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 여기서 멈출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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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을 반전의 해로 삼은 최경주는 지난해 12월 최경주재단 골프 선수들과 함께 중국 광저우에서 동계훈련을 실시했다. 그는 오는 10월 8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서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탱크’ 최경주(45·SK텔레콤)는 한국 남자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8승이나 거뒀다. 선수이면서도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골프계 인사다.

이미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성적을 거둔 최경주이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PGA 투어 개인통산 10승과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미국팀과 비유럽 세계연합팀 간 국가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선수로 출전하기 위해 무한도전 중이다.

1994년 프로로 전향한 최경주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다. 아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골퍼다. PGA 투어 8승을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통산 20승을 쌓았다. 40주 동안이나 세계랭킹 톱10에 머물 정도로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프로 골퍼다.

최경주가 2014년 4월 8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벙커샷을 연습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최경주가 2014년 4월 8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벙커샷을 연습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2승 더 거둬 통산 10승 목표 각오 다져
1996년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99년에는 일본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그 해 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해 공동 35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그는 루키 시즌인 2000년 상금랭킹 134위에 그치면서 투어 카드를 잃었다. 세계의 높은 벽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Q스쿨에 다시 응시해 투어 카드를 재취득했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PGA 무대에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다.

최경주는 2002년 5월 6일 컴팩 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내며 PGA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역시 PGA 투어 한국인 첫 우승이다. 그는 2002년 2승을 시작으로 2005년과 2006년 1승, 2007년 2승, 2008년 1승, 2011년 1승씩을 추가했다.

최경주는 2011년 5월 16일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에서 8승을 거둔 이후 미국 무대에서 우승이 없다.

그의 최종 목표는 통산 10승을 달성하는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최경주는 올해 1승 이상을 거두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3년 내에 2승을 추가해 10승을 채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경주는 “지난 몇 년 동안은 ‘아빠 최경주’, ‘가장 최경주’로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솔직히 연습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까지의 경험을 필드에서 녹여낸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 내가 우승할 수 있는 코스 4~5곳에 집중해 우승을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시즌을 반전의 해로 삼은 최경주는 지난해 12월 최경주재단 골프선수들과 함께 중국 광저우에서 동계훈련을 실시했다. 젊은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을 하고도 체력적으로 뒤지지 않았고, 무뎌졌던 쇼트게임에 대한 감도 확실하게 되찾았다. 매년 70㎝씩 줄었던 거리도 회복을 했다고 전했다.

‘탱크’ 최경주,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올 첫 대회서 정교한 샷 감 보여줘
최경주가 2015년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이유는 프레지던츠컵 때문이다. 그는 오는 10월 8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서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안방에서 한국 골프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최경주는 이미 세계연합팀 수석 부단장(Vice Captain)으로 뽑혔다. 프레지던츠컵 조직위원회는 최경주가 개최국 출신이라는 점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점을 고려해 수석 부단장으로 예우했다. 올해 프레지던츠컵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있을 그가 아니다. 프레지던츠컵에서 수석 부단장이 아닌 선수로서 필드를 누비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세계연합팀에 선수로 뽑히기 위해서는 세계랭킹 60위권 이내에 들어야 한다. 한국선수 중에는 배상문(75위)과 노승열(95위), 김형성(109위), 최경주(125위)가 세계연합팀에 선발될 수 있는 후보들이다. 2003년 처음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이후 2007년, 2011년에도 나섰던 최경주는 올해 1승 이상의 성적을 거둬 세계연합팀 일원이 되길 꿈꾸고 있다.

최경주는 “당연히 선수로 뛰고 싶다”면서 “현재의 부단장 자격으로 무전기를 들고 코스에 나서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지난 19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인근 와이알레이 컨트리 클럽에서 끝난 PGA 투어 소니 오픈에서 올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회 성적은 공동 44위(6언더파 274타)에 그쳤지만 3라운드까지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최경주는 소니 오픈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80.8야드(187위)에 그쳤다.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75.89%(2위), 그린 적중률 72.92%(59위)를 기록하며 정교한 샷 감을 보여줬다. 특히 100~125야드를 남겨두고 친 어프로치는 핀에 가깝게 붙을 정도로 정교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벙커샷과 전지훈련에서 집중적으로 연마한 쇼트게임도 인상적이었다.

최경주는 “40대 중반 선수가 PGA 투어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그렇지만 생각을 바꾸면 또 다른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한다”며 2015년을 반전의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노우래 한국일보 체육부 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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