴리스에도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형 도시농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콘텐츠화하여 문화적 재생의 매개고리로 삼으려 한다. 마침 올해가 한·불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다. 또 유엔이 정한 콩의 해다.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로 알려져 있다. 서울과 파리의 관계도 130년이 된 셈인데, 파리 베르사유궁전 채원 안에 서울 텃밭을 만든다. 우리의 콩이나 종자도 파리로 가서 서울의 상징이 파리에 심어질 예정이다.”

어떤 테마로 박람회 콘텐츠를 구성했나.
“‘오색오감으로 즐기는 도시농업·SEOUL·도시농부’다. 도시농업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라는 콘셉트로 오색힐링존, 오감체험존, 오색상상존, 미래산업존, 청년교류존 등의 전시체험존을 운영한다. 오색상상존의 경우 ‘뿌리고, 가꾸고, 배우고, 꾸미고, 만들고’의 5가지 행복키워드를 활용해 도시농업의 5행 콘텐츠를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래산업존은 IT기술을 적용해서 이뤄질 미래농업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두이노 도시농업’의 경우 아두이노 프로그램을 장착해 휴대폰으로 집에 있는 화초나 채소에 물을 줄 수 있다.”

백혜숙 제5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 / 이상훈 선임기자

백혜숙 제5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 / 이상훈 선임기자

실내에서 화초나 채소를 키우면 벌레 같은 것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박람회에 오면 손쉽게 친환경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법도 알려준다. 가장 애로사항이 진딧물 벌레인데, 우리에게는 해가 안 되지만 식물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진딧물은 국화과 식물에는 잘 안 달라붙는다. 제충국이라고 천연 살충성분이 들어 있는 식물이 있는데, 그런 생물에서 추출한 친환경 약재를 만들어 쓰는 법도 알려준다. 돈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제충방법도 배울 수 있다.”

농사를 짓는 걸 넘어 생태친화적인 삶을 지향하자는 취지로 들린다.
“개인적인 삶에서는 우리 가정의 경제도 절약하게 만든다.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분들 설문조사를 해보면, 의외로 생활비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많다. 먹거리의 근본을 알게 되니 그것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 지출에도 신중하게 하고, 또 내가 잘 가꾸기 위해서는 계획도 하게 된다. 막상 농사를 지어보면 수확물이 생각 외로 많아질 때가 있는데, 그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소통도 하게 되고…. 어떤 경우는 말이 씨가 되듯 말도 조심하게 되니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과 함께오면 아이들이 체험하기도 좋고, 청소년도 미래 직업 진로를 생각할 때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전까지 행사를 보면 대부분 어르신들의 참여열기가 높은 편인데, 실천력이 높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께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등 기획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박람회 관련 자료를 보니 서울시의 경우 2020년까지 도시농부 100만가구, 가구당 3.3㎡(한 평) 텃밭 조성, 로컬푸드 32만여톤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도시농부 100만이라는 것이 전업농을 말하는가.
“전업농 개념은 아니다. 이전에 44만이라는 데이터가 있었는데, 초등학교나 중학교 등에서 실천하는 상자텃밭이나 여러 단체에서 진행한 자료 등을 취합해 나온 수치다. 사실 과거의 숫자에는 한 번 상자를 받고 더 이상 안 받는 분들도 포함되어 있다. 나눠준 상자가 방치되면 또 다른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상자텃밭을 받긴 했는데 버거울 수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관리로 유지될 수 있게 이번 박람회에서는 ‘도시농부 등록제’를 처음 실시한다. 서울시의 경우 내년도에 도시농업 포털사이트를 만들 예정인데, 메일링이나 SNS를 통해 대상별로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도 등록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 모든 가구가 3.3㎡(한 평) 텃밭을 키우는 것이 가능한 목표일까.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옥상 면적이 넓은 편이니 몇% 정도 가능하다는 데이터는 나올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옥상을 햇볕발전으로 활용하는 계획과 충돌할 수 있다. 그래서 옥상뿐 아니라 실내농업도 권장한다. 사실 개인당 한 평이라는 개념은 결국 ‘셰어’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3평의 텃밭이 있다면 ‘한 가구당 한 평’의 개념이 아니라 중간에 코디네이터가 코디를 해 다양한 단계를 경험하도록 하는 식이다.”

한국형 도시농업이라고 했는데, 외국과 비교해서는 우리의 도시농업에 대한 인식이나 실천 수준은 어떤가.
“각 도시만의 특성에 따라 발전하는 것 같다. 영국의 얼롯먼트(allotment) 가든이나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은 정원문화를 기본으로 빈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분양되는 형태였고, 미국 시애틀의 P-패치 프로그램은 도시빈민의 치유·화합을 위해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비영리단체가 자치규약을 만들어낸 케이스다. 중국은 워낙 경기도 안 좋고 계란 같은 것까지 가짜로 만드는 나라이다 보니 공장 옆에 텃밭을 직접 만들어 바이어를 접대하는데, 그게 최상의 접대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는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 도시농업을 반드시 넣어 계획을 짜는 식으로 도시농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결코 뒤처진 것은 아니다. 3년 전쯤에 도시농업과 관련한 국제모임에서 한국의 도시농업 사례를 보여주면서 서울의 학교 텃밭, 공동체 텃밭 위치와 숫자를 표시한 지도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참석자들이 깜짝 놀라 했다. 의외로 서울이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장점은 늘 할머니들이 이어오던 것이 있었다. 다른 데보다는 작은 공간이지만 찾아보면 경작공간은 의외로 많았다. ‘도시농업’이라는 범주로 다시 보니 눈에 안 띄던 것이 보이는 것이다.”

아직 도시농업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시민이 박람회를 찾아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도시농업컨설팅관에 오시면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드릴 것이다.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경력농부들도 새로운 작물들을 어떻게 재배하고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병충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 날에는 텃밭을 조성했던 흙 모종을 다 나눠드린다. 오면 누구나 손쉽게 바로 배워 실천할 수 있는 박람회가 될 수 있게 할 것이다. 모종이나 커피 퇴비도 무료로 나눠주고, 상자나 흙도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혹시 무거우면 택배로 배달받을 수도 있다. 서울에서 열리지만 전국 어디에 있어도 참가 가능하다. 나는 도시농업이 일종의 ‘생활의 멋’으로 승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농업은 미래의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1세기 도시민이 갖춰야 할 스펙이다. 도시농업박람회는 이 새로운 스펙을 더할 기회이니 많이 이용했으면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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