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반대 선봉엔 역사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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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사학과 출신 야당 의원들 앞장… 전문 지식과 동문 네트워크 강점

10월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일본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집단자위권을 발효해 자위대를 파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황 총리는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답변해 파문이 일었다. ‘(우리나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기존의 입장과 배치되는 답변을 한 것이다. 강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역사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다. 이날 강 의원은 질문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야당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역사학도로서 동시대에 이렇게도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릴 수 있구나 하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3년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일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강창일·유기홍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서 있고, 맨오른쪽에 역시 국사학과를 졸업한 이종걸 의원(현 원내대표)이 보인다./박민규 기자

2013년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일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강창일·유기홍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서 있고, 맨오른쪽에 역시 국사학과를 졸업한 이종걸 의원(현 원내대표)이 보인다./박민규 기자

1970년대 서울대 운동권 주축학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활동에는 서울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의원들이 맨앞에 서 있다. 유기홍 의원이 대표적인 인사다. 2013년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 때 교문위 야당 간사로 비판에 앞장섰고,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정동영 전 당의장(72학번), 강 의원(71학번), 유 의원(77학번)이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으로, 전성기를 이뤘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만학도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다녔다. 서울대 사학계열(국사학과·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 출신 486세대에는 박수현 원내대변인과 김성주 의원이 있다. 이들 의원의 전문적인 지식과 사학 계열 동문 네트워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강 의원은 “역사는 사실을 기초로 하는데 친일과 매국, 군사쿠데타, 독재는 엄연한 사실이고, 다만 서술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면서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지금 현실을 보는 것보다 100년 후 내가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서울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인사가 서용교 의원 한 명뿐이다. 유독 야당에 서울대 사학계열 출신 의원들이 많은 것에 대해 강 의원은 “1970년대 유신 이후에 서울대 운동권의 주축이 국사학과·철학과·사회학과로 넘어왔다”면서 “감옥에 갔다 온 후 정치권으로 진입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야당에 서울대 사학계열 출신 의원들이 포진돼 있다면, 여당은 경제학과 법학 같은 실용학문을 전공한 의원들이 많다. 특히 서울대 상대 출신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강석훈·김세연·박대동·유승민·유일호·윤상현·이상일·이종훈·이한구·정두언 의원 등이다. 야당에서는 김기준·심재권·이목희·장병완 의원이 있을 뿐이다. 특히 여당의 서울대 상대 출신 의원들은 경제학 박사·경제 관료 출신이 많아 경제 현안에 관한 한 야당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서울대 법대 출신 의원은 김회선·진영·유기준·황우여·김진태·경대수·이인제·조해진·김재원·이한성·장윤석·이주영·나경원·여상규 의원 등이다. 수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여당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 김동철·문병호·문희상·신기남·오제세·이석현·이종걸·임내현·정성호·최규성·최원식 의원이 있다. 하지만 야당은 판·검사 출신이 거의 없다. 임내현 의원과 최근 탈당한 박주선 의원이 검사 출신일 뿐이다. 새누리당에는 서울대 법대뿐만 아니라 서울대의 비(非)법대 출신, 다른 대학 출신 판·검사 의원들이 많아 법조계 네트워크는 야당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된다. 새정치연합의 정성호 의원은 “현직 부장판·검사와 기수가 엇비슷한 판·검사 출신 의원들이 야당에도 있어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도 많이 얻게 되고 수사의 맥을 제대로 짚을 수 있다”면서 “새정치연합에서는 판·검사 출신, 통일·외교·국방 전문가, 경제학자 등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뽑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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