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인천 서구 을

검단신도시 개발 젊은 선거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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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분리되고 연희동·검암경서동 추가… 여야 예비후보 11명 각축

우여곡절 끝에 20대 총선 선거구가 확정되면서 인천 서구 을 선거구는 큰 조정을 겪었다. 19대 총선까지 서구·강화군 을 선거구로 강화군과 함께 묶여 있을 때에는 사실상 검단동+강화군으로 구성된 선거구나 다름없었다. 과거의 경기 김포군에서 넘어온 검단동 지역과 그로부터 10㎞ 이상 떨어져 생활권역이 전혀 다른 강화군이 같은 선거구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20대 총선에서는 강화군이 중구·동구·옹진군과 묶여 분리됐다. 대신 서구 을은 검단동에 서구의 중심가인 연희동과 검암경서동이 추가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특색을 지닌 곳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유권자 연령대의 변화다. 농촌지역인 강화군을 끼고 있을 때는 인천에서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선거구 가운데 하나였던 서구·강화군 을이 서구 을로 바뀌면서 20~30대 인구 비율이 40% 선을 넘겨 가장 젊은 선거구로 바뀌었다. 검단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는 검단동 일대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가구가 많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 검단4동 완정사거리에 각당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김태훈 기자

인천 서구 검단4동 완정사거리에 각당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김태훈 기자

현역 안상수 의원, 서구 을 출마 일축
근소하게나마 여당 지지성향이 강한 편인 인천의 전반적 정서가 서구의 중심가인 연희동 일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와 달리 검단동 일대에는 야권 지지성향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서구 을에서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19대 현역 의원인 안상수 의원이 중·동·강화·옹진 선거구로 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서구 을의 판세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역 의원이 자리를 비우자 각 당에서 도전 의사를 밝힌 예비후보들이 몰렸다. 새누리당 4명,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당 4명, 정의당 1명 등 모두 11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태준 전 동덕여대 부총장, 이행숙 전 새누리당 인천시당 정책위원장, 이훈국 전 서구청장, 홍순목 전 구의원이 나섰다. 더민주에서는 신동근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전원기 전 인천시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혔다. 국민의당에선 권상기 인천시당 부위원장, 민우홍 전 인천시의원, 송병억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 허영 재인천호남향우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의당에서는 김중삼 지역위원장이 등록했다.

이들 예비후보군 가운데에서는 재·보선을 포함해 네 차례나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2위로 낙선했던 더민주 신동근 전 부시장이 이번에도 공천을 받아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최근의 선거인 2015년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안상수 의원에게 패했지만 검단 지역에서의 득표율은 안 의원을 앞섰던 점 때문에 선거구가 조정된 이번 총선에서의 승부가 주목받는 것이다.

실제로 검단동 일대의 중심인 검단사거리와 완정사거리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 가운데서도 야권을 지지하는 기류는 폭넓게 퍼져 있었다. “동네에 애들 보내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고, 그 이유 중에 대통령이 공약 안 지켜서 형편이 어려워져 그런 것도 있다는 얘길 듣고 괘씸해서 꼭 야당 찍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두 아이를 키우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식당 점원 곽은지씨(32)는 동년배 주부들 사이에서 보육문제 때문에 정부에 불만이 높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전업주부보다는 ‘워킹맘’의 비율이 높은 동네여서 보육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야권 지지자까지는 아니어도 동정 여론 때문에 신 전 부시장을 밀어주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서훈석씨(38)는 “이사 온 지 3년밖에 안 돼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신 전 부시장이) 네 번 나와서 네 번 다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는 이번에는 한 번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총선격전지-인천 서구 을]검단신도시 개발 젊은 선거구로

4차례 낙선한 더민주 신동근 주목
도농복합지역인 검단 지역의 대부분의 인구는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신도시 지역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야권 지지세가 강한 신도시 지역에 비해 농촌지역으로 가면 보수성향 유권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검단2동의 외곽 자연부락에서 만난 주민 윤모씨(69)는 “안상수가 다른 데서 나온다니 새누리당에서 이번에 누가 나오게 될지는 몰라도 새누리당을 찍을 것”이라며 “여기는 인천 시내와는 달라서 여당 사람이 와야 돈도 더 잘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총선까지는 서구·강화군 갑에 들어가 있다가 이번에 서구 을로 묶이게 된 연희동 주민들은 검단동 주민에 비해 예비후보들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번에 선거구가 바뀌어서 지난번까지 보던 사람들은 이쪽에는 거의 안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누가 나오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당을 봐서 찍어야겠다고 하고 있어요.” 서구청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임선자씨(55)는 “아무래도 새누리당을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암경서동 일대는 경인아라뱃길을 경계로 검단동과도 떨어져 있지만 연희동에 비해서는 서울로의 통근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이 다르다. 서울 목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유모씨(46)는 “이 동네는 인천 토박이 못지않게 외지에서 온 사람이 많아서 지역구 선거에는 관심이 덜한 편”이라며 “서울까지 출근시간 맞춰 가려면 시간이 빠듯해서 투표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꼭 투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가운데에서는 홍순목 전 구의원과 이행숙 전 위원장의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으나 4인의 예비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각 예비후보들마다 차별화된 지역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끄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홍 전 구의원은 검단 지역 스마트시티 추진방안을, 이 전 위원장은 낙후된 학군을 위한 유명학교 유치방안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지역밀착형 공약을 내세우는 중이다.

예비후보들 간 경쟁은 치열하지만 여야 모두 중량감 있는 예비후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의석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인지도 높은 인사를 서구 을에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안상수 의원이 출마지역을 바꿔 서구 을로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에서도 안 의원이 서구 을로 출마한다면 송영길 전 시장을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다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안 의원과 송 전 시장 모두 당초의 출마지역을 옮길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서구 을 출마 의견을 일축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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