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에너지 대전환 시대 <상>

‘셰일 혁명’ 신재생에너지 종잣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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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셰일가스가 잘 팔려야 미국의 풍력·태양광 발전 투자 늘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2014년 3월 병합한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경제에 몰아친 위기, 그해 12월 미국과 쿠바의 50여년 만의 국교 정상화 선언, 2015년 4월 ‘악의 축’인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 타결, 원유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위기….

최근 몇 년 사이에 숨 가쁘게 벌어진 국제사회 변화의 공통분모는 뭘까. 석유·가스 가격 급락을 꼽을 수 있다. 자원수출 덕에 목소리를 높여온 푸틴은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자 지위가 위태로워졌다. 쿠바는 자존심을 건 대미항전을 이어왔으나 뒷배를 봐주던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정권의 주춧돌이던 석유 값이 폭락하자 미국 손을 잡게 됐다.

이런 석유·가스 가격 급락을 이끈 건 바로 미국의 ‘셰일 혁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에너지 부문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의 셰일가스 생산 현장에서 한 기술자가 도면을 보고 있다. 오른쪽 위는 셰일 가스 채굴 구조도.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의 셰일가스 생산 현장에서 한 기술자가 도면을 보고 있다. 오른쪽 위는 셰일 가스 채굴 구조도.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의 셰일 혁명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지녔다. 자국의 에너지 비용을 떨어뜨려 2008년 이래 더블 딥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오바마가 이런 모두를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신의 한 수’가 된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보면 여전히 오바마의 한쪽 얼굴만 본 것이다. 오히려 오바마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쫓는 나머지 토끼는 바로 신재생에너지다. 석유·원자력 시대에서 신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일대 전환과정에 상당한 재정투입 부담을 값싼 셰일 에너지가 덜어줬다.

저유가 대비 셰일업계 덩치 키우기
미국 내에서도 오마바 행정부의 적극적인 셰일 에너지 개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지층을 폭발시킨 뒤 틈새로 높은 압력의 물을 밀어넣어 셰일지층 가스와 기름이 빠져나오게 하는 ‘수압파쇄 공법’이 수질오염과 지진 촉발, 온실가스 유출 같은 논란을 부르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100년 뒤에나 써도 될 셰일 에너지를 너무 앞당겨 꺼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책 <탄소전쟁>에서 “셰일가스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바람직하고도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온실가스 감축 협상의 촉매 역할을 하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이 셰일가스로 기존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등 온실가스를 상당량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셰일 에너지로 석유·가스 수입을 줄이는 대신 미국은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같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보조금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정발전계획 최종안을 통해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30년까지 32% 줄이기로 했다. 1년 전 초안보다 2% 늘렸다. 재생에너지 비중도 초안 22%에서 28%로 대폭 높였다. 캔자스 대평원의 풍력발전이나 네바다 모하비 사막 등을 덮은 태양광발전은 2008년보다 각각 3배, 20배씩 늘리기로 했다. 미국 풍력발전은 오바마 행정부 이래 3배 늘었다. 백악관은 지난해 3월 풍력발전 구상 보고서 ‘윈드 비전’에서 2050년까지 전력수요의 35%를 풍력이 담당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 태양광발전 규모는 2010년보다 4배 이상으로 커졌다. 반면 석탄발전소는 2010년 523기에서 5년간 40%인 200기를 폐쇄토록 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나들자 미 셰일 업계는 기술 개발과 덩치 키우기로 생산성을 높여 저유가에 대응하고 있다. 화석연료인 셰일가스가 잘 살아남을수록 미국 주머니 사정은 더 넉넉해지고 신재생에너지 경쟁력은 올라간다. 이것이 미국발 셰일 혁명의 맨얼굴이자 위력이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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