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에게 휴대폰 대여합니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필자의 또래 부모들이라면 보통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 서넛 명이 한 자리에 모일 때면 그 중에 누군가는 군대에 보낸 자식을 둔 부모가 있게 마련이다. 자식 얘기가 나오면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지”라며 자신이 경험했던 병영생활과 자식으로부터 듣는 군영생활의 다른 점이 화제가 되곤 한다. 필자는 사실 요즘의 군대생활에 관심이 없다. 딸만 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근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한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한 일이 있다.

“가슴이 철렁하더라고. 글쎄 입영하기 전에 사용하던 자식놈 휴대전화번호가 뜬 전화가 걸려 온 거야. 혹시 이놈이 탈영한 것은 아닌가, 순간적으로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그의 얘기는 “요즘 군대 좋아졌어”라는 말로 끝났다. 병사들은 보통 부대 내에 설치된 공중전화, 군 전용전화를 사용한다. 이 때 지역번호 또는 070 번호가 표시된다. 그런데 느닷없이 군대 간 자식의 휴대전화번호가 뜬다면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군 병영에서 대여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병사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군 병영에서 대여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병사들. / 우정사업본부 제공

독자도 짐작하겠지만 필자의 친구가 생각했던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간의 상황은 간단하다. 군대 간 아들이 대여 받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국군복지단에서 장병들의 소통문화와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군 병영 휴대폰 대여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군 장병이 군부대 내에 위치한 마트에 비치되어 있는 휴대폰을 대여해 기본료 없이 충전한 금액만큼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이 사용하던 유심칩을 부대 내 마트에 비치된 휴대폰에 끼워 사용하기 때문에 소유한 휴대폰 번호가 뜨게 되는 것이다. 전화 통화는 물론 문자, 페이스북, 카카오톡도 가능하다.

‘군 병영 휴대폰 서비스’로 인한 필자 친구의 ‘좋아진 군대 이야기’는 더 이어졌다. 마냥 전화가 오길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자식과 소통을 할 수 있어 좋다는 부정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부터 이젠 남자친구가 군대 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가 고무신을 바꿔 신기도 어려워졌다는 너스레까지.

이 서비스는 수신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 지난해 5월 한국 리서치가 전역자를 대상으로 ‘전화를 걸 때 가장 큰 불편사항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을 실시했는데, 이 때 ‘스팸 전화로 오인’과 ‘통신비 부담’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스펨메일 등으로 오해받아 통화 연결이 되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 통신비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다. KT의 조사에 따르면 병사 1인의 통신비는 월평균 1만9000원 정도라고 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간 4만원 상당의 혜택을 월 1만4900원(VAT 포함 1만6390원)에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다. 이 서비스가 소통을 통해 군대생활에 활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요즘 부대에서 유행하는 ‘전화팅’이다. 군인들이 실제로 현장 소개팅을 할 수는 없으니 전화 소개팅을 하는 것이다. 동기의 여자친구를 통해 전화로 여친을 소개해 주는 형식이다. ‘전화팅’을 통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보다 활기차고 즐거운 병영생활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군 장병 휴대폰 대여서비스’ 가입대행 업무를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대행업무는 각 지역 총괄우체국(220국) 및 군사우체국(86국)에서 담당한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군 장병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면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우정(郵政)이야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