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경제 3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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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가계부채 관리,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 유가하락 영향 등

경제성장률 3.4%, 소비자물가 1.3%, 수출 전년 대비 2% 증가, 경상수지 474억 달러 흑자. 현재까지 발표된 지난해 한국 경제 성적표다. 이 성적표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1일 “2010년 이후 4년 만에 세계 경제성장률(3.3%)을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며 “무역은 2년 연속으로 무역규모·수출·무역수지 모두 사상 최대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전망과 비교를 해보면 결코 좋은 성과로 보긴 어렵다. 정부가 2013년 12월 ‘201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전망치들보다 지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당시 정부는 3.9% 성장률을 예측하면서 세계 평균성장률(3.6%)보다 0.3%포인트 앞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는 0.1%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는 2.3%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봤지만 1.3%로 침체 수준까지 밀렸다. 전년보다 6.4%가 늘어날 것으로 봤던 수출은 2% 증가에 그쳤으니 3분의 1 토막이 났다. 선방한 것은 분명하지만 좋았던 성적표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추후 발표될 고용률이나 취업자수 증감 등도 1년 전 전망치를 크게 앞설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올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광공업 생산이 반등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있다”며 2015년 경제를 긍정평가했다.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주택가격이 완만히 상승하고 매매거래량도 증가하는 등 정상화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취임 직후 “인플레이션 초기에 진입했다”며 위기론을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2015년 한국 경제는 넘어야 할 리스크들이 적지 않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해 시행했던 ‘41조원+a’의 정책패키지와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휴유증이 폭풍의 눈이다. 올 한 해 한국 경제가 주의해야 할 리스크들을 짚어본다.

2014년 12월 10일.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상품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김창길 기자

2014년 12월 10일.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상품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김창길 기자

폭탄돌리기 가계부채
해 벽두부터 가계부채는 좋지 못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1월 1일 금융감독원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은 전월보다 9조7000억원이 또 늘었다. 이에 따라 대출채권 잔액은 1252조1000억원에 달했다. 은행대출 잔액이 12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11월 대출증가액은 90조1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2008년은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이르던 때다. 11월 한 달간 늘어난 9조7000억원 중 가계대출이 6조원에 달했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이 여전히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런 증가세에 대해 “양이 좀 늘더라도 질만 관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고, 거치식 일시상환을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저축은행 등 상호금융 대출을 시중은행 대출로 갈아타기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주요 대책이다.

또 가계대출의 양이 늘어나긴 했지만 대부분 주택 구입에 들어간 만큼 담보가 확실해 리스크는 없다고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 거래는 200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인 100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주택대출의 대부분이 주택 거래에 쓰였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다른 얘기도 들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3년 카드채 사건 때도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가 기회를 놓쳤다”며 “차기 경제수장이 오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주택담보대출 자금이 사업이나 생활자금으로 많이 흘러간다는 우려도 많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를 보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이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 담보주택에서 추가 대출을 받은 것이 37%에서 42%로 늘어났다.

위기는 내부의 약한 고리에서 터진다는 게 문제다. 가계마다 듬뿍듬뿍 빚을 져서는 약간의 금리인상이나 소득감소에도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그래도 가계빚 총량이 너무 늘어서는 곤란하다”며 “대외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내부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뇌관
가계부채 폭등이 올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우려가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금리를 올린다는 방향은 정해졌고 인상 시기는 늦으면 하반기, 빠르면 상반기로 예측된다. 미국 경제전문채널인 CNBC의 전문가 설문조사는 올 7월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 2017년 4분기쯤에는 3.16%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경제는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맞게 된다. 여기다 유로존과 일본, 중국의 환율전쟁까지 더해질 경우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해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걱정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온 자금들이 미국의 높은 금리를 보고 빠져나갈 경우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으로서는 투자자본 이탈을 막아야 하는데 이때 국내 대출금리도 동반상승하는 문제가 생긴다. 가계대출 1252조원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상승해도 연간 12조원의 이자부담이 생긴다. 변동금리라면 부담이 가계에 직접적으로 돌아오고, 고정금리라면 은행권의 부담이 커진다. 누가 됐든 12조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자비용이 늘어난 만큼 가계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내수 위축이 심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 증가로 금융기관과 민간소비의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의미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신흥국의 경제위기 가능성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동남아와 중남미에는 미국의 제로금리로 인해 막대한 자금이 투자된 상태다. 이 자금들이 회수될 경우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한국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가 하락과 산유국 경제위기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수출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은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 경제성장 둔화’와 ‘러시아 경제위기’다. 배럴당 100달러는 돼야 균형재정을 맞출 수 있는 주요 산유국들 입장에서는 배럴당 60~70달러의 유가는 심하게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유가를 배럴당 50~70달러로 보지만 일각에서는 30달러 선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 전쟁이 사우디와 미국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데다, 러시아 경제제재 음모론까지 나오면서 유가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유가가 30% 하락하면 가구당 연간 50만원씩 절약된다”며 “유가 하락은 호재”라고 말했지만 유불리를 따지기가 생각보다 간단한 건 아니다.

경험적으로 보면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이 많은 나라는 유가 하락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유가가 과도하게 하락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유가 급락→산유국 침체→산유국 경제위기→대산유국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 중동시장은 일본만큼 큰 시장이다. 한국의 대중동 수출비중은 6%로 일본(7%)에 육박한다. 특히 건설시장으로서는 최대 시장이다. 

2014년에도 한국 건설업체들이 수주한 해외건설의 47.5%는 중동이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주 축소는 현실화되고 있다.

2011년 166억 달러에 달하던 대사우디아라비아 수주는 지난해에는 30억 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가뜩이나 국내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당장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건설부 관계자는 “최근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와 가스 등 플랜트 공사 발주를 연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올해 수주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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