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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논란 이젠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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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양성평등기본법’ 시행… “성별 격차 현 상황 극복 의문”

한국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남성이라도 ‘여성전용’이 붙은 시설에 호감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부를 비롯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여성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전용 시설을 확충한 정책은 이 ‘비호감’을 이끌어낸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여성전용 주차장을 비롯해 여성전용 도서관, 여성전용 화장실, 여성전용 체력단련시설 등이 곳곳에 설치될 때마다 일각에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실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시설에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얼핏 봐도 어폐가 있어 보이는 대표적 사례는 여성전용 화장실이다. 여자화장실이 말 그대로 여성전용 화장실인데 따로 ‘여성전용’이란 이름표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2009년부터 시내 공원 20곳에 여성전용 화장실을 설치해온 전북 익산시는 화장실 사용자 중 여성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돼 불가피하게 여자화장실을 확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남자화장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여자화장실 수요를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충북 제천시의 여성전용 도서관은 남성단체의 항의와 국가인권위 진정을 거쳐 남녀 공용 시설이 된 경우다. 1994년 설립 당시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한 지역 여성 교육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기증자의 요청을 통해 세워진 도서관이 18년 후 뒤늦게 논란에 휩싸였던 것이다. 인권위가 “현재의 운영은 시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이뤄지고 있고 남성을 이용하게 해도 여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남성 이용 허용을 권고함에 따라 여성전용이라는 꼬리표를 떼내면서 일반 공공 도서관과의 차이는 사라졌다.

한 공공기관 주차장에서 여성전용 주차장 구획을 도색하고 있다. / 도로교통공단 제공

한 공공기관 주차장에서 여성전용 주차장 구획을 도색하고 있다. / 도로교통공단 제공

어머니의 권리와 함께 아버지의 권리도
여성전용 시설 때문에 생기는 역차별 논란도 7월부터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제정돼 지난 20여년 동안 여성정책의 근간이 됐던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이름을 바꿔 7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법 시행과 함께 여성 차별을 해소하는 한편 여성에게 부족한 부문의 지원을 늘린다는 데 초점을 두고 집행됐던 정책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여성부는 그동안 제도적 측면의 성차별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실질적인 양성평등 실현 쪽으로 기본법의 무게중심을 옮기려 하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남성에게 있을 수 있는 역차별 문제까지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성평등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역차별 논란은 상당 부분 비켜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어머니의 권리’와 함께 ‘아버지의 권리’를 함께 명시하면서 육아휴직 활성화와 같이 남성도 직장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게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대표적 정책이다. 여기에 군 복무 의무에 비해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군 복무기간의 경력을 민간기업 호봉으로 의무 반영하게 하는 정책의 논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바탕으로 여성이 충분히 개발된 존재라는 점을 전제해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도 “여성이 전체 저임금 근로자의 75.9%를 차지하는 등 성별 격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법으로 성차별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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