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경기 성남 중원구

‘제2의 호남’서 치열한 접전지로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통진당 해산 뒤 김미희 전 의원 의원직 상실… 현역 의원은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

한때 경기도 성남은 ‘제2의 호남’이라 불릴 정도로 호남 출신 주민이 많은 곳이었다. 특히 중원구와 수정구가 있는 구시가지 지역은 분당구와 달리 그 특색이 강했다. 영남과 서울 출신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중산층 이미지가 강한 분당구에 비해 중원구와 수정구는 호남 출신 인구 비율이 높아 야권 지지성향도 높게 나타나던 곳이었다. 분당에서 새누리당 의석이 나오면 중원과 수정에서 야권 의석이 나오는 식이었다. 그러나 타 지역에서 유입된 인구의 비중이 차츰 높아지고, 출신지역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도 차츰 약해지면서 최근 선거에서는 성남시 전체가 여야 간 접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바뀌어 왔다. 특히 중원구는 가장 치열한 접전지다.

성남 중원구는 전통적으로는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선거구였지만 현역 의원은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라 이 지역 19대 국회의원이던 김미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뒤 치러진 지난해 4월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이다. 신 의원의 지난 총선 도전 결과만 봐도 중원구가 얼마나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신 의원은 과거 재·보선에서 두 번 당선된 것을 포함해 이 지역에서 3선을 했다. 17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재·보선에서 승리했고, 이어진 18대 총선에서도 당선됐다. 그러나 19대 총선에서는 다시 낙선한 뒤 재·보선에서 또 한 번 국회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모란시장이 있는 모란시장네거리 주변. / 김태훈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모란시장이 있는 모란시장네거리 주변. / 김태훈 기자

더민주, 은수미·조성준 등 경쟁
성남이 중원·수정·분당구로 분구된 이후 치러진 15대부터 17대까지 중원구는 옛 민주당·열린우리당 등 현 야권 계열 정당이 줄곧 의석을 차지한 곳이었으나 점차 여야가 격전을 벌이는 곳으로 바뀌어 온 것이다. 20대 총선 역시 신 의원 측으로서는 당선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치르는 선거이고, 야권은 분열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여권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아직도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 때문에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의 은수미 의원(비례대표)은 중원구에서 20대 총선 출마의사를 밝힌 야권 예비후보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은 의원과 함께 가장 유력한 인물인 정환석 더민주 성남중원지역위원장은 국민의당으로 옮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에서는 은 의원 외에도 중원구에서 15·16대 의원을 지낸 조성준 예비후보와 검사 출신 변호사 안성욱 예비후보, 시 의원 사퇴 후 출마의사를 밝힌 박윤희 예비후보 등이 당내 경선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김미희 전 의원과 국민의당에서 총선 도전의사를 밝힌 윤은숙 전 경기도의원 등을 더하면 야권에서는 당내 경선부터 단일화 협상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희 전 의원의 경우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을 바라보기는 어렵지만 옛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으로 이어지는 고정 지지층의 비율이 중원구에서 10%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의 주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중원구의 지역 유권자들 가운데서는 대체로 개별 예비후보의 인물보다는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보고 투표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신상진 의원의 출마로 가닥이 잡힌 새누리당에 비해 적잖은 예비후보들이 난립한 야권에서도 단일화가 성공한다면 대등한 승부가 가능한 것으로 예측됐다. 상대원2동에서 만난 주부 허인옥씨(56)는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누가 나오는지도 잘 모르는데, 그래도 투표는 할 것”이라며 “야당 후보 중에서 제일 (당선)될 만한 사람으로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형규씨(38)도 “새누리당을 찍기 싫어서 야당 쪽 후보를 찍을 생각이긴 한데, 은수미·정환석 말고는 다들 별로 못 들어본 사람이더라”며 “(야권이) 갈라져서 제각각 다들 후보를 낸다면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도 찍어야겠다”고 말했다.

[총선 격전지-경기 성남 중원구]‘제2의 호남’서 치열한 접전지로

전통시장인 모란시장 상인들의 의견은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여당 의원을 지지한다는 쪽과 서민층에 가까운 야권 후보를 지지한다는 쪽으로 갈렸다. 장이 서지 않은 날이라 비교적 손님이 적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풀어놓는 상인들이 많았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김모씨(60)는 “성남 사람들은 예전부터 지역 개발이 잘 안 되고 소외받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야당을 많이 찍었다”며 “나도 예전에는 야당만 찍었는데, 지금 의원 하는 신상진 그 사람이 지역구 일은 잘하는 것 같아서 찍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박모씨(57)는 “우리집 어르신들은 연세 들면서 여당이 낫다고 바뀌시던데, 난 아직은 그다지 여당이 잘하는지 모르겠다”며 “야당이 쪼개지는 게 꼴보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서민들이랑은 거리가 먼 여당 찍긴 더 싫어서 되든 안 되든 (야권 후보에게) 한 표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이 주요한 이슈
지난해 4월의 보궐선거는 평일에 치러져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고령층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은 신 의원이 55.9%의 득표율로 당선했다. 하지만 중원구의 유권자 가운데는 지역 내의 성남일반산단이나 가까운 판교테크노밸리 등으로 출퇴근하는 20~40대 노동자의 비율도 높아 이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난해 재·보선과 다른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퇴근시간대 공단 주변에서 만난 40대 노동자 이모씨는 “투표 당일에도 출근할 가능성이 높아 투표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투표하려고 한다”며 “아직 어느 쪽을 찍을지 마음은 못 정했는데, 비정규직 월급이나 고용에 대해 더 신경쓰는 사람이 있으면 찍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야권 지지층의 잠재적인 표의 규모가 크다는 특성 때문에 각 예비후보 진영은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신상진 의원은 높은 인지도와 지역 친화성을 강조하며 크고 작은 현안을 직접 챙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 의원은 “지역에서 커온 정치인이니만큼 중앙정치보다는 지역문제 해결에 누구보다도 앞장선다는 자세로 유권자들께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무엇보다 후보 단일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여러 측면의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보다 전문성이 있는 이력을 강조하며 생활에 밀접한 정책과 공약으로 접근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은 의원은 “노동문제 전문가로 활동한 이력 외에도 19대 국회에서 서민생활에 필요한 법안들을 챙겨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아직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해 후보 단일화에 관해 구체적인 방안이 서 있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차차 준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전 의원도 “지역의 민심이 요구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