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졌다 모였다” 활동하는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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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나니 남녘에서 꽃 소식이 들려온다. 얼어붙었던 들녘이나 강물이 모두 녹으면서 들판의 기러기도 더욱 수다스러워졌다. 한동안 강추위와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바람이 차단되는 양지바른 논으로 모여 입을 다물고 소리 없이 서로서로 몸을 맞대고 체온을 나누던 녀석들이었다. 이제 추위도 물러가고 햇빛이 따사로운 강가에 나가 목욕으로 깃털을 단장할 수 있다. 풀뿌리 같은 먹이도 어렵지 않게 채취해 먹을 수 있으니 활기차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기다.

하루 종일 곳곳에서 활동하던 기러기가 잠자리로 날아들고 있다.

하루 종일 곳곳에서 활동하던 기러기가 잠자리로 날아들고 있다.

기러기는 낙곡과 풀뿌리, 벼 그루터기뿌리를 뽑아 먹는 것은 물론이고 물고기도 잡아먹을 정도로 잡식성 대식가다. 겨울철새 중 가장 큰 무리여서 이들이 거쳐 간 곳에는 낙곡이나 풀뿌리가 남아나지 않는다.

기러기 한 무리가 바람을 피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러기 한 무리가 바람을 피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러기는 사람이나 맹금류의 위협을 받지 않는 한 한꺼번에 날아오르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때는 혼잡하게 많은 무리가 이동하기보다는 한 무리씩 나누어 이동을 한다. 선발대가 날아서 먹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한 두 마리의 전령이 많은 무리들 있는 곳으로 다시 날아가 함께 날아올 정도로 치밀하게 행동을 한다.

큰부리기러기가 한강에서 며칠을 머물고 먼저 이동을 했다.

큰부리기러기가 한강에서 며칠을 머물고 먼저 이동을 했다.

기러기가 들길을 횡단하다 갈대숲 앞에서 차례로 날아 넘어가고 있다.

기러기가 들길을 횡단하다 갈대숲 앞에서 차례로 날아 넘어가고 있다.

먹이터의 크고 작은 상황에 따라 많은 무리가 한 장소에 날아들기도 하고 나누어 활동하기도 한다. 먹이터 진입을 양보하는 미덕으로 다툼이 없는 것이다. 기러기는 단거리를 날아 이동할 때는 대열에 관계없이 날아다닌다. 하지만 멀리 이동을 할 때는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상승 기류를 이용해 높게 날아올라 V자형으로 대형을 이룬다. 기러기는 날아갈 때 주거니 받거니 소리를 내며 서로 날갯짓의 힘을 솟게 해준다. 머지않아 들녘의 논두렁에 푸른 새싹이 돋고 곳곳에서 봄꽃이 필 때면 낮에는 자전축, 밤에는 별자리의 내비게이션을 따라 번식지인 중국 만주와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이재흥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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