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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시동 건 ‘전기차 시대’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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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2030년까지 전기차 100% 대체를 선언했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현실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전력 생산 확대에 따른 문제, 한국 자동차업체의 대응 전략 등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돌과 바람, 여자가 많은 섬’ 제주에 새로운 상징물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전기차다. 특히 제주도답게 ‘바람으로 가는 전기차’다. 바다 건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날아가 봤다.

지난 7일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등 3대 타이틀에 걸맞게 명불허전의 절경을 자랑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기 전 내려다본 모습은 ‘녹색섬’ 자체였다. 그러나 제주 시내에 들어선 순간, 서울 어딘가에 온 듯 줄지어선 차량 탓에 친환경 섬은 먼 나라 얘기로 들렸다. 이 많은 차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제주도의 호언에 고개를 갸우뚱거려졌다. 폭스바겐발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요즘 누구나 쉽게 ‘전기차 시대’를 말하지만 이면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당장 제주 시내에서 전기차를 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직 초기라고는 하지만 살짝 실망감부터 드는 건 너무 성급해서일까. 도청 앞과 뒤에는 충전소가 갖춰져 있고 전기차를 볼 수 있다. 물론 도내 곳곳에도 충전소들이 있다.

[표지이야기]제주서 시동 건 ‘전기차 시대’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주도 내 전기차 아직은 많지 많아
이날 시승해본 전기차는 기아자동차의 ‘쏘울 EV’다. 대당 가격이 시장에서는 4250만원이나 한다. 일반 휘발유 엔진 모델 값 1423만~2233만원에 비해 두 배 안팎 많은데, 보조금 2200만원을 지원받는다. 전기차 콜센터가 있는 첨단과학단지부터 애조로~오남로~연북로의 제주시 연동까지 비교적 완만한 언덕과 내리막길이 섞인 외곽도로 약 12㎞ 구간에서 잠깐 몰아봤다.

변속기 옆에 시동 단추를 누르자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소음도 진동도 없어 계기판을 보기 전에는 시동이 걸렸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역시 버튼 방식인 사이드 브레이크도 풀고 변속기를 운행(D)에 놓은 채 브레이크를 떼자 쏘울 EV는 미끄러지듯 서서히 내리막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십m를 천천히 가는 동안 든 느낌은 딱 ‘전동 골프카트’와 같았다.

신호등에서 멈췄다가 재출발을 하려고 가속페달을 일반 휘발유차처럼 살짝 힘을 줘서 밟아봤다. 순간 다소 무겁게 느껴지며 가속이 더뎠다. 휘발유나 디젤 차량이었다면 가속페달을 밟을 때 약간의 기분좋은 소음과 함께 몸이 젖혀지며 차가 치고 나갔을 터다. 오르막에서도 가속페달을 밟았으나 역시 약간 반응이 늦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평지에서 가속 때도 엇비슷했다.

쏘울 EV의 가속 성능이 다소 답답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친환경에 따른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탄 제주도 양제윤 전기차육성담당 사무관은 “가속 성능은 모터나 배터리 힘을 키워주면 간단히 풀릴 문제”라며 “해외에는 테슬라처럼 고급 전기차의 경우 가속성이 뛰어난 모델도 나왔다”고 말했다.

사실 전기차의 매력은 내리막길 같은 감속구간에서 드러났다. 쏘울 EV에 브레이크를 밟자 속도가 떨어지는 동시에 계기판 왼쪽 아래에 있는 녹색 ‘충전’ 램프가 작동했다. 감속하며 전력을 쓰지 않는 대신 헛바퀴가 돌아가며 생긴 회전력으로 내부에 설치된 소형 발전기를 돌린다. 이때 얻은 전력을 배터리에 재충전하는 식이다. 내리막길이나 평지에서 감속한 뒤 차가 관성으로 굴러가면 쉴 새 없이 배터리는 재충전된다.

콜센터에서 출발할 때 남은 ‘운행가능 거리’는 141㎞였다. 한동안 가속을 하며 달려오느라 137㎞까지 떨어졌나 싶던 배터리량은 도착지에 와서도 138㎞로 다시 올라왔다. 운행 도중에 배터리 표시거리는 오르막·내리막을 오가며 방전과 충전을 반복하느라 137~138㎞를 오갔다. 12㎞를 달려온 동안 실제 쓰인 배터리는 3㎞어치뿐이었다는 계산이 믿기지 않았다. 양 사무관은 “지난해 제주 일주와 해안도로 200㎞ 에코경주대회에서는 재충전 기능 덕분에 완충 시 운행 가능거리가 148㎞인 쏘울 EV로 완주를 하고도 12%나 배터리가 남은 참가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 많은 전기는 무엇으로 만들까
충전소도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급속 충전기(20~30분)는 민간 30개를 포함해 총 79개(전국의 33%)가 갖춰졌고, 완속 충전기(3~6시간)는 937대(전국 32%)를 보유했다. 올해까지 각각 159기, 2482기 설치를 목표로 잡았다.

제주가 전기차 시험대(테스트베드)로 안성맞춤인 요소는 적당한 섬의 크기에도 있다. 일주도로 완주는 176㎞, 한라산을 비켜 제주시~서귀포까지 남북 종주는 41㎞, 동서는 73㎞밖에 안 된다. 즉 완전 충전만 되면 큰 어려움 없이 전기차를 몰고 다녀도 된다는 뜻이다.

제주는 ‘탄소 없는 섬(CFI)’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차 100% 대체를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해 전기차 보급을 본격화해 총 500대(민간 445, 공공 19, 렌터카 30, 택시 6)를 채웠다. 제주도는 2020년엔 13만5000대로 40%를 대체하고, 2030년까지 37만7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해 10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0년까지 가정 충전기, 공공 및 민간 유료 충전소 등 총 7만5000기의 충전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조금 해롭더라도 기름 냄새 정도는 살짝 뿜어주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소음과 진동을 온몸 가득 전해줘야 ‘진짜 자동차’라고 여기는 이들도 아직은 많다. 그러나 제주에서 겪어본 전기차는 뜬 구름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는 걸 알려줬다.

자, 그러면 제주도처럼 기존 석유차를 폐기하고 전기차로 교체하면 그만일까.

결론부터 보자면 한국에서 전기차는 쉽게 확산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사실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가 다양한 차를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다. 단지 전깃값 부담 때문도 아니다. 이런 결론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대체 그 전기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져 배터리에 주입되느냐는 근본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차라리 예전처럼 마음 편히 석유차만 만들어 살 수 있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미국발 전기차 시대로의 급선회가 이뤄질 경우 국내 업체들은 자칫 나가지도, 머물지도 못하는 늪에 빠진 꼴이 될 수도 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보자.

지난해 기준 국내 전력 생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석탄(39.1%)과 원자력(30%), LNG(21.4%)다. 석탄, 우라늄, LNG를 태워 얻은 전기로 전기차를 굴린다는 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신재생에너지로 얻는 전기는 5%도 못 된다.

국내 자동차의 절반이라도 전기차로 교체했다고 치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다. 당장 걱정되는 건 전력대란이다. 지난 수년간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200만㎾로 떨어진 전력난은 익숙한 용어가 됐다. 심지어 신재생에너지 투자라는 시대적 과제는 방기한 채 일명 ‘녹차라떼’가 된 4대강을 파헤친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9월 일부 지역에서는 단전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마당에 수백만대의 자동차 배터리에 충전할 전기를 어찌 마련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길은 두 갈래 정도로 나눠진다. 하나는 있는 전력 사용에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른바 ‘스마트 그리드’로 불리는 똑똑한 전력 이용방법을 고안해 심야에 남는 전력을 활용해 자동차에 충전하면 된다. 또한 일종의 축전지인 ESS 같은 장치에 넣어둘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절대전력량이 웬만큼 확보된 걸 전제로 한다.

다른 방향은 결국 전력 생산을 늘리는 길이다. 현재 한국의 전력 생산 구조로는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는 길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정부는 올해 7월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5~29년)을 통해 원전 2기(총 3000㎿)를 새로 짓겠다고 확정했다. 이렇게 충전한 전기차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차라고 부를 순 없다. 한국의 현실은 딱 여기까지다. 까딱하다가는 훗날 전기차 시대는 열었지만 충전요금이 주유비보다 비싸고, 우라늄 위험을 감내하면서 차를 몰아야 할 날이 올 수 있다. 제주도 김영길 신재생에너지담당(계장)은 “원전은 건설과 폐기물 관리 등까지 고려하면 풍력이나 태양력보다도 더 비싼 방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표지이야기]제주서 시동 건 ‘전기차 시대’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대전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에너지 기준’을 제시해 전력 생산의 80%를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만들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국 풍력발전은 세 배 늘었다. 미 백악관과 에너지부는 올해 3월 풍력발전 구상 보고서 ‘윈드 비전’에서 2050년까지 미 전체 전력수요의 35%를 풍력이 담당토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 태양광발전 규모는 2010년보다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에서 늘어난 발전용량 가운데 36%가 태양광발전이다.

미국이 이미 2011년부터 원자력보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 뼈아프게 다가온다. 전력만 봐도 2013년에 신재생에너지가 13%로 원자력(19%)과 격차를 좁혔다. 지난해는 전통의 수력보다 풍력·태양력 등으로 더 많이 전력을 만들었다. 2040년이면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이 18%를 담당해 원자력 16%를 넘어설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땅 덩어리가 큰 미국은 미국식대로 살면 그만이라고? 문제는 다음부터다. 미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기반으로 전기차 시대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대변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채야 한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뿐 아니라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대중화된 다양한 전기차로 시장을 파고들 경우 현대·기아차도 비슷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행태에 비춰볼 때 국내 완성차가 성장하는 기반은 국내 시장이다. 내수시장은 안정적인 테스트베드이자, 해외 판매력을 키우는 데 자금줄이 돼 왔다. 그러나 앞서 본 바대로 국내 에너지 수급체계로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 전기차 확산을 뒷받침할 수 있을까. 적어도 제주처럼 ‘바람으로 달리는 차’ ‘태양으로 가는 차’를 만들지 못한다면 ‘짝퉁 친환경 전기차’로 경쟁에 나서야 할 판이다.

미국은 앞으로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더 강화하려 들 개연성이 높다. 적어도 미국 시장에선 전기차를 늘려야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겸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회장이 “폭스바겐 사태는 미국의 음모”라고 볼멘소리를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1994년 GM의 전기차 ‘EV1 죽이기’에 나섰던 미국 사회를 향해 ‘누가 디젤차를 죽이느냐’고 되묻는 셈이다.

향후 자동차시장이 한 단계를 건너뛰고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모델로 갈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전기차 시대가 유력한 대안으로 보인다.

제주도 또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재 에너지 조달 모습도 뭍과 마찬가지로 비친환경적이다. 제주도 소비전력의 약 49%는 전남 해남과 진도에서 바다 바닥에 깔아 연결한 해저송전선을 통해 해결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3곳 화력발전소에서 조달하며, 앞으로는 LNG 기지를 만들어 화력발전을 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13%나 되는 건 본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런 마당에 전기차를 굴린다면 친환경차라고 일컫기는 어렵다. 지금 이대로는 전기차 섬은 ‘비현실적 이상향’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처지를 잘 아는 제주도가 에너지 수급 대전환에 나섰다. 2030년까지 ‘전기차 100%’를 위해 전력 생산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에 넓게 펼쳐진 태양광 패널은 어울리지 않아 풍력발전 위주로 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해안가 대신 가까운 해상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육상에 현재 300MW(메가와트)의 풍력발전기를 운영 중이며, 추가로 150㎿를 더 설치하기로 했다. 해상에는 1900㎿로 대폭 늘리는 목표를 잡아놨다. 훗날 제주도 북서해안 앞바다에는 풍력 바람개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얘기다. 김영길 신재생에너지담당(계장)은 “현재 3㎿급 풍력발전기 하나당 건설비가 60억원, 유지·보수에 연간 4억~5억원씩 들지만 순이익이 연 4억원을 넘어 채산성이 있다”고 밝혔다.

깨끗한 전기차 비용 부담 각오해야
제주도는 2030년까지 풍력으로 전력 57%를 맡고, 나머지는 태양광, 연료전지 등으로 채우기로 했다. 여기서 연료전지의 상당수를 LNG 같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수소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생산할 때 명실상부한 ‘탄소 없는 섬’이 될 수 있다.

1998년 국내에 첫 상업 풍력발전기가 가동된 제주도 동북지역인 행원에는 7일에도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날개가 바람에 부딪혀 나는 웅웅거리는 소음과 거대한 몸체가 환경을 거스른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도민들은 풍력발전 확대에 공감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금 일부는 지역민들에게 나눠주며 민원을 줄였다.

충전소를 가정이나 직장에 세울 경우 과금체계를 어떻게 할지, 충전기를 둘 장소는 어떻게 마련할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더 남아 있다. 공동주택이 발달한 한국은 미국과 달리 충전소 확보부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에너지 소비시간이 몰리고, 가격도 비싼 낮 시간에 급속 충전소를 늘린다고 소비자가 호응할지도 불확실하다.

풍력·태양열·수력 등에서 얻는 신재생에너지는 깨끗함의 대가를 요구한다. 소비자는 친환경 전기차를 위해 지갑을 더 열 준비가 돼 있을까. 정부는 익숙하고 편한 원전 증설 같은 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전기동력차 위주로 가야 한다는 견해가 많은데, 결국 원자력발전 증가 같은 에너지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이 전기차 사업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미국 전기차 대부분 집에서 밤새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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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장점은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운행되며, 충전은 어디에서 얼마나 하는지 실증자료는 부족하다. 미국 연구소의 실증사례 분석은 전기차를 준비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간경향>은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가 2011년 1월에서 2013년 12월까지 에너지부(DOE) 주도로 실시한 ‘충전포인트 아메리카’ 프로젝트 결과를 분석해 지난달 낸 최신 보고서를 입수했다. 527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미국에 팔린 대표 전기차인 닛산의 ‘리프’와 GM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형 전기차(PHEV)인 ‘볼트’를 위주로 이용 행태를 분석했다. 리프와 볼트 8000대, ‘카2고’ 카셰어링에 쓰인 전기차 300여대, 주거와 상업용 약 1만7000개 교류전력 레벨2(240V) 충전소와 22개 지역에 설치된 100개 직류전력 급속 충전소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1억2500만마일(2억116만8000㎞) 운행 기록과 600만 충전 횟수를 분석했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플러그인 전기차의 충전 행태와 관련해 가장 광범위한 시각을 보여준다”고 아이다호연구소는 자평했다.

보고서는 충전 장소와 관련해 “프로젝트 대상 대부분 지역에서 공공 충전소를 광범위하게 설치했지만, 대다수 충전은 집과 직장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집과 직장에서 충전한 전기차 운전자 비율은 98%였다. 직장에서 충전한 이유는 공짜여서인 듯하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돈을 내거나 충전한 뒤 차를 옮겨야 할 경우에는 직장에서의 충전을 꺼렸다.

가정에서의 충전은 전기료가 가장 낮은 시간대에 주로 이뤄졌다. 예컨대 샌디에이고에서는 한밤에서 오전 5시 사이가 가장 싼 시간인데, 대부분 전기차 소유자는 한밤이나 새벽 1시에 충전을 시작하도록 프로그램을 해뒀다.

전기차의 운행거리는 집 밖에서 충전한 경우가 더 길었다. 집에서만 충전한 전기차보다 72%나 더 먼 거리를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운전자는 가정 내 충전 만으로 왕복 출퇴근이 어려워서 직장에서 충전을 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 드러난 특성의 하나는 직장을 제외한 공공 충전소 이용률은 대체로 낮았다는 점이다. 2400여개 공공 충전소의 75%는 충전 이용 횟수가 주당 4회나 그 이하였다. 다만 쇼핑몰, 주차장, 잘 디자인된 충전소는 하루 7~11회 충전을 해 잠재력을 보여줬다. 충전 코드당 하루 평균 연결 시간은 8.6시간이었다. 이런 곳이 느리고 낮은 비용의 충전시설로 좋은 후보지다. 보고서는 “이것이 공공 충전소가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의 급속 충전소를 이용한 많은 이들은 시내와 시외를 이동하는 장거리 운전자였다.

또한 운행거리가 긴 볼트 운전자들은 배터리 전기차인 닛산 리프 운전자보다 더 자주, 더 충분히 배터리를 비운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볼트 이용자들은 대체로 리프만큼이나 전기차 모드로 운행한다는 점도 알려졌다.

볼트는 2013년 전국 평균보다 약간 더 먼 거리를 운행했다. 볼트 운전자는 배터리 에너지 저장력이 리프의 절반이 안 되지만 단지 6%만 적게 운행했다. 볼트 운전자는 재충전 전에 배터리를 최대한 방전하는 형태를 보였다. 반면 리프는 배터리가 상당히 남아 있는데도 재충전했다. 이는 순수 전기차와 PHEV 사이에 예견된 차이로, 볼트는 방전 뒤 내연엔진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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