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살이 되는 영양 이야기 5가지

(5) 올빼미형 인간, 아침 입맛 회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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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비만한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전형적인 식습관이 바로 아침을 자주 거른다는 것입니다. 대신 모자란 것을 저녁에 몰아 먹어서 저녁 과식이 많으며, 야식을 자주 먹는 양상을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낍니다. 특히 늦게 취침하고 아침잠이 많은 올빼미형 인간들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해가 지고 야심한 시간이 되면 정신이 맑아지면서 머리도 잘 돌아가고 덩달아 입맛도 도는데, 아침이 되면 몽롱하니 입맛도 까끌까끌해지는 그런 유형 말입니다.

사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보다 IQ도 높고 창의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녁형의 생활 패턴 때문에 건강이 우려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비만이 될 위험이 3배가 높고, 근육 감소증의 위험은 4배가 높았다고 하네요. 당뇨병의 위험도 높아지고요. 이렇게 본다면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해서라도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협 임직원들과 주부들이 2013년 5월 30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아침밥으로 가족 건강 지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약밥을 나눠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농협 임직원들과 주부들이 2013년 5월 30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아침밥으로 가족 건강 지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약밥을 나눠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8~12시간 공복상태 후에 맞는 아침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30~40대 남성의 3명 중 한 명은 아침식사를 안 한다고 합니다. 아니 못한다고 합니다. 결식률이 꽤 높은 편이지요. 결식의 이유는 입맛이 없어서 또는 아침에 너무 바빠서…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식상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아침식사는 꽤 중요합니다. 아침이 되면 우리 몸은 8~12시간 동안 공복상태로 지낸 뒤가 되기 때문입니다. 긴 시간 동안 음식물이 우리 몸에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 몸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게 돌아갑니다. 일단 머리(brain)가 잘 돌아가려면 두뇌에 에너지가 잘 공급돼야 하는데, 우리 몸 중에서 두뇌는 여러 영양소 가운데 유독 당분(포도당)을 편식하는 곳입니다. 근육은 당분이 없으면 지방도 가져다 에너지로 쓰곤 하는데, 두뇌는 웬만큼 죽을 정도가 아니면 끝까지 당분을 고수합니다. 우리는 한 끼 굶고 가끔 이런 얘길 하곤 하죠. “아, 당 떨어져~”. 이때 그 당이 바로 두뇌가 좋아하는 포도당입니다.

우리 몸은 단백질이나 지방은 꽤 많이 저장할 수 있어도 당분은 많이 저장하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당분을 많이 저장할 수 있는 사람도 보통 하루 정도 굶으면 고갈되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두 끼 정도 굶으면 바닥이 납니다. 따라서 저녁식사를 7시쯤에 하고 다음날 아침을 안 먹고 점심시간인 12시까지 버틴다면 17시간의 공복 시간을 지내면서 이제는 두뇌가 사용할 당분이 떨어집니다. 머리가 안 돌아갑니다. 일이 안 됩니다. 영어로 아침식사가 ‘breakfast’인 것을 풀어보면 그 의미에 중요한 의의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침식사는 ‘Break+fast=공복 상태를 깨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일부러 아침식사를 거르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비만한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전형적인 식습관이 바로 아침을 자주 거른다는 것입니다. 대신 모자란 것을 저녁에 몰아 먹어서 저녁 과식이 많으며, 야식을 자주 먹는 양상을 보입니다. 실제로 아침을 안 먹는 사람들이 아침을 정기적으로 먹는 사람들보다 비만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빵과 죽,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으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식사 메뉴. / 경향신문 자료사진

빵과 죽,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으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식사 메뉴. / 경향신문 자료사진

늦잠 자면 당연히 아침 입맛 없어
이런 분들의 생활패턴을 보면 아침에 늦잠을 자기 때문에 시간과 입맛이 없어 아침을 거르고 허둥지둥 출근을 합니다. 오전에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하다가 음료수나 자판기 커피를 몇 잔 마신 후 점심을 허겁지겁 먹게 되지요. 그러고는 정신없이 바쁜 오후를 보낸 후 배가 몹시 고픈 상태에서 저녁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부터가 문제입니다. 저녁부터 하루에 먹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먹게 됩니다. 폭식을 하는 경우도 많고, 삼겹살에 소주 또는 치맥 등으로 폭음을 하기가 십상이죠. 또는 귀가 후 밀린 일이나 TV 시청, 인터넷 사용 등으로 취침이 늦어진다면 출출해져 라면을 끓여 먹거나, 더 과감하면 전화 한 통으로 배달되는 치킨이나 족발을 야식으로 먹고 새벽 2시쯤에 취침을 하지요. 포식한 상태에서 늦게 잠들었기 때문에 늦잠을 자고 시간과 입맛이 없어 또다시 아침을 거르고 출근을 합니다. 이런 생활 패턴이 계속 사이클을 이뤄 반복되면서 몸에 체지방이 점점 쌓여가기 쉽습니다. 특히 배꼽을 중심으로 지방이 쌓이면서 뱃살이 늘어가기 쉽습니다.

체중감량을 위해 아침식사를 해야 할 이유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밥보다 칼로리가 더 높은 군것질(음료수, 떡, 빵, 과자 등)을 하게 되기 쉽습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저녁 늦게 반드시 많이 먹게 됩니다. 특히 저녁에 많이 먹으면 술이나 고기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먹기가 쉽습니다.

-같은 식사라도 아침에 먹는 것이 저녁에 먹는 것보다 식사에 의한 열 발생으로 소비하는 에너지가 많습니다. 따라서 저녁식사가 아침식사보다 체내 에너지 저장을 더 많게 합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초대사량 저하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손해가 됩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이후에 과식하게 되고 과식하면 급격한 혈당 상승으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체지방 합성이 증가합니다.

뱃살을 빼야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올빼미형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생활 사이클 중에서 어딘가에서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일찍 취침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유나 토스트, 과일 등의 간단한 아침식사라도 꼭 해야 합니다. 물론 타고난 체질(?)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처음에는 많은 양을 먹기가 힘들겠지만 먹는 것도 습관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습니다. 반복하다 보면 생체리듬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고 저녁의 폭식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실제로 저녁식사를 가볍게 먹는 분들, 즉 전체 칼로리를 하루에 걸쳐 고루 나누어 드시는 분들은 아침식사를 위해 일찍 일어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자면 배가 고파서라도 일찍 일어나는 것이 더 쉬워지는 것이지요.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량을 줄이더라도 아침 쪽에 더 비중을 둬 많이 먹는 것이 유리합니다.

<홍경희 동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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