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당기는 인천공항 ‘맛집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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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 많은 특수상권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높아 외식업체들 총력전

연초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놓고 유통 재벌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인천국제공항이 하반기 들어서는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맛집’ 대결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연간 이용객이 4500만명에 이르는 인천공항은 안정적 고객 확보가 가능한 대표적 특수상권이다. 외국인 이용객 비율도 36%나 되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사업을 성공시키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관문에서 외식업 승기를 잡기 위해 업체들은 저마다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 위주로 한식 바람을 일으키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올해 초 3기 식음료 매장 운영 사업자로 CJ푸드빌, SPC그룹, 아워홈, 풀무원 이씨엠디, 아모제푸드 등 5곳을 선정했다. 이들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등에서 오는 2019년 2월까지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인천공항 식음료 매장이 바뀌는 것은 2008년 2기 사업자 선정 이후 7년 만이다. 새로 입찰을 따낸 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리뉴얼 공사를 시작해 올 여름부터 속속 가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한식 전문점 ‘비비고’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비빔밥 메뉴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한식 전문점 ‘비비고’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비빔밥 메뉴를 살펴보고 있다.

CJ푸드빌 직영 브랜드 총집합
가장 먼저 진용을 갖춘 것은 CJ푸드빌이다. CJ푸드빌은 지난달 말 인천공항에 비비고, 계절밥상, 뚜레쥬르, 투썸 커피, 제일제면소 등 직영 브랜드 매장 12개를 모두 개점했다. CJ푸드빌은 인천공항 내 계열 식음료 매장을 ‘CJ 에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지난 2기 사업 때 인천공항 지하 1층에서 푸드코트 하나만 운영했던 CJ푸드빌은 이번 3기 사업에선 공항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1층 입국장과 3층 출국장 등 ‘랜드 사이드’(일반인 출입허용 구역) 구역을 따냈다. 해당 구역은 여행객은 물론 배웅이나 마중 목적의 공항 방문객, 입주사 직원 등 모든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다. 때문에 인천공항 식음료 사업장 가운데 매출이 가장 높은 ‘알짜’ 부지로 꼽힌다.

CJ푸드빌은 매장 설계 과정에서 공항 특성에 맞게 기존 브랜드의 분위기와 성격을 대거 바꿨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는 포장 메뉴를 강화한 ‘빕스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뚜레쥬르는 ‘베이커리 카페’ 콘셉트로 자리를 잡았다. 제일제면소는 늦은 시간 공항을 이용하는 입출국 고객을 위해 나이트 메뉴를 마련했다.

인천공항에 새로운 형태로 문을 연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익스프레스’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새로운 형태로 문을 연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익스프레스’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공항 식음료 매장을 ‘K푸드’ 문화의 진원지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운 CJ푸드빌은 한식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한식뷔페 ‘계절밥상’과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를 합쳐 ‘비비고 계절밥상’으로 매장을 냈다. 정통 한식과 뷔페형의 간단한 한식 메뉴까지 다양한 요리를 맛보게 해 외국인들의 접근성을 높일 목적을 담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전 세계인들이 매월 한두 번은 한국 음식을 경험하는 등 한식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개장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사업장 매출은 전년 추석에 비해 13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여객 숫자가 지난해보다 11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초과 성적을 낸 셈이다.

CJ푸드빌은 한식을 중심으로 인천공항에서 실적을 낸 뒤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 8월 기준으로 뚜레쥬르, 비비고, 투썸, 빕스 등 4개 외식 브랜드가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10개국에 진출했다. 해외매장 수는 230여개에 이른다. 이를 2020년까지 15개국 3600개 매장으로 늘려 현재 10% 수준인 회사의 글로벌 시장 매출 비중을 4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 해외 외식업체 관계자들이 인천공항 내 특화 매장을 살펴본 뒤 프랜차이즈 유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문을 연 아워홈의 식당가 ‘푸드 엠파이어’의 입구 모습.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문을 연 아워홈의 식당가 ‘푸드 엠파이어’의 입구 모습.

지난 7월 가장 먼저 식당가 ‘푸드 엠파이어 고메이 다이닝&키친’을 개점한 아워홈도 한식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3기 사업으로 인천공항에 처음 진출한 아워홈은 가장 넓은 4036㎡(1221평) 공간에 18가지 브랜드 맛집을 입점시켰다. 중국 요릿집인 ‘싱카이’와 이탈리안 ‘모짜루나’, 멕시칸 ‘타코벨’, 한식 ‘반주’, ‘손수반상’ 등이 들어섰고, 이달에는 할랄푸드를 파는 ‘니맛’ 등도 추가로 들어온다.

개장 한 달 만인 지난 8월 푸드엠파이어를 찾은 고객은 30만명을 넘겼다. 이 기간 전체 매출 가운데 한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가까웠다. 아워홈 관계자는 “공항에선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한식을 선호한다”며 “내국인은 오랜 해외여행 동안 먹기 힘든 한식을 마지막으로 먹고 떠나려 하고, 외국인들은 한국을 여행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공항에서의 한식 식사로 달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 인기 메뉴인 비빔밥의 경우 8월에만 3만 그릇이 넘게 팔렸다. 아워홈은 다음달까지 고급 한식 레스토랑인 ‘손수헌’을 추가로 들이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매장 임대료 올랐지만 기꺼이 지불
중견 외식업체 아모제푸드는 길거리 음식으로 분류되는 김밥, 순대, 떡볶이 등 분식류를 중심으로 ‘K 스트리트 푸드’를 열고 한식 마케팅에 동참했다. 여객터미널 4층에 들어선 해당 매장엔 단팥빵과 궁중떡 전문점도 함께 개장해 한식 디저트를 알리기로 했다.

풀무원 계열 외식업체 이씨엠디는 여객터미널 4층에 ‘한식 문화의 거리’를 콘셉트로 한 한식 면 전문점 ‘풍경마루’를 개점했다.

반면 본격 한식 브랜드가 없는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빚은’,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기존 브랜드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된 메뉴를 준비하고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실시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파리바게뜨의 경우 실제 추석 연휴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존 랜드 사이드에서 ‘에어 사이드’(환승 및 탑승 면세지역)로 입지가 바뀌고도 도리어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SPC 관계자는 “출국심사를 마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물 구입 등의 목적으로 들르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린 외식업체들의 공항 사업 경쟁이 격화되면서 인천공항 식음료 매장 임대료도 덩달아 뛰고 있다. 올해 사업권을 딴 5개 업체가 인천공항에 낸 임대료는 470억원으로 지난해 242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홍보효과 등 수치로 잡히지 않는 무형의 투자효과까지 고려하면 아깝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이 월 2000만원 이상의 평당 임대료를 지불하면서도 기꺼이 사업을 이어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공항 매장은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종의 ‘쇼케이스’나 마찬가지”라며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날수록 공항 식당가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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