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서라도 국경을 넘어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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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가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민자 숫자도 동반 증가세다. 분배문제에 따른 경제 불평등 등 경제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이민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국내에서 집을 잃은 국내 난민자도 7억4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지중해부터 인도 오른쪽 벵골만 근처 안다만해까지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서 한 서린 절규가 들려오고 있다. 세계 각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난민들의 모습은 처참하고 그들의 삶은 절망적이다. 배고픔, 죽음, 내전, 경제난을 피해 희망을 좇아 배에 몸을 싣고 타국으로 향한 여행은 에이전트들의 장삿속, 국제사회의 ‘네탓’ 공방 속에 끝 모를 방황, 어이없는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곳 바다는 ‘난민의 무덤’이 됐고 이들이 탄 배는 ‘움직이는 관’이 되고 말았다.

세계 다수 주요 언론들은 최근 난민의 심각성을 전하는 기사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영국 BBC는 “전쟁과 학대, 곤궁 등을 피해 다른 나라를 찾는 난민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유엔은 난민을 포함해 2013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국제 이민자 수를 2억3200만명으로 집계했다. 전 세계 인구의 3.25% 규모다. 유엔은 “1990년 1억5400만명, 2000년 1억7500만명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며 “2013년 전체 이민자 중 1억3600만명은 북반구에, 나머지 9600만명은 남반구에 각각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목숨 걸고서라도 국경을 넘어 살어리랏다

세계인구 1000명 중 32명이 이민자
전체 이민자 중 51%는 10개 나라에서 지내고 있다. 가장 많은 이민자를 받은 나라는 미국(4600만명)이다. 그 중 1300만명은 미국 남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 사람들이다. 중국(220만명), 인도(210만명)는 멕시코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증가 속도는 무척 빠르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이민자가 사는 나라는 러시아다. 과거 소련연방 시절 관계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다수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병합문제, 지금도 러시아와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등 러시아와 심한 갈등 속에서도 러시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넘어가고 있고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넘어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독일에는 터키 사람들이, 프랑스에는 알제리 사람들이 많다. 독일, 프랑스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제안한 지중해 난민 수용 쿼터제에 대해 “우리는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며 인원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가장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수용한다. UAE 전체 인구 중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4%에 이른다. 유엔은 “유럽과 아시아가 전 세계 이민자 중 3분의 2를 수용하고 있다”고 적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넘어 이탈리아 등 남부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들의 출발지는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되기 이전까지는 난민들이 감소 추세였다. 리비아가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카다피가 지중해를 넘는 난민을 억제해달라는 유럽의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리비아 내전이 불거진 2011년부터 난민이 다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2만명이 유럽으로 갔고 그 중 17만명 이상이 이탈리아로 몰렸다. 올해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넌 이민자 숫자는 5월 중순 기준으로 6만명을 넘겼다. 올해 리비아에서 출발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을 국가별로 보면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등이 가장 많다. 모두 내전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들은 아프리카 각국에서 리비아까지 오기 위해 육로로 여러 번 국경을 넘는다. BBC는 “이들이 유럽까지 가려면 두 차례 위험한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며 “처음은 사막을 건너야 하고 그 다음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이 자국에서 유럽까지 ‘무사히’ 가려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 이때 이들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사람들은 난민 이동을 돈벌이로 보는 밀수조직이다. 밀수조직들은 자신들에게 돈을 낸 난민들을 낡은 목조선박에 태운 뒤 지중해로 보낸다. 물론 ‘무사히’ 유럽까지 데려다주는 ‘착한’ 밀수조직도 있지만 적잖은 밀수꾼들은 배를 버리고 도망가기 일쑤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3월 내전 5년째로 접어든 시리아에서는 전체 국민 2300만명 중 400만명이 인접 국가들로 피란했다. 터키(180만명), 레바논(120만명), 요르단(62만5000명), 이라크(25만명), 이집트(13만5000명)가 피난처가 됐다. 시리아에 남은 760만명도 집을 잃은 국내 난민이다. 결국 시리아 인구 중 절반이 난민인 셈이다. 예멘에서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아랍연맹과 시아파 종주국 이란으로부터 지원받는 반군 후티 사이에 복잡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이래 예멘에서 발생한 난민은 무려 50만명이다.

목숨 걸고서라도 국경을 넘어 살어리랏다

52개국은 5명 중 1명꼴로 이민자
최근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난민은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숱한 차별을 받고 사는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이다. 국제이주기구(IMO)에 따르면 로힝야족은 지난해 1월부터 8만8000명이 배에 올랐다. 이 중 올해 미얀마를 탈출한 인원은 2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로 가기를 원하는 이들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의 폭탄 돌리기식 네탓 공방 속에 인도네시아로 가기 전에 망망대해를 헤매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이들 중 적잖은 수는 태국 등에서 활동하는 인신매매 조직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노예가 되거나 죽임을 당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난달 말 ‘인도양 비정규 이주자에 관한 특별회의’를 열었지만 구체적이며 핵심적인 대책 마련에는 실패했다.

중남미에서는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가 많다. 멕시코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멕시코가 중남미와 미국을 연결하는 통로인 셈이다. BBC는 “최근 멕시코 경제사정이 좋아지면서 미국으로 가는 멕시코 이민자 수는 감소했다”면서 “반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는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세계 인구가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민자 숫자도 동반 증가세다. 분배문제에 따른 경제 불평등 등 경제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이민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국내에서 집을 잃은 국내 난민자도 7억4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시골에서 도시로 밀려드는 중국인들 숫자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중론이다.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해 매년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난민도 2700만명을 넘는다. 세계적으로 이민자의 나이와 성별을 보면 젊은이와 남자가 늘어나고 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세에서 34세 사이 젊은이가 전체 국제 이민자 중 28%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은 “1990년 이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이민자가 살기 시작했다”며 “2013년을 기준으로 보면 52개국(또는 지역)에 인구 5명 중 1명꼴로 이민자가 있다”고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민자 문제는 경제적인 안정성, 국민 사이 연대감 등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세훈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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