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인천 연수구 을

여당 색채 뚜렷한 ‘인천의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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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갑·을 선거구로 나뉜 무주공산… 새누리 민경욱·민현주 경선 주목

인천 연수구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연수구 갑·을 2개의 선거구로 나뉘었다. 그동안 새누리당 지지 성향이 비교적 강한 편이었던 연수구에서도 특히 연수 을 지역은 여당 지지 색채가 더욱 뚜렷했다. 하지만 연수구의 터줏대감이었던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연수 갑으로 출마하면서 연수 을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여야 각당의 예비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게 됐다. 기본적으로 여당 후보가 우세한 분위기지만 총선 레이스 기간 중 얼마든지 판세가 요동칠 수 있는 곳인 셈이다.

연수 갑·을로 선거구를 나누기 전부터도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이라는 별칭이 붙은 지역이었다. 인천의 도심과 항만, 남동공단 등 주요 산업기반에서 일하는 직장인 가구의 베드타운으로, 1990년대 연수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뒤부터 중산층 이상 가구 밀집지역이라는 특성이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송도국제도시까지 개발돼 송도를 중심으로 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주거지역이 형성되면서 그 색깔은 더욱 짙어졌다. 선거구 분할과정에서 동춘 1·2동, 옥련1동과 함께 송도 1·2·3동 전체가 연수 을 선거구에 포함되면서 연수 을은 고소득 유권자 비율이 높은 선거구라는 특징을 그대로 갖고 가게 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중앙의 센트럴파크 옆으로 대형 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 김태훈 기자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중앙의 센트럴파크 옆으로 대형 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 김태훈 기자

야권,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도 1명씩
송도를 중심으로 여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어 새누리당 내부 예비후보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3월 11일 예비후보 4인 중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과 민현주 19대 비례대표 의원을 경선 대상자로 발표하면서 공천을 노리는 양 예비후보 간의 대결은 점점 더 접전이 되어가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민경욱 전 대변인이 다소 앞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보다 먼저 연수구 지역을 출마지역으로 염두에 두고 주민들과의 접촉을 늘린 민현주 의원도 점차 지명도를 높여온 상황이라 쉽게 경선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에서 각각 1명씩 예비후보로 등록해 있다. 더민주의 윤종기 전 인천지방경찰청장과 국민의당 한광원 전 의원은 새누리당보다 앞선 3월 9일 각 당의 공천을 받았다. 정의당에서는 김상하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총선 전까지 야권연대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지의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에 비해 야권 예비후보들이 본선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는 확보한 셈이다.

국제업무단지와 산업단지 등을 끼고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중심의 주거단지가 펼쳐져 있는 송도 지역의 민심은 여당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였다. 센트럴파크 주변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최고은씨(32)는 “민경욱 (예비)후보가 아무래도 방송 앵커 출신이고 정치할 때도 자주 얼굴 비치고 해서 친숙하게 느껴진다”며 “야당 쪽에서는 찍을 만큼 기억에 똑똑히 남는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모씨(53)도 “이 동네 사람들은 젊은 사람이어도 여당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며 “아파트 단지가 많은 연수동이나 동춘동에 비해서도 송도에는 특히 자산과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더 많아 보수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강세 성향이 나타난다고 해서 절대적 우위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30~40대의 비교적 젊은 유권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보니 야권을 지지한다는 유권자들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인근 업무지구에서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가로 몰려나온 직장인들 중 연수 을에 주소를 두고 있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야 지지가 백중세였다. 직장인 이구영씨(45)는 “집안이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 집안이라 부모님은 물론이고 나도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여야 따지지 않고 인물을 먼저 보려고 하는데, 경력으로 봐선 민경욱이 가장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박모씨(39)는 “스스로 중도보수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더민주를 찍어 정권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일자리, 실업, 해고 문제만 봐도 이대로는 큰일 난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총선격전지-인천 연수구 을]여당 색채 뚜렷한 ‘인천의 강남’

젊은 유권자 비율 높아 판세 바뀔 수도
예비후보 개인을 놓고 봤을 때는 민경욱 전 대변인의 인지도가 가장 높고,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민현주 의원과 더민주의 전략공천으로 알려진 윤종기 전 인천경찰청장이 그 뒤를 쫓는 모양새였다. 이러한 양상은 송도 외에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동춘1·2동에서도 비슷했다. 다만 인근에 있는 남동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주민의 비율이 높은 동춘2동 일대에서는 송도와는 달리 야권을 지지한다는 유권자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강은임씨(48)는 “연수구에서는 늘 여당 의원만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기대는 안 한다”면서 “그래도 야당이 서민 쪽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하니까 그쪽(야당)으로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수구가 생긴 뒤 치러진 15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5번의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신한국당·한나라당은 한 번도 의석을 놓친 적이 없다. 16대 총선부터는 황우여 의원이 연속으로 네 차례 의석을 차지해 왔다. 때문에 야권 예비후보 진영에서도 여당이 우세한 분위기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 지역에 젊은 연령대 유권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과 야권연대 등 중대 변수에 따라 선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정권 심판 및 견제론을 내세우고 있다. 윤종기 전 청장은 “건강하고 강한 야당이 있어야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며 “침체 위기에 처한 인천의 경제 성장동력을 복원하고 송도국제도시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본선 이전에 치열한 경선 양자 대결을 거쳐야 하는 민경욱 전 대변인과 민현주 의원은 상대 측을 견제하는 한편 자신이 보다 연수 을에 적합한 후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민경욱 전 대변인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인천 사람이라 누구보다 인천에 사랑과 관심이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국정철학을 공유했고, 그만큼 힘이 있기 때문에 지역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현주 의원은 “송도가 있는 연수 을 지역에 대해 국민들이 국제도시와 경제특구로서의 비전을 제시할 국회의원을 원하는데, 실력으로 승부하고자 한다”며 “인천 지역구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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