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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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두 줄 실험’이라는 게 있다. 인지심리학에서 정서 및 감정이 문제해결 능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꽤 유명한 실험이다. 지상 실험을 한 번 해보자. 실험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밀폐된 공간에 두 개의 줄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줄 두 개를 묶는 게 피실험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물론 두 개의 줄은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을 정도의 거리에 있다.

피실험 대상자는 네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는 가위를 줬다. 두 번째 그룹에는 망치를 줬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그룹에겐 밀실에 들어가기 전 약간의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시간을 줬다. 그리고 각각 가위와 망치를 주고 실험실로 안내했다. 가위와 망치는 일종의 ‘생각도구’다. ‘생각도구’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때 쓸 수 있는 사고방식 혹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생각은 주어진 도구를 한 쪽 끈에 묶어 흔드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인다. 또 끈 끄트머리에 묶는다는 발상을 한다면 과제를 수행하는 데 가위든 망치든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의 차이가 났다. 가위를 가진 실험대상자가 문제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주어진 시간 안에 과제를 수행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또 문제해결을 한 사람도 망치를 가진 사람보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3일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관광지’를 소개한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3일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관광지’를 소개한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끈과 가위는 매우 친숙한 관계에 있는 사물이다. 친숙함이라는 속성이 사고활동을 방해한 것이다. 가위는 끈을 끊는 데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이 가위를 끈에 묶는 발상을 방해한 것이다. 반면 끈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망치가 오히려 문제풀이에 도움이 됐다.

그렇다면 다트와 같은 놀이로 약간의 시간을 보낸 뒤에 가위를 들고 실험실에 들어간 피실험 대상자의 성적은 어떻게 나왔을까. 망치를 들고 실험에 응한 피실험자보다 많은 사람이 그리고 빠른 시간에 문제해결을 했다. 인지심리학자는 여기에 주목한다. 정서와 감정이 통찰력, 창의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자들은 “창의력의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정서함양에 힘을 쓰라”고 충고한다.

고정관념은 의식활동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사고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창의력을 높일 수 없다.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심미적 감성을 쌓는 것이다. 또 그것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창의력은 휴식에서 나온다. 휴식을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다면 창의적인 힘은 더욱 크게 자라날 것이다.

때마침 우정사업본부가 ‘우표여행’을 선사했다. 지난 3일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의 관광지를 소개한 우표를 발행한 것이다. 그 첫 번째 묶음으로 아름다운 수변 절경이 돋보이는 여행지 4곳을 선정해 우표 4종, 100만장을 찍었다.

이번에 우표로 소개된 곳은 양평 두물머리와 괴산 화양구곡, 영월 동강, 그리고 충주호이다. ‘양평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난다 하여 ‘두물머리’라 이름 붙여진 곳이다. ‘괴산 화양구곡’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자리한 화양천 3㎞에 걸쳐 형성된 9곳의 절경을 가리킨다. ‘영월 동강’은 강원도 정선군과 영월읍 일대를 흐르는 대표적인 자연 관광지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호수인 ‘충주호’는 단양 8경 등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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