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머니게임’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가히 간편결제 대란이라 할 만하다. 최근 국내업체들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98년에 등장한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이 폭넓게 쓰이고 있고, 중국에서도 2004년 등장한 알리페이(Alipay)가 소위 국민 서비스로 등극한 지 오래됐다. 그동안 제대로 된 간편결제 서비스 하나 갖지 못했던 국내 시장이 드디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불붙기 시작한 것은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정책과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드’ 발언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SK플래닛의 시럽,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비씨카드의 페이올, 신세계의 SSG페이, 지마켓과 옥션의 스마일페이, NHN엔터의 페이코,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등 수많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으며,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네이버에서 분할된 NHN엔터까지 간편결제 사업에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네이버가 자사 쇼핑검색에 입점한 중소 쇼핑몰 위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NHN엔터는 대형 쇼핑몰들과 제휴해 막대한 할인쿠폰을 풀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네이버가 간편결제 서비스에 얼마나 역량을 집중하느냐에 따라 NHN엔터와 거하게 부딪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홍보 도우미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선보이고 있다.

홍보 도우미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무엇보다 서비스 제공 주체가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들의 기능과 UI상 차별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편결제라는 게 말 그대로 간편한 결제를 제공하는 것인데, 간편함에 대단한 다양성이 있을 리 없다. 간편결제 기능만 놓고 보면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재료가 별반 없다는 의미다. 그러니 다들 사전에 신용카드 번호와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해놓고, 결제 시 비밀번호만 입력해 결제를 마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오프라인에서는 바코드 스캔).

그런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에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하던 간편결제(앱카드)와 그 간편함에 있어 차이가 없다. 다만, 특정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달리 여러 회사의 신용카드를 등록해 놓고 골라서 결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간편할 수는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주로 이용하는 카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단한 매력 포인트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렇듯 수많은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그 기능과 특성에 있어 차별성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기에 현재 상황은 머니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다르게 말해, 마케팅 예산을 많이 확보해 여러 쇼핑몰에서 다량의 할인쿠폰을 뿌리고 이를 통해 경쟁 서비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유일한 전략인 것이다. 50% 할인쿠폰은 기본이고, 70% 할인쿠폰까지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쇼핑 커뮤니티들은 난리가 났다. 오늘은 이 서비스, 내일은 저 서비스에서 할인쿠폰을 받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은 언제까지 갈까? 당분간은 업체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테고, 그러한 흐름은 새로운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동안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실탄(돈)이 떨어져 손들고 퇴장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쟁자들이 쓰러져가는 가운데, 엄청난 비용을 쓰면서 결국 끝까지 버티고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업체가 게임의 승자다. 그걸 알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의 결과를 알게 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1~2년 내에 결판이 날 수도 있다. 그날이 오면 지금의 꿀 같은 혜택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때까지 시한부의 과실을 맘껏 누리길 바란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