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세무조사 김범수 의장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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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 친인척 타겟’, ‘청와대 하명 수사’ 소문 끊이지 않아

“그런 오해가 있네요. 어제도 브리핑하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기자가 있던데, 다음카카오 세무조사와 이 건은 별개 사안입니다.” 6월 26일,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과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이 건’은 6월 26일 발표한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 출범식을 말한다. 이날 출범식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출범식을 마친 박 대통령은 원희룡 제주지사,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전정환 혁신센터장의 안내로 혁신센터의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국세청 조사4국의 전격적인 다음카카오 세무조사가 시작된 날은 6월 16일이다. 국세청 조사4국은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다. 다음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6월 24일, 기자에게 “국세청 세무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정환 혁신센터장은 다음 개발본부장 출신이다. 혁신센터 출범식에 이어 진행된 오찬 자리에서는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건배 제의를 했다. 대통령과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의 핵심 임원이 한 자리에 동석한 사실 자체가 흥미를 끄는 일이다.

청와대 “사실무근이다” 펄쩍 뛰어
미래부 관계자가 언급한 ‘오해’는 이런 것이다. 제주 혁신센터 설립은 순탄치 않았다. 센터장 공모과정에서 2명의 지원자가 나섰지만, 미래부는 2명 다 ‘부적격자’라며 돌려보냈다. 그 뒤 다음카카오 출신인 전 본부장이 센터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네이버 측 한정호 이사가 센터장을 맡은 강원도와 다르게 삐걱거리는 잡음이 나왔다. 제주 지역사회에서는 혁신센터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종전에 진행되던 제주 테크노파크 사업과 중복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혁신센터 총투자금액 1569억원 중 다음카카오가 400억원, 아모레퍼시픽이 300억원을 댔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와 다르게 다음카카오는 회사 사이즈 자체가 작다. 혁신센터에 들어갈 돈을 어떻게 다 마련하느냐. 어차피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그래도 정부가 하라면 할 수밖에 없다. 아모레퍼시픽하고 반반으로 나누는 것은 청와대 쪽에서 조정한 것으로 안다. 아모레 쪽은 화장품 관련으로 특화해 3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6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다음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왼쪽) 등과 캐릭터 산업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6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다음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왼쪽) 등과 캐릭터 산업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이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와 마찬가지로 “다음이 혁신센터 투자를 주저했기 때문에 보복성으로 세무조사당한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혁신센터 출범은 원래부터 계획돼 있었기 때문이다. 출범 한 달 전부터 다음카카오 쪽에서는 청와대에 상주요원을 보내 업무를 조율했다. 청와대의 관심은 지대하다. 이미 혁신센터가 만들어진 곳도 일일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BH(청와대)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지신들의 기획작품으로 보는 업계 시각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던데….”

아닌 게 아니라 업계에 ‘청와대 하명설’은 파다하다. 다음의 전 고위임원은 <주간경향>에 “정확한 워딩은 다 다르지만 국세청 조사4국이 청와대로부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라’는 오더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세무조사는 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분석보고서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세청 직원들이 수집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를테면 ‘부동산 투기가 심하다’는 말씀이 나온다. 그러면 국세청에서는 종전에 수집해 놓았던 부동산 투기 기업에 대한 자료가 있지 않겠나. 데이터베이스에 보면 기업마다 자료가 있다. 땅을 많이 사둔 회사, 부동산 투기를 하는 회사들을 쭉 스크린해 정책자료를 만들어 올리면 그걸 바탕으로 분석보고서를 만들고 특별세무조사에 들어가는 식이다.” 분석보고서가 작성되는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첩보 또는 제보다.

이번 다음카카오 세무조사가 이례적인 것은 합병 전인 2014년 4월, 이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음의 경우, 2013년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로 뽑혀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다. 모범납세자 중 국세청장 표창 이상을 받는 경우 3년 동안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2014년 4월과 현재의 세무조사를 두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조사이며, 뭔가 (정권에) 밉보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6일 제주 동문시장을 방문해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을 통한 전통시장 지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6일 제주 동문시장을 방문해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을 통한 전통시장 지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김범수 개인 투자 회사에 의혹 집중
다음카카오 측과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 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설만 무성하다. 업계 관측은 “이미 세무조사를 받은 다음 측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합병 전 카카오 측 인사들에 대한 탈세조사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내부자들로부터도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지목되는 것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다.

지난해 10월 카톡 민간인 사찰 국면 전후에 사찰당국이 다음카카오의 사실상 오너인 김 의장 주변에 대한 첩보 수집을 한 사실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올해 초 ‘마인드 프리즘 갈등사태’를 일으킨 사실상의 이유도 지난해 10월 31일, 주변조사에 압박을 느낀 김 의장이 돌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빚어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주간경향> 1111호 관련 보도 참조).

김 의장 주변 의혹의 중심에는 김 의장의 100% 개인출자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있다. 6월 26일, 다음카카오 측이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를 보면 김 의장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20.94%를 소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보유하고 있는 쪽은 케이큐브홀딩스로, 16.58%를 소유하고 있다. 김 의장의 처남인 형인우씨(43)가 2.6%, 형씨의 부인 염혜윤씨(36)가 0.15%를 소유하고 있다. 손아랫동서 정영재씨는 0.1%를 소유하는 것을 돼 있다. 이들 김 의장의 친인척들 이름은 다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에서 발견된다. 처남 형인우씨는 케이큐브홀딩스의 창업(2007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대표를 맡았다. 부인 염혜윤씨는 같은 기간 감사를 맡았다. 형씨에 이어 대표에 오른 이는 김 의장의 친동생 김화영씨. 그는 경영컨설팅 업체 마인드프리즘의 대표를 맡다가 김 의장의 ‘투자 철수’와 함께 전격 사퇴했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올해 3월 31일자 감사보고서를 보면 눈에 띄는 변동이 있다. ㈜마음골프에 대한 투자다. 3년 만의 신규출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취득한 주식 수는 14만주. ㈜마음골프 주식의 24.51%다. 보고서는 주식 취득시점을 2014년 12월 26일로 명시하고 있다. 마인드프리즘으로부터 투자 철수한 뒤 약 2개월 뒤다. 보고서에 명기된 취득원가는 35억원으로 돼 있으나, 문태식 마음골프 대표는 골프업계 전문지 인터뷰에서 “약 80억원을 투자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감사보고서와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다. 문 대표의 언급이 맞다면 김 의장은 주식 취득 이외에 다른 직접적인 투자도 했다는 뜻이 된다. 문 대표와 김 의장은 삼성SDS 직장 선후배 사이였다. ‘PC통신 유니텔’을 개발했던 김 의장이 SDS를 그만둔 뒤 한양대 앞 PC방 ‘미션 넘버 원’을 열었을 때 그를 따라 사직했다. 이들은 한게임 창업에서부터 NHN 합병과 미국법인 설립과정에서 함께 일하다가 나온 사이다.

세수 확보 차원으로 국세청 움직였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돼 있으나, 사실상 개인 투자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련자들의 전언이다. 여전히 마인드프리즘 사태와 관련한 ‘구설’도 계속되고 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 관계자들은 진척되지 않은 직원 협의를 두고 지난 5월 11일 다음카카오의 판교 사옥을 찾았다. 노조 관계자는 6월 22일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김 의장이 사회적 공헌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인드프리즘’을 정상화하는 것 역시 사회적 공헌이라고 만나 설득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하지만 김 의장도 만나지 못했고, 다음 쪽 임원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계 밖’에서는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과정에서 김 의장과 김 의장 친인척의 지분변동 과정에서 탈세가 있었다는 혐의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 내부자’의 이야기는 또 다르다. 관계자 ㄱ씨는 “어쨌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세청 조사4국이 강도높게 조사에 나선 것에 대해 놀랐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불법사찰 논란 과정에서 사정당국의 뒷조사가 이뤄진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김 의장 측에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 ㄴ씨는 “세무조사는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세수가 딸리니까 국가재정이 어렵다는 명목으로 세수 확보차원에서 국세청이 움직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상장회사인 만큼 정확하게 회계가 돼 있다고 봐야 하는데 (이렇게 강도 높게 들어오는 것은)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다음카카오 측은 제기된 여러 논란에 관해 “국세청 세무조사 관련 부분은 확인할 수도 없고, 앞으로도 밝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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