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인방’ 국회 컴백 당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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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유일호 국토·유기준 해양… 경제성적표가 주요 변수 될 듯

친박 의원 경제부처 장관들의 국회 복귀가 앞당겨질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한시 장관’인 친박 의원들의 거취가 또다시 정치권과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부처 수장으로 있는 친박 현역의원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3명이다. 이들의 국회 복귀에는 경제부처 수장으로 있을 때의 경제성적표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제성적표가 좋을 경우 여론의 지지를 받아 국회에 쉽게 안착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되레 비토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과 비박 간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공과는 더욱 냉정하게 반영될 수 있다.

최 부총리, 상반기 성적표 좋지 못해
최 부총리는 오는 1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한국개발연구원의 ‘6월 경제동향’ 자료를 보면 상반기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올 초부터 엔저에 성장세가 꺾일 조짐이 보이더니 메르스 사태에다 중국 경제 위축, 그리스 사태 등이 겹치면서 주요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4월 취업자 수는 21만6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33만8000명)보다 13만5000명이나 줄었다. 5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0.9% 감소했다. 5월 중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6%포인트 감소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월 74.1%에서 6월에는 73.4%로 내려왔다. 서비스업, 설비투자, 소매판매 등도 지난해보다 좋지 못하다.

최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등 4대 부문에서 구조개혁을 해내겠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노사정위원회는 불발됐고, 야심차게 올리려던 최저임금도 재계의 외면 속에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초에 터졌던 연말정산 파문이 뼈아팠다. 2014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 결과 납세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리더십이 크게 훼손됐다. 연말정산 파문은 3월 말이 돼서야 진정됐다.

장관 임명 이전인 지난해 3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장관 임명 이전인 지난해 3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이완구 전 총리 사퇴도 최 부총리에게는 악재였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에 연루되며 이 전 총리가 사퇴하자 최 부총리는 52일간 총리 대행을 했다. 최 부총리는 5월 11일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국무총리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국회의원 최경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본의 아니게 총리가 사퇴하는 바람에 긴 타이틀의 사나이가 됐다.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여러 가지 하다보니 아주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도 총리 대행기간에 터졌다. 한 발 떨어져 사태를 관망하던 최 부총리는 상황이 크게 악화되자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러 뛰어들었다. “탱크가 지쳤다”는 얘기가 기재부 안에서도 나왔다.

최 부총리가 최근 전념하는 것은 청년고용 확대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에 붙은 대자보에서 경제성적 ‘F학점’ 평가를 받은 뒤 청년취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최 부총리가 내세우는 최고 성과는 부동산이다. 5월 부동산 거래량은 10만5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5%가 늘어났다. 하지만 반대급부도 만만찮다. 11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폭등이 예사롭지 않다. 맥킨지의 연구기관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최근 ‘세계 부채 보고서’에서 한국을 네덜란드, 캐나다, 스웨덴,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함께 7대 가계부채 관련 취약국으로 분류했다.

최 부총리의 최종 경제성적표로 기록될 것은 올해 성장률이다. 최 부총리가 3% 사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등 22조원을 경기부양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성장률 3%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취임과 함께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겠다”며 46조원의 경기부양안을 내놨다. 올해 예산은 균형예산보다 8조8000억원 추가로 편성했고, 추경 등으로 22조원을 쓰기로 했다. 지난 1년간 푼돈만 78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지난 4월 22일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선체인양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난 4월 22일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선체인양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유기준 해양, 아킬레스건 ‘세월호 수습’
취임 100일을 넘긴 유일호 국토부 장관과 유기준 해수부 장관도 서서히 경제성적표가 작성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년 초 국회로 돌아갈 것을 감안하면 벌써 임기의 3분의 1이 지났다.

유기준 장관은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한국인 첫 사무총장을 배출시킨 것이 가장 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당시 쌓은 국제인맥을 활용해 로비를 벌이고, 외교부와의 협업체제를 가동하면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막판 역전극을 벌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IMO 사무총장 배출은 1996년 해수부가 신설된 이후 2010년 여수엑스포와 함께 해수부 최대 경사로 평가된다. 한국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불법조업국을 탈출하는 데도 유 장관은 기여했다. 특히 해수부 장관이 아니었던 지난해부터 국회의원 자격으로 관련 예산 확보와 관련법 개정에 직접 관여했다. 해양전문 변호사 출신에다 지역구에 부산 공동어시장이 있어 해수부에 적응하는 기간이 짧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임 사장이 처음 (IMO 사무총장에) 도전한다고 할 때 나는 한 번 해보라고 했는데 정부에선 ‘니까짓게 뭘 하느냐’며 협조를 하지 않았다. 내가 모처에 특별히 부탁했고, 그때부터 협조·지원이 돼 이번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유 장관 견재에 나선 것은 이런 흐름 때문이다. 김 대표와 유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잠재적 경쟁자다. 현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와 서구가 인구하한선에 걸려 통·폐합될 가능성이 크다. 유 장관의 아킬레스건은 세월호 참사 수습이다. 해수부가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재개정 논의에 적극 뛰어들지 않는 등 주무장관으로서 해결 의지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족들이 아직도 이주영 전 장관을 찾는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유일호 국토, 자기 색깔 보여주지 못해
유일호 장관은 자신만의 색깔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유 장관은 취임 전부터 조세연구원장 출신으로 국토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많았다. 전셋값 급등이나 빠른 월세 전환에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했지만 대출자금 인하가 고작이었다. 목동, 잠실·송파, 공릉 등에서는 행복주택 건설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 의지가 그닥 없어 보인다.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은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없는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역시 별 움직임이 없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최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다.

3인방의 행보는 정치권에 달려 있다. 친박과 비박 간 싸움이 격화될 경우 최경환 부총리가 국회에 조기송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회 주변에는 이르면 7~8월 신변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만 유일호, 유기준 장관은 당장 퇴임이 어려워 보인다. 취임 100여일 만에 출마를 위해 국회로 가게 될 경우 국민 여론이 나쁠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흔들 때는 그 자리에 무게감 있는 친박의원을 넣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행정부 수장으로 있는 의원들을 동시에 복귀시킬 경우에는 인사청문회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여러 가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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