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먹거리 납품 보은용사촌, 대명사업 의혹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민간업자가 명의 빌려 사업 운영… 치킨너겟, 햄슬라이스 등 독점 공급

“한 군데만 아닙니다. 거의 다라고 보면 됩니다.”

지난 9월 중순, 기자를 만난 제보자의 손에는 두툼한 서류뭉치가 들려 있었다. ‘거의 다’라고 하는 것은 자활용사촌의 수익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명(貸名·이름을 빌려주는 것)사업, 즉 민간인이 자활용사촌의 명의만 빌려 국가로부터 사업을 따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었다. 자활용사촌은 1급 상이군경들이 20명 이상 동일한 행정구역(동이나 리)에 거주하는 집단마을을 말한다. 법령으로 규정되어 있다.(‘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88조 4항) 이 법령은 “국가는 자활용사촌으로 지정된 마을은 행정상·재정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정부의 각급기관은 자활용사촌의 자립·자활을 위해 자활용사촌 복지공장 생산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3000만원 이상의 물품을 조달청에서 구매할 때는 경쟁계약을 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지만 위 훈령에 따라 자활용사촌 복지공장 생산품은 예외적용을 받는다. 자신도 상이2급 군인 출신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1급 상이군경의 경우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그 점을 파고든 것입니다. 민간인 대명사업자들이 일부 타락한 간부들과 결탁해 수십년간 빼먹고 있는 거예요. 정작 대우를 받아야 하는 상이군경들은 소외되어 방치돼 있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제보자가 들고 온 서류는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보은용사촌과 관련한 서류다. 국가보훈처의 2014년 자활용사촌 현황 서류를 보면 보은용사촌은 자동제어반, 배선판 등 전기 관련 사업과 함께 육가공 군납사업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박스기사 참조) 제보자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육가공사업이다.

장병 먹거리 납품 보은용사촌, 대명사업 의혹

관리·감독 제대로 하고 있나
“육가공사업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햄슬라이스나 치킨너겟 같은 것을 군부대에 납품한다고 하는데, 육계(肉鷄·닭고기)나 육류와 같은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분쇄발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일단 다 혼합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원재료 품질 확인이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고기라든지, 폐기되어야 할 재료가 들어가도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관련해서 납품을 받는 방사청이나 품질을 조사해야 하는 국가보훈처에서 꼼꼼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당장 보은용사촌의 운영회의록만 보더라도 형식상으로만 보은용사촌의 회사이지 대명사업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습니까.” 국가가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주간경향>은 제보자로부터 서류들을 넘겨받아 검토해봤다. 의혹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방위사업청의 국방전달조달시스템 등에 기재된 서류상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최모씨의 이름이 거론된다. 최씨는 보은용사촌의 회원도 아니며 민간인 신분에 불과하다. 그런 최씨가 사실상 오너이며, 형식상 대표로 되어 있는 보은용사촌 신모 회장 및 간부들과 함께 ‘결탁’하여 수익금을 광범위하게 빼돌린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햄슬라이스와 치킨너겟 등 보은용사촌이 군납하는 식품은 수의계약에 의해서 독점 공급한다. 다시 말해 전국의 모든 장병이 부식으로 먹는 이들 육가공류품은 관련 법에 따른 계약으로 보은용사촌이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서류에 따르면 보은용사촌의 계약액수는 2012년 61억8000만원에서 2013년 75억7000만원, 2014년 139억7000만원을 거쳐 올해 174억8000만원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방위사업청과 국가보훈처의 설명을 종합하면 군납 절차는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방사청은 해마다 조달계획을 세우면서 수의계약 대상 사업들을 선정한다. 수의계약이 결정되면, 원가계산 담당부서에서 의뢰를 받아 납품받을 물품의 원가를 산정한다. 계약을 진행하기 전에 갖춰야 하는 서류가 있다. 국가보훈처가 발행하는 직접생산확인서와 수익사업확인서다. 보훈처는 실제 직접생산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현장실사를 나간다. 최종적으로 이 서류들을 보훈처가 발급해주면, 방사청은 다시 관련 서류들을 검토한다. 방사청 관계자 ㄱ씨는 “원가산정의 경우 육류수출협회 공인가격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방사청 계약담당 관계자가 다시 서류들과 현장 상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실사를 나간다. 계약을 담당하고 있는 방사청 관계자 ㄴ씨는 “올해 3월에 치킨너겟 등을 생산하고 있는 경산공장으로 실사를 나갔는데, 공급·생산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납품하는 식자재의 품질 관련으로는 국방기술품질원 대구센터에서 관리를 해왔고, 유통회사를 통해 각 부대에 공급하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방사청이나 보훈처 관계자들은 최씨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의 말이다. “그분과 관련한 이런 저런 이야기는 들은 적은 있지만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다.”, “(<주간경향>의 연락을 받고) 그 사람 이름은 처음 들었다.”(방사청 관계자 ㄴ씨)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대부도)에 자리잡은 보은용사촌. 보은용사촌이 경북 경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육가공사업소가 명의만 빌려 진행하는 대명사업 의혹에 휩싸여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대부도)에 자리잡은 보은용사촌. 보은용사촌이 경북 경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육가공사업소가 명의만 빌려 진행하는 대명사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최씨, 부인 명의 펜션 저당은 왜?
보은용사촌 회원 대부분은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제보자는 말했다. “신 전 회장과 비슷한 연배로 알고 있다. 도와준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 사람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언론사 취재가 들어오고 있다는 연락이 오는 것은 최씨 쪽이었다. 이러다가 큰일난다고, 이게 문제가 되면 그나마 받는 돈도 끊기게 된다고.”(보은용사촌 회원 ㄷ씨)

방사청 쪽은 “회사 내부사정까지는 우리들도 다 알 수 없다”며 ‘보은용사촌주식회사’의 김모 상무를 소개시켜 줬다. 김모 상무도 보은용사촌의 회원은 아니다. 그는 “최씨는 초창기 사업을 시작할 때 같이 어드바이스 하신 분이며 일종의 조언을 주는 관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간경향>이 입수한 보은용사촌 관련 등기부등본 등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나온다. 보은용사촌은 2012년 1월 경북 경산의 ㈜마니커 경산공장을 인수하면서 은행으로부터 35억원의 근저당 설정을 받은 것이 확인된다. 그런데 2014년 4월, 이와는 별도로 ㈜마니커에프앤지에서 8억4000만원의 근저당 추가설정계약이 이뤄졌다. 이 추가설정과 관련해서는 보은용사촌의 운영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추가설정엔 경산공장과 대부도 보은용사촌 마을회관 이외에 2개의 펜션 땅이 공동담보로 설정되어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땅들 주인은 역시 보은용사촌과 상관없는 김모씨(54·여)였다. 그런데 김모씨는 앞의 최모씨 부인으로 확인된다. 제보자는 “(최씨가) 보은용사촌과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왜 보은용사촌이 빌린 돈의 담보로 부인 소유의 펜션 땅을 저당잡혔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서류가 있다. 2011년 설립한 보은에프앤디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대표는 기모씨(45)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상 사내이사 명단을 보면 다시 최씨의 부인 김모씨의 이름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임기만료된 후 다시 4월에 임원으로 등기된 것으로 나온다. 제보자는 “기씨는 사실상 ‘바지사장’이고 최씨가 사실상 주인인 회사”라며 “형식상 보은용사촌 주식회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회사로 되어 있지만 내가 2012년 김해공장을 방문했을 때 나란히 명패가 걸려 있어서 어떤 회사인지 찾아봤다가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에프앤디 측은 보은용사촌과 별도의 회사라고 주장하면서도 사무실은 보은용사촌 마을회관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간경향>이 확인한 결과, 용사촌 마을회관 내에 관련 회사는 없었다. 보은에프앤디 측이 “최근 사무실을 옮겼지만 집기 등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던 사무실. 그러나 보은에프앤디 측이 주장한 집기 등은 남아 있지 않았다.

보은에프앤디 측은 보은용사촌과 별도의 회사라고 주장하면서도 사무실은 보은용사촌 마을회관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간경향>이 확인한 결과, 용사촌 마을회관 내에 관련 회사는 없었다. 보은에프앤디 측이 “최근 사무실을 옮겼지만 집기 등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던 사무실. 그러나 보은에프앤디 측이 주장한 집기 등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의혹 당사자들은 어떻게 답할까. 다시 보은에프앤디 서류를 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본점 주소지가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보은용사촌 마을회관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보은용사촌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해 봐도 보은에프앤디라는 회사는 마을회관에 존재하지 않았다.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문이 떠오른다. “아… 우리 사무실 마을회관에 있습니다. 화장실 옆의 작은 방에. 거기를 임대했습니다.” 9월 30일 기자와 통화한 이 회사 대표 기모씨의 말이다. 기 대표에 따르면 보은에프앤디는 보은용사촌과 아무 상관없는 별도 법인이다. 보은용사촌의 주된 사업인 ‘군납’과는 상관없이 웨딩홀 뷔페나 일반 상사 뷔페 납품 등의 일을 하는 작은 회사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보은용사촌과 관계는… 기존 생산제품 총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군납 이외에 생산하는 제품들을 받아다가 전국에 판매합니다.” 최씨 부인은 어떤 경위로 사내이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가지 상황이 되어서 그만둔 것인데, 기자라고 다 답변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별도 법인 회사, 용사촌에 주소?
최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나는 (보은용사촌으로부터) 월급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은용사촌과 관계를 맺은 것은 문모 전 회장과의 개인 인연 때문이라고 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그곳 매립공사를 했다. 문모 회장이 건설경기가 좋지 않으니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달라고 해서 육가공사업을 제안했다.” 대출에 자신 부인 명의의 펜션을 담보로 잡은 까닭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마니커에프앤지로부터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보은용사촌이 담보를 잡아도 돈이 다 안 돼서 쩔쩔 매니까 은행대출로 30억을 하고 나머지 7억 부분과 관련해서 보증인을 세우라고 했다. 그런데 상이군인들은 개인적으로 보증서는 일을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니 마니커에서 저보고 보증서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하니 그러면 집사람이라도 세우라고 해서, 물건을 생산해 OEM으로 납품하는 형식으로 한 달에 5000만원씩 까는 것을 조건으로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근저당계약은 올해 3월 최종 해소되었다.

보은용사촌이 방사청 수의계약으로 전군 군부대에 독점 납품하고 있는 햄슬라이스와 치킨너겟 제품.

보은용사촌이 방사청 수의계약으로 전군 군부대에 독점 납품하고 있는 햄슬라이스와 치킨너겟 제품.

‘별도 법인’ 보은에프앤디와 관련해 그의 진술은 이랬다. “거기 대표가 대우엔지니어링에 근무하다 나왔다는 것을 아는 후배가 소개해서 알고 있었다. 그 회사를 나왔다고 하길래, ‘보은용사촌에 와서 입사해 근무해라’고 내가 말해 김해공장에 와서 일했다. 당시 직책은 관리부장이었다. 대우에서 경리관리를 했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내가 소개해서 입사했는데, 보은용사촌 회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되어서 나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유통을 해보겠다고, 그래서 회사를 하나 내서 유통을 하게 된 것이다. 또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러면 ‘형수 이름(최씨의 처)을 넣어서 해라’고 말해줬고….” 최씨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보은용사촌주식회사와 관련한 핵심적인 결정을 ‘아무 관계’도 아닌 그가 하는 셈이었다. 최씨에게 물었다.

그래서 대명 의혹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을 대명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사실 나도 요즘 자꾸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날카로워지고, 짜증스럽다. 기자님에게 결례할 이유가 없어서 답변하는 것이다. 기자님이야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게 신문에 나게 되면 보은용사촌은 피해 아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신문에 보도된 미디어사업소 LED공장의 경우 진짜 대명이다. 그야말로 손발이 없는 사람들이 35억 대출을 받아서 한 것을 가지고 마음을 졸이고 있다. 손발 없는 상이군경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정상적인 판단을 해달라. 국가유공자가 되든 복지단체든 장애인단체든 자기 돈 들여서 사업하는 곳은 없다. 보훈처에서도 수없이 실사를 나왔고, 방사청에서도 나왔지만 보은용사촌육가공사업소는 성공사례라고 한다. 차라리 그것을 써달라.”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보은에프앤디 부인 명의의 사내이사도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면 무엇으로 먹고 사나.
“안중근청년아카데미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부모회 이사직도 맡고 있고….”

자녀가 장애인인가.
“그건 아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분들을 돕고 있다. 올림픽공원에서 1년에 한 번씩 체육대회를 한다. 아는 친구들 회사 스폰서를 받아서 행사를 치를 수 있게 연결해주고 있다. 거기는 봉사활동이고, 주로 내가 하는 것은 펜션과 건설사업이다. 대부도에서 펜션단지들을 후배들과 같이 개발해서 하고 있고…. 신모 회장은 저보다 두 살 위인데, ‘야, 이거 경비 들어갔으니 용돈으로 써라’ 하고 30만원도 주고 50만원도 주는데, 그런 것 이외에 금전적으로 받은 것은 없다. 보훈단체 복지사례, 성공사례로 써주면 보답하겠다.”

<주간경향>은 최씨가 보은용사촌 경산육가공사업소 대표로 직함을 표기하고 있는 여러 증거자료들을 확보했다. 보은용사촌 경산공장 매입과정에서 서류작업을 했던 마니커에프앤지 관계자도 그를 ‘대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의 말. “공장장으로 알고 있었다. 경산육가공사업소 대표. 왜냐하면 그쪽에서 전화해서 모든 업무, 매매·행정업무 전체를 주관했다. 신 회장과 두 사람 사이의 인적관계는 모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항상 그분(최씨)과 대화했다. 신 회장도 최씨를 최 대표라고 불렀다. 도장이나 날인은 신 회장 명의로 찍지만 매매라든가 향후 일정이라든가 그런 것은 같이 회의도 했고….” 최씨는 ‘경산육가공사업소 대표’라는 직함을 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본부장이라고 한 적은 있다”고 답했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보은용사촌 주식회사, 보은에프앤디 관련 내부자료들 정용인 기자

<주간경향>이 입수한 보은용사촌 주식회사, 보은에프앤디 관련 내부자료들 정용인 기자

“전형적인 대명사업 케이스”
계약서류를 꾸미는 것은 보은용사촌 주식회사가 주체로 되어 있으니 대명사업은 아닐까. 이번 국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김기식 의원실 관계자는 “실제 대명사업의 경우 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 없게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 제보자의 고발이 아닌 경우 적발하기도 어렵고, 실제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상이용사들이 직접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명사업 여부를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천우 국가유공자광장 전 대표는 “대명사업으로 논란이 된 다른 케이스와 보은용사촌 케이스를 비교해 봐도 사실상 전혀 다를 바 없으며 전형적인 대명사업 케이스”라고 말했다. 서류상 위장을 해놓고 일부 간부진이 민간업자와 결탁해 사업을 한 경우라는 것이다.

보은용사촌 비리의혹이 나온 것은 보은용사촌 회원들로부터다. 앞의 용사촌 회원 ㄷ씨는 “우리가 받은 것은 38명 회원이 100만원씩 해서 월 3800만원을 이익잉여금조로 받은 것이 전부”라며 “경산공장을 인수하게 된 것도 대명사업으로 걸릴 위험이 크다면서 이렇게 하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회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보은용사촌 회원들은 <주간경향>의 취재가 시작된 직후, 전임 집행부를 불신임했다. 제보자는 “문제는 보은에프앤디나 임대차 관계된 부분, 부채관계나 수익 관련된 부분 등이 운영위원회에서 한 번도 제대로 보고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차후에 검찰 고발 조사를 통해서라도 전임 집행부와 민간인들 사이의 거래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말 취임한 양운영 신임 회장은 “현재까지는 의혹만 있을 뿐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며 “(전임 회장단이) 불신임 받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왜 회원 중 20명이 불신임에 찬성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계약 관련 서류 등 일체를 인수인계 받는 중”이라며 “만약 사법처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요청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임 신 회장은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그만둔 사람에게 무슨 질문을 하느냐”며 “실무를 담당하지 않아 묻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자활용사촌 사업, 왜 논란이 끊이지 않나

김기식 의원: …대명사업을 해왔다는 명백한 증거가 다 확인되었습니다. 위법이지요?

보훈처장?

국가보훈처장 박승춘: 예, 대명사업은 안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김기식 의원: 그런데 과거에도 이 대명사업의 문제가 적발돼서 2011년도에 보훈처에서 경고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했지요?

국가보훈처장 박승춘: 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기식 의원: 2011년도에 경고해 놓고 그 뒤 5년 동안 계속 이 대명사업을 하고 있는데, 보훈처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요. 보훈처장 입으로 명백히 불법행위라고 인정하고 증거자료가 다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9월 18일 국회 국감장에서 국가보훈처장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이에 오간 문답이다. 김 의원이 지적한 대명사업은 위에서 살펴본 보은용사촌과는 다른 케이스다. 국가보훈단체들의 대명사업 논란은 국감 때마다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 왔다.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 국가보훈처가 2014년에 정리한 ‘복지공장 운영 자활용사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19개 자활용사촌이 복지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생산품은 이런 것들이다. 도로시설물, 옥내외광고물, 양말, 전산기록지, 동내의, 목도리, 납골함, 태극기, 결재판, 사무용품, 육가공식품…. 관련 법령에 의해서 이들 생산품은 수의계약으로 국가가 구매하도록 되어 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상이군경·용사촌 관계자들은 “수의계약으로 수십년째 납품을 하다 보니 고질적인 납품비리 사슬이 형성되어 있다”며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용사촌 상이군경 당사자는 이익잉여금이라고 1인당 70만~120만원 정도 받는 데 그칠 뿐, 이익의 대부분은 이름을 빌려 생산하는 민간사업자와 그들과 결탁한 일부 단체 간부들만 배불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명사업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 이후 수의계약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보은용사촌 회원들은 “최씨로부터 ‘이게 언론에 보도되고 문제가 되면 쪽박마저 깨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주천우 국가유공자광장 전 대표는 “상이용사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원래 취지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며 몇몇의 행위로 수익사업을 못하게 되어 용사촌 회원 전체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용사촌 회원들에게 이익이 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국가기관이 수익사업 자체의 관리·감독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의계약이 민간업자와 특정 비리간부의 결탁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경쟁으로 돌리는 대신, 경쟁으로 사업권을 따낸 사업자가 일정 금액을 기탁해 그것으로 용사촌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대부도)에 자리잡은 보은용사촌. 보은용사촌이 경북 경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육가공사업소가 명의만 빌려 진행하는 대명사업 의혹에 휩싸여 있다.

보은에프앤디 측은 보은용사촌과 별도의 회사라고 주장하면서도 사무실은 보은용사촌 마을회관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간경향>이 확인한 결과, 용사촌 마을회관 내에 관련 회사는 없었다. 보은에프앤디 측이 “최근 사무실을 옮겼지만 집기 등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던 사무실. 그러나 보은에프앤디 측이 주장한 집기 등은 남아 있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