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서울 영등포 을

권영세의 탈환이냐, 신경민의 수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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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 모두 인지도 높지만 지역 밀착도 면에서는 주민들 호평 못 얻어

서울 영등포구 을 선거구는 다양한 주민층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국회를 비롯해 국영방송사, 금융권 대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여의도 주민의 정서는 이웃 동네 신길동과 다르다. 조선족과 한족 등 다양한 중국 출신 주민들까지 공존하는 대림동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아파트 단지 중심의 주택가에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여의도는 새누리당 지지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반면 자가를 소유한 비율이 낮고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신길·대림동은 그동안 야권 지지성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역대 선거서 참신한 후보에 후한 점수
20대 총선에서 영등포 을 선거구의 대결은 새누리당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더불어민주당의 신경민 의원 간의 접전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권 전 대사는 2002년 재·보선에서 승리해 16대 국회로 진출한 뒤 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낸 바 있다. 특히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탄핵정국으로 열린우리당 돌풍이 불었음에도 상대 김종구 후보를 1.6%포인트 차로 이기는 저력을 보였다. 국회 정보위원장과 당 사무총장을 맡은 경력이 있고, 친박계로 분류되는 권 전 대사는 공천과정도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의원인 신경민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MBC 앵커 출신의 인지도 높은 정치 신인으로 데뷔해 권 전 대사를 5.2%포인트 차로 눌렀다. 2008년 <뉴스데스크> 앵커에서 경질되면서 불거진 강제하차 논란 이후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초 당시 민주통합당 대변인으로 영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최고위원 자리를 거쳐 현재는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재대결하는 양측은 원내 복귀와 재선이라는 목표를 두고 이전 선거보다도 더 치열한 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와 상가, 대기업 빌딩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의 모습. / 김태훈 기자

아파트와 상가, 대기업 빌딩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의 모습. / 김태훈 기자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 민심은 탐색전 단계였다. 두 정치인 다 인지도 면에서는 지역구 주민들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인물들이지만 막상 지역에 밀착한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신길4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장모씨(56)는 “권영세 그 사람이 국회의원 할 때도 감투 같은 걸 많이 써서 TV에선 잘 보이던데 동네에선 볼 일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난다”며 “신경민도 그 점에선 똑같더라”고 말했다. 장씨와 함께 있던 이모씨(60)도 “굳이 찍으라면 여태 찍어온 야당을 찍긴 하겠지만 후보만 놓고 봤을 땐 누가 돼도 지역에 별반 달라질 게 없어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과거 인근 가리봉동 등지에서 재개발 때문에 유입된 인구가 많은 대림동은 한층 더 무관심의 기류가 높아 보였다. 은퇴 후 비정기적으로 일용직 일거리를 찾아 일하고 있다는 오무영씨(68)는 “둘 다 이름은 들어본 후보들이긴 하지만 사실 먹고 살기 바빠서 투표하는 날 투표하러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림동 주민 주부 박희경씨(42)는 “동네 발전시켜준다는 공약도 자기 집이나 자기 가게가 이 동네에 있는 사람에게나 솔깃한 얘기지, 언제 이사갈지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지역구 문제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를 더 잘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작용해 그동안 영등포 을은 참신한 후보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줬던 경향이 컸다. 15대 총선에서 당시 386그룹의 리더 중 한 명이던 김민석 전 의원을 당선시킨 뒤 16대에서도 밀어준 영등포 을의 표심은 16대 국회 재·보선에서는 역시 검사 출신으로 새롭게 정계에 첫발을 디딘 권 전 대사를 선택했다. 이러한 성향은 19대 총선에서 역시 정치 신인이었던 신 의원의 당선이라는 결과로 확인됐다.

보수성향이 강한 여의도 주민들의 말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미성아파트 앞에서 만난 주부 한모씨(55)는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새누리당 찍고 나도 그런데, 지난번 선거(19대)에서는 새로운 인물이고 믿음이 가고 해서 신경민을 찍었다”며 “당을 봐선 새누리당을 찍는데, 그래도 인물은 신경민 의원이 좀 더 나아 보여서 아직 (누굴 지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과 집 모두 여의도에 있다는 직장인 선문석씨(47)도 “이번 선거에서는 둘 다 알려진 후보들이 나와서 이 동네(여의도) 어르신들은 거의가 권영세씨를 찍겠지만, 혹시라도 주목받는 새로운 사람이 온다면 (결과는) 쉽게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격전지-서울 영등포 을]권영세의 탈환이냐, 신경민의 수성이냐

야권 신당 후보 출현 여부가 큰 변수
지역 밀착성이 떨어지고, 과거의 참신함을 잃어버렸다는 유권자들의 평가에 대해 권 전 대사와 신 의원 양쪽 모두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권 전 대사는 “주중대사로 2년 중국에 가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에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못했다는 것이 약점이라 생각해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더 지역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 측 관계자도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주민 분들의 지적은 언제고 귀담아 듣고 있다”며 “신 의원이 그동안 활발하게 해온 의정활동과 지역현안 처리내역을 조금이라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양쪽의 승부가 박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신 의원 쪽으로선 야권의 신당 창당과 새로운 후보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직까지는 안철수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 등 야권 신당 창당세력에서 내세울 후보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야권 지지층의 표를 나누게 될 또 다른 야권 후보가 출현하면 승부는 권 전 대사 쪽으로 기울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 신 의원 측 관계자는 “호남과는 달리 수도권에선 야권 후보들이 제각기 모두 다 나오면 공멸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지역구를 넘어 전반적으로 출마지역을 조율하는 물밑작업이 점차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 의원 쪽에 비해 비교적 돌발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적은 권 전 대사 쪽은 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더 드러내고 있다. 권 전 대사는 “여의도 주민들의 지지가 확고하고 뉴타운 사업 이후 들어온 신길동 지역 쪽 주민들의 지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19대 총선에서의 설욕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선거인 2015년 10월 28일의 재·보선에서 영등포 을 제3선거구 시의원 선거를 새누리당 후보가 17%포인트 차로 이긴 점도 권 전 대사 입장에선 기대를 높이게 한다. 줄곧 야당이 우위를 보였던 신길동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여야 어느 쪽도 확실한 우세를 장담하지 못한 채 총선 당일까지 접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양 캠프 모두에서 나온다. 신 의원 측이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여의도 중심의 안정적인 권 전 대사 지지 분위기와 권 전 대사가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신 의원의 높은 인지도와 참신성 가운데 어느 한 쪽으로 쉽게 균형추가 기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 전 대사와 신 의원 외에도 출마 가능성이 있는 정의당의 정호진 서울시당 위원장과 무소속의 진재범 변호사가 양자구도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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