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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간통 폐지’ 의견 정족수 6명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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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관계자 “국회가 벌금형을 추가해 간통죄를 살려도 논리상 합헌”

지난 1월 25일 발매된 <주간경향> 1112호는 간통죄 위헌 선고가 임박했다는 예측과 함께 폐지 이후를 전망한 ‘간통죄 폐지되면 죗값 늘어날까’를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에 위헌을 선고했습니다. 이번호 <주간경향>은 일간지들이 포착하지 못한 헌재의 속사정을 추적해 간통 위헌, 왜? 그리고?’를 기획했습니다. <주간경향>은 뉴스를 지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사를 자주 마련하겠습니다.

형법 간통조항에 위헌을 선고한 근거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논리를 확장하면 성매매 처벌, 자위기구 처벌, 동성동본 금혼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성인용품을 압수해 폐기 중인 인천공항세관 직원, 동성혼에 반대하는 시위자들 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의미일까.

형법 간통조항에 위헌을 선고한 근거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논리를 확장하면 성매매 처벌, 자위기구 처벌, 동성동본 금혼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성인용품을 압수해 폐기 중인 인천공항세관 직원, 동성혼에 반대하는 시위자들 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의미일까.

“간통폐지 의견 7명 보도는 사실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형법 241조 간통조항에 위헌을 선고했다. 신문·방송에서는 간통을 폐지하라는 위헌의견이 7명, 남겨두라는 합헌의견이 2명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결정문에서 간통조항을 없애라고 확실하게 주장한 재판관은 5명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 한 연구관은 “지적대로 5명이며, 그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헌법재판 전문가들도 “7명이 간통조항을 폐지하라고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위헌이 선고되려면 6명이 위헌의견이어야 한다. 재판관 9명이 참석하든, 7명만 참석하든 마찬가지. 재판관 3분의 2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6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간통죄 폐지에는 재판관 5명만 찬성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결정문을 보니 5명이 단순위헌 의견인데, 어떻게 주문에는 7명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핵심적인 지적인데, 고위 법조인과 법조기자의 대화라 독자들에게 생소할지 모를 단어가 있다. 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우선 주문(主文)은 판결의 결론을 가리킨다. 간통조항 위헌결정의 주문은 ‘형법 제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이다. 주문이 중요한 까닭은 효력이 여기에만 있기 때문이다. ‘주문’ 뒤에 길게 붙어 있는 ‘이유’는 근거에 불과하다. 기관이나 시민이 대법원·헌재 판결에서 따라야 하는 것은 주문뿐이다. 전직 재판관은 “기판력(旣判力)은 주문에만 있다”고 했다. 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형법 간통조항에 위헌을 선고한 근거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논리를 확장하면 성매매 처벌, 자위기구 처벌, 동성동본 금혼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성인용품을 압수해 폐기 중인 인천공항세관 직원, 동성혼에 반대하는 시위자들 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의미일까.

형법 간통조항에 위헌을 선고한 근거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논리를 확장하면 성매매 처벌, 자위기구 처벌, 동성동본 금혼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성인용품을 압수해 폐기 중인 인천공항세관 직원, 동성혼에 반대하는 시위자들 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의미일까.

또 하나 생소한 단어가 단순위헌이다. “단순위헌이 다 뭐냐. 그럼 복잡위헌도 있느냐.” 헌재는 변형결정이라는 이름으로 ‘복잡위헌’을 계속 내놓고 있다. 시한을 정해 국회에 개정을 요구하는 헌법불합치, 사건의 성격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해석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한정위헌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한정위헌은 대법원이 따르지 않아 항상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헌재는 위헌인지 아닌지만 단순하게 판단하라”고 주장한다. 헌법 111조를 보면 ‘위헌 여부’ 판단이 헌법재판소의 권한이다. 언론에서 합헌이라고 불리는 결정들도 실제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지난 2월 간통죄 결정으로 돌아오자. 간통조항을 폐지하라고 주장한 재판관은 5명, 반면 합헌이므로 남기라는 재판관이 2명이다. 문제는 나머지 2명인데 자신의 입장을 각각 썼다. 김이수 재판관은 기본적으로 간통 처벌에 찬성하고 있다. 처벌받는 게 억울한 사례도 일부 있다고 지적할 뿐이다. 결정문을 보면, “아직도 간통죄의 존재 의의는 있다고 보인다. 미혼인 상간자의 상간행위에 대하여는 국가 형벌권의 행사가 자제되어야 하고”라고 돼 있다. 강일원 재판관도 비슷하다. 벌금형이 없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징역형만을 규정함에 따른 결과적인 부작용이다.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재판관의 경우 간통조항을 통째로 폐지하라는 의견은 아니다”라고 했다.

형법 간통조항에 위헌을 선고한 근거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논리를 확장하면 성매매 처벌, 자위기구 처벌, 동성동본 금혼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성인용품을 압수해 폐기 중인 인천공항세관 직원, 동성혼에 반대하는 시위자들 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의미일까.

형법 간통조항에 위헌을 선고한 근거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논리를 확장하면 성매매 처벌, 자위기구 처벌, 동성동본 금혼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성인용품을 압수해 폐기 중인 인천공항세관 직원, 동성혼에 반대하는 시위자들 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의미일까.

이런 경우 어떤 주문을 내야 할까. 지금까지 헌재는 단순위헌과 변형결정을 합쳐야만 6명을 넘는 경우에는 단순위헌을 선고하지 않았다. ‘단순위헌 5명+한정위헌 1명=한정위헌’, ‘단순위헌 4명+헌법불합치 2명=헌법불합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위헌 5명+헌법불합치 1명+한정위헌 1명’이다. 예전 같으면 한정위헌이나 헌법불합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위헌이 됐다. 그러면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주문을 어떻게 쓸지를 두고 재판관들 사이에 치열한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오랫동안 논란이던 문제에 위헌을 결정하면서 변형결정을 내놓기가 껄끄러웠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일원·김이수 두 재판관은 자신들의 의견에 ‘위헌의견? 이라고만 제목을 달았다. 대다수 법조인은 두 사람의 의견이 변형결정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주문이 결정되고 나서 뒤늦게 두 재판관이 제목을 고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엉뚱한 주문을 내놓은 이유를 헌재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평의의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런 결정문으로는 국회가 벌금형을 추가하거나 구성요건을 바꿔 간통죄를 살려도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도 “간통죄를 없애야 한다는 것은 6명 이상의 법정의견이 아니라 5명 다수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회가 벌금형을 추가해 간통죄를 살려도 논리상 합헌”이라고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국회가 간통죄를 살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 기대어 헌재가 이론적 결함을 덮어두고 넘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가 혼인신고서 양식에 신고인 서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고는 거부됐고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헌재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한계가 어디인지 다시 한 번 다루게 된다.

지난해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가 혼인신고서 양식에 신고인 서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고는 거부됐고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헌재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한계가 어디인지 다시 한 번 다루게 된다.

“헌재, 이론적 결함 덮어두고 넘어간 것”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의 핵심 논거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소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성과 관련한 다른 사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관계 여부나 상대방을 결정하는 등의 자유인데, 이번에 결혼을 이유로도 제약되지 않는 기본권이 됐다. 간통할 자유는 기본권에 속하며 국가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정문을 보면,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 결정권을 전제로 하며, 자기운명 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된다’고 돼 있다.

이 결정으로 당장 문제되는 게 성매매처벌법이다. 헌재가 심리 중이며 연말에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간통이 지속적인 관계인 데다 배우자와의 관계까지 파탄내는 데도 처벌하지 않게 됐는데, 일회적 관계이고 미혼의 경우 파탄낼 가정도 없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 측면에서만 보면, 성매매의 자유가 간통의 자유보다는 제약되어야 할 명분이 적기는 하다”고 말했다. 물론 성매매죄는 성적 자기결정권 이외에 건전한 성풍속도 고려 요소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간통죄도 가정의 보호가 고려 요소였다.

지난달 간통조항 위헌 결정에서 사실상 폐지 결정에 동참 하지 않고 변형의견을 제시한 김이수·강일원 재판관.

지난달 간통조항 위헌 결정에서 사실상 폐지 결정에 동참 하지 않고 변형의견을 제시한 김이수·강일원 재판관.

최근 헌재 내부 토론회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혜진 연구원은 “성매매처벌법을 비롯해 성형법의 기준을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통일해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는 자발적 성매매는 비범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통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먼저 문제된 것이 형법의 혼인빙자간음죄 처벌조항이었다. 2009년 헌재는 “여성이 혼전 성관계를 스스로 결정한 뒤 상대 남성을 처벌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여성이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규범적 표현”이라며 위헌을 결정했다. 간통이 국가가 행위자를 처벌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 혼인빙자간음은 여성의 상대방을 처벌하면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해 위헌이 됐다. 헌재는 혼빙간 위헌 결정 당시 이 조항이 “여성을 유아시(幼兒視)”한다고 표현했다. 결국 성적 자기결정권은 국가가 실현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그 능력을 무시해도 위헌이다.

성매매 처벌·동성혼 금지도 위헌 가능성
올해 연말 성매매가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동성결혼이 금지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성매매가 산업으로서 성풍속에 영향이 있다고 한다면, 동성혼의 경우 둘만의 문제여서 성풍속에 끼치는 영향도 적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중요 이슈이고, 프랑스 등에서는 인정하고 있다. 2013년 헌법재판소도 학자 등 외부인사들을 불러 토론을 벌였다. 당시 “혼인의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내용이므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헌재 관계자는 “동성커플의 경우 간통이나 성매매처럼 성관계를 국가가 막는 것도 아니고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뿐이라 성적 자기결정권만을 기준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자위기구 소지·판매를 처벌하는 형법 243조도 재논의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이 조항에 합헌을 결정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를 피해갔다. 당시 “판매 목적 소지행위만을 규율할 뿐 판매 목적이 없는 단순 소지행위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판매를 금지하는데 어떻게 소지하느냐는 반론이 잇따랐다. 이 때문인지 박한철·이정미 재판관도 보충의견에서 “자위기구가 은밀한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다. 성기구에 관한 법령을 개선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강대 로스쿨 임지봉 교수는 “자위기구는 다양한 이유로 성적인 자유를 향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인권적인 가치를 가진다. 중증 장애인들의 성적인 문제가 중요한 인권침해로 부각되는 점을 생각하면 자위기구는 인권침해 상황을 적게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도구로서의 기능이 있다”고 했다. 간통위헌을 계기로 이른바 성적 자기결정권이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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