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중국 경제 날개가 있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요즘 중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이다. 또한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새롭게 등장하는 논란거리다. 그리고 올해 개장일부터 폭락세를 보인 중국 증시는 변동성이 가장 큰 문제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이던 중국 경제가 연초부터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성장률 둔화에 가파른 위안화 절하, 요동치는 증시, 자본유출 우려까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중국 경제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위기론이 과장돼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를 밑돌면서 1991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7일 발표한 ‘2016년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중국 성장률을 6.7%로 예측했다.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 전망치와 같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6%)와 UBS(6.2%) 등은 6% 초반대를 예상한다. 그러나 4~5%대로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부회장이자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바이런 윈은 “중국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고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50% 이상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중국 경제에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는 경착륙이 발생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중국 안후이성 푸양시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컴퓨터를 통해 주식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 11일 중국 안후이성 푸양시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컴퓨터를 통해 주식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자본유출 우려 증폭시킨 위안화 절화
성장률 둔화는 중국 당국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리웨이(李偉)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주임은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 기간에 성장률을 6.5% 이상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내다봤다. 세계 경제의 하방압력이 강해지고 있으며, 중국 인구구조의 전환으로 인해 노동력 원가부담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 당국은 재정지출 확대, 위안화 평가절하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으며 일각에서는 중국이 제로 금리를 실시하는 최초의 신흥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클레이스는 올 상반기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성장률 방어에 치중해 금융위기 직후처럼 공격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거나 구조조정 및 개혁을 미룬다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중국 당국에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요즘 중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이다. 평가절하 추세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중국 금융시장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절하조치는 자본유출 우려를 증폭시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올해 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한 것도 가파른 절하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중국 당국은 부인하지만 수출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의 속도를 조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달러 채무가 많은 기업들의 부담 증가와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화 평가절하는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당국은 외환시장에서 투기세력의 준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시장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본토 위안화 환율과 홍콩 역외시장의 위안화 환율 간 격차를 이용해 차익거래로 이득을 보려는 투기세력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의 한쥔(韓俊) 부주임은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위안화가 고삐 풀린 말처럼 (아래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은 순전히 상상일 뿐”이라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일부의 전망은 웃기며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헤지펀드사 옴니 파트너스는 지난 10일 위안화가 올해 15%가량 평가절하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주요 투자은행들도 올해 위안화 절하가 불기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식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 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식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새롭게 등장하는 논란거리다. 중국은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이 12월 말 현재 3조3300억 달러로, 1년 동안 5123억 달러나 감소했다. 12월에는 전달보다 1079억 달러 줄어들며 한 달 기준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위안화 절하로 고금리와 환차익을 좇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해외투자 선호가 맞물리면서 자본유출이 심화되고 외환보유액에 압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위안화 절하 속도 조절과 자본유출의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민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위안화 환율을 방어하려 하고 있지만 역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안화 하락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단기 투자성·투기성 자금이 역내시장과 역외시장의 환율 차이, 미 달러화 강세 요인 등으로 중국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올해 중국 외환보유액의 마지노선을 3조 달러로 제시했다. 그는 “3조 달러를 지키면 위안화 가치도 안정될 수 있으며 증시 안정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봉황망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에는 유동성 부족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투자금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 투자로 인해 입은 손실은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갈수록 떨어지는 중국증시 신뢰도
지난 4일 올해 증시 개장일부터 폭락세를 보인 중국 증시는 변동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일부에서는 ‘카지노 도박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과 폭락세에 놀라고 있다. 중국 증시는 개인 투자자가 거래량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조그만 악재나 근거가 불충분한 소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3200~3500선을 유지할 것이란 중국 국책연구기관들의 전망은 이미 빗나간 상태다. 문제는 중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미숙한 대응이 증시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 전문 <파이낸셜타임스>는 증감회가 연초 정례 브리핑에서 증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공산당이 추진하는 농업 발전과 빈곤 완화 구상에 증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증시에 대한 중국 당국의 통제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지나친 폭락은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막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당국의 조치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실물경제를 흔드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갈 수 있다. 시장은 중국 당국의 위안화 환율 정책의 향배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증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안화 환율이 안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증권업계에선 다음달 구정 이후 반등이 시작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오관철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okc@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