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 청년층 주거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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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민간단체가 주도 공공성 유지… 기존 임대주택보다 저렴한 월세

서울시 금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윤정씨(31)는 올해 8월 결혼할 예정이다. 박씨는 신혼집을 경기도 군포시에 전세로 마련했다. 박씨도 박씨의 예비 남편도 직장이 서울에 있지만 별 수 없었다. 현재 두 사람의 수입으로는 아파트 보증금을 구하기도 빠듯하다.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감당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가 없다.

박씨는 “처음엔 남자친구가 싸게 집을 구했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경기도였다. 출근시간만 1시간30분이 넘는 곳이지만 우리 처지에선 서울에 살 수 없다는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마친 함께주택 1호의 모습. | 함께주택협동조합 제공

리모델링을 마친 함께주택 1호의 모습. | 함께주택협동조합 제공

매년 수만명의 서울시민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도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서울의 인구는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시에 집중된 인구가 분산된다는 측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을 떠나는 이유에서 보면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집값을 감당못해 밀려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20대의 경우 대학과 취업 등의 이유로 타 지역에서 서울로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삶은 열악하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서울시 청년층(20~30대)의 주거빈곤율(최저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30.6%, 1인 가구일 경우에는 36.6%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청년들은 옥탑방, 반지하, 고시원 등을 전전하다가 30대가 되면 서울 밖에 거주지를 정하게 된다.

서울시, 올해부터 사업 추진키로
그런데 서울시가 주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사회주택 사업이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주거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부담 가능한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은행이 정의하는 ‘부담 가능한 주택’은 중위소득의 3배를 넘지 않는 주택이다. 2014년 발표된 한국의 중위소득(연 3700만원)을 감안하면, 1억1100만원 이하의 주택이 ‘부담 가능한 주택’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부동산 시세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1억1100만원으로는 서울에서 매매는커녕 전세도 구하기 어렵다.

싼값의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다면 임대주택 확충으로 풀어야 한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임대주택 재고물량은 약 87만9000호로, 전체 가구수 대비 5.1%다. 이는 서구 선진국 중 임대주택 비율이 낮은 편인 영국의 18%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게다가 전체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담당해온 LH(토지주택공사)가 만성부채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량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임대주택 역시 저소득층과 60대 이상 노년층에 집중돼 있다. 2011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임대주택 거주자 중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비율은 11.7%에 그쳤다. 서울시만 봤을 경우 그 비율은 5.7%로 더욱 낮아진다.

싼 주택도, 공공임대주택도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사회주택이다.

사회주택 역시 임대주택의 한 방식으로, 기존의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을 혼합한 것이다. 최경주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사회적 기업 등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도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유지되면서도 공공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공공의 입장에서는 세금이 적게 들어가고, 민간에서 관리까지 해주니 편하다. 거주자들도 기존 임대주택보다 저렴한 월세를 지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수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사회주택의 경우 최대 50%까지 공공자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과장은 또 “기존의 임대주택이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사회주택은 소득 5분위 이상의 신혼부부 등에게도 기회가 돌아가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고시원의 내부 모습. | 김태훈 기자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고시원의 내부 모습. | 김태훈 기자

협동조합 주택 사례들 참고할 만
사회주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시는 올해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시행했다. 사회주택사업을 하려는 민간단체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서울시로부터 토지 임대 혜택, 사회투자기금 대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2018년까지 공급할 임대주택 8만호 중 상당수가 사회주택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미 서울시 곳곳에서는 사회주택 개념과 유사한 협동조합주택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공공자금의 손을 빌려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신규 건축하는 방식이다. 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로는 함께주택협동조합, 마을기업인 소행주(소통이있어행복한주택),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등이 있으며, 서울시는 이들의 사례를 향후 사회주택 사업에 참고로 쓰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행복주택의 경우 원래 3가구가 살고 있던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에 현재 ‘1인가구’ 10명이 살고 있다. 행복주택협동조합 차원에서 건물을 매입한 다음, 거주하는 조합원들에게 임대료 1000만원, 월세 27~33만원을 받고 있다. 주택을 매입하는 단계에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사회주택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2013년 6월 1차 모임을 갖고 실제 건물 매입, 리모델링을 마치고 입주하는 데까지 14개월가량이 소요됐다.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대표는 “당사자들이 나서서 주거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함께 모여 사는 주거문화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주택 거주민들은 법적으로는 임차인 신분이다. 하지만 매달 2회 회의를 통해 얼굴을 맞대고 스스로 주택을 관리해 나간다.

박 대표는 “일단은 주거비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섰지만 결국 공공에서 주거 안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람이 살라고 집을 지은 것인데 여전히 투기나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보편적 급식 때문에 밥 굶는 아이들이 없어진 것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임대주택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사회주택의 한계점도 명확하다. 서울시 사회주택의 경우 지자체가 주도하는 터라 LH, SH 등에서처럼 대규모 공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박종숙 대표도 “함께주택도 조합원을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의 협동조합 방식으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공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경주 서울시 과장은 “2015년 안에는 우선 150채 정도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추이를 보며 확장해갈 생각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국토부에서도 사회주택 공급 활성화에 대한 연구용역을 이미 발주했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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