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명예로운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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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가치를 떠나 ‘최초’라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초’에 대해 흥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요?”(김정미·여)

한국을 빛낸 과학자 우표 발매 소식에 우표수집가들의 관심이 높다. 우정사업본부가 과학의 날(4월 21일)을 맞아 국립과천과학관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31명의 과학자 가운데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잘 알려진 이휘소 박사,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석주명 박사, 한국 전력산업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한만춘 박사 등 3명을 소재로 한 우표 3종, 104만4000장을 발매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과학의 날을 맞아 기념우표 혹은 특별우표를 발행해 왔다. 기념우표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창립, 아폴로 11호 달착륙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외 과학이슈를 홍보하기 위한 특별우표도 있다. KIST 창립 10주년·30주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설립 20주년, 국제 극관측 100주년, X선 발견 100주년 기념우표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 조상의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과학시리즈(첨성대, 금속활자)도 발행됐다. 하지만 과학자를 소재로 한 우표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우표에 인물이 인쇄되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행된 우표에 등장한 인물은 역대 대통령을 제외하면 불과 10명을 넘지 않는다. 김문수 우정사업본부 우편정책담당 사무관은 “광복투사(안중근, 유관순, 한용운, 이육사)·추억의 인물시리즈(최동원, 선동렬) 등에 등장한 인물이 고작”이라면서 “우표수집가 입장에선 과학자 인물 우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10일 과학의 날을 맞아 ‘한국을 빛낸 명예로운 과학자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10일 과학의 날을 맞아 ‘한국을 빛낸 명예로운 과학자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과학자 우표’에 등장한 인물의 면면도 소장가의 자부심을 높인다. 이휘소 박사(1935~1977)는 소립자 물리학 분야의 대석학이다. 특히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모형을 확립시킨 ‘비가환 게이지 이론’을 재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9년(전자기력과 약력의 통합이론), 1999년(전자기력과 약력의 상호작용이론 증명), 2013년(힉스 이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도 이 박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79년 수상자 압두스 살람은 “벤 리(이 박사의 영어 애칭)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있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1999년 수상자 마르티뉘스 펠트만은 “이 박사를 만난 건 하늘이 내려준 행운”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석주명 박사(1908~1950)는 우리나라 나비 이름의 70% 이상을 지은 나비 분류학의 선구자다. ‘나비박사’로 불린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75만 마리의 나비를 채집했다. 우리나라 250종 나비 분포를 그려놓은 ‘한국산 접류 분포도’는 그의 학문적 업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눈에 간파할 수 있는 역작이다. 또 영어로 된 ‘한국산 나비 동종이명 총목록(A 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을 1940년에 발간, 한국의 나비가 총 248종임을 세계에 알렸다. 이 목록은 한국인 저서로는 처음으로 영국 왕립도서관에 소장됐다. 석 박사가 세계적 곤충학자로서 당당히 인정받게 된 것이다. 석 박사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조선인민군으로 오인한 국군의 총에 맞아 운명을 달리했다.

한만춘 박사(1921~1984)는 한국의 전기·전자공학 분야의 개척자다. 그는 1961년 우리나라 최초의 아날로그 전자계산기(연세 1010 아날로그 전자계산기)를 제작했다.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557호로 지정된 이 전자계산기는 진공관식 전자장치를 사용해 고등 미적분 계산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확충과 220/380V의 배전전압 승압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전기 및 제어분야에서 한국 최초의 공학박사다. 전자공학 분야에서 우리말로 된 대학 교재를 처음 출간한 것도 바로 한 박사였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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