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소싱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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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은 남아도는 개인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나 기업경영 측면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이란 대중의 참여로 아이디어, 콘텐츠, 제품, 서비스 등을 만들어가는 프로세스를 뜻한다.

본업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가진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 크라우드소싱에 참여한다. 크라우드소싱에 청사진을 제공한 게 바로 오픈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 운동이다. 가장 인기 있는 오픈소스 코드 저장소인 깃허브(GitHub)에는 900만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수많은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있으며, 협업을 통해 코드를 작성하고 관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리눅스,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오픈소스 성공사례들이 나오면서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등장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란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회로도, 재료 명세서, 도면 등을 공개한 하드웨어를 뜻한다. 누구나 공개된 디자인에 근거해 하드웨어를 배우고, 수정하고, 배포하고, 제조하고, 팔 수 있다. 예전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아두이노(Arduino)가 대표적이다.

[IT 칼럼]크라우드소싱 ‘못할 것이 없다’

근래 들어 크라우드소싱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로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은 한마디로 ‘모든 사람이 문제 해결에 달려든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이노센티브(InnoCentive)는 크라우드소싱을 연구개발(R&D) 문제 해결에 도입했다. 기업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연구개발 문제를 이노센티브에 등록하고, 전 세계 과학기술자들이 해당 문제의 해결에 나서는 구조다. 문제를 해결한 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상금이 주어진다. 이를 부업으로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이노센티브에 등록된 문제 해결을 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2013년 8월 기준, 전 세계 200여개 국가의 과학기술자 약 35만명이 1650건의 문제 중 85%를 해결하고 약 40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크라우드소싱은 건축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의 건축 위키하우스(WikiHouse)는 크라우드소싱과 3D프린팅을 기반으로 만든다. 위키하우스는 설계도면과 집 짓는 과정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사진) 이를 이용해 누구든지 집을 지을 수 있고,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3D프린팅은 크라우드소싱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이커봇(MakerBot)이 운영하고 있는 씽기버스(Thingiverse)에서는 사용자들이 서로 3D프린팅 콘텐츠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또한 원본을 리믹스(remix)하여 새로운 3D프린팅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씽기버스에는 10만개 이상의 3D프린팅 콘텐츠가 등록되어 있는데, 사용자와 콘텐츠가 작업 내용에 따라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보인다.

한국의 경우 선진 지식강국들과 비교해 활발한 크라우드소싱 문화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특유의 교육시스템, 조직문화, 산업구조(갑을문화) 등이 강한 사회적 압력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고, 상호간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보다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서로 다른 회사의 사람들과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만나서 즐겁게 협업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본업 외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미래에는 그것이 중요한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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