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현대제철 특수강시장 맞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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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M&A로 업계 지각변동… 몸집 커진 세아, 현대 시장진입에 긴장

최근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특수강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수강 업계 1위인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특수강 기업으로 부상하게 됐다. 앞서 현대제철도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서 특수강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세아그룹은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가진 현대제철이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이 특수강 업계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 거액의 인수금액 재무부담 우려
세아그룹은 12월 4일 포스코특수강을 1조841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아그룹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은 연간 300만t의 탄소합금강, 포스코특수강은 연간 100만t의 스테인리스와 특수강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합하면 세아는 세계 최대인 400만t 규모의 특수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특수강은 쇳물을 선재(지름 5.5~9㎜의 둥근 강재)와 봉강(막대 모양의 강재)으로 만드는 상공정과 이를 공급처에 맞춰 가공하는 하공정으로 나뉜다. 포스코특수강, 세아베스틸 등이 상공정 업체이며 동부특수강, 세아특수강 등이 하공정 업체다. 포스코는 “양사간 상·하공정 연계로 생산성 향상, 세아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에너지용 무계목 강관사업 확대, 다양한 특수강 제품군의 일괄 공급을 통한 고객 서비스 향상이 기대되는 등 회사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보면 세아그룹은 우선 포스코특수강 주식 80%만 사들이기로 했다.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72% 중 52%(5672억원)와 재무적 투자자(FI) 및 우리사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28%가 매입 대상이다.

포스코 제철소. | 경향신문 자료사진

포스코 제철소. | 경향신문 자료사진

보유 지분 72% 중 52%만 팔기로 한 포스코는 나머지 지분 20%를 당분간 보유할 계획이다. 세아베스틸이 공시한 자료를 보면 포스코는 ‘양수도거래 종결일로부터 만 5년이 경과한 날부터 3개월째 되는 날 사이의 기간’에 세아베스틸을 상대로 나머지 20%에 대한 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포스코가 5년 뒤 나머지 20%를 세아베스틸이 사들이라고 요구하면 세아베스틸은 이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세아베스틸 역시 ‘종결일로부터 만 1년이 경과한 날 이후’ 포스코를 상대로 나머지 20%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세아베스틸이 1년 뒤 포스코에 “나머지 20%를 사겠다”고 하면 포스코는 무조건 팔아야 하는 것이다.

포스코가 당분간 20%를 보유하기로 한 것은 세아그룹 자금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세아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1조원을 웃도는 포스코특수강 인수대금은 세아그룹의 자산이나 매출규모를 고려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세아그룹은 20%를 추후에 전량 인수키로 하면서 재무적 부담을 줄였지만 시장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인수 발표 뒤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 신용도를 낮춰 잡았다. 세아베스틸은 이번 인수로 특수강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특수강 업계 시장 지배력 강화 등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인수자금 때문에 재무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포스코특수강 역시 포스코그룹 계열사였기 때문에 누렸던 직·간접적인 사업적·재무적 수혜효과, 유사시 지원 가능성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신용도가 떨어졌다.

현대차그룹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세아그룹은 재무적 투자자 유치와 자체 자금으로 1조원을 웃도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세아베스틸의 현금성 자산은 약 1000억원이며 지난 10월 14일에는 회사채 2500억원을 발행했다. 3분기 말 부채비율이 48.6%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기업어음(CP)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 관계자는 “공시사항이라 구체적인 자금 조달계획을 상세하게 밝힐 수 없지만 내년 2월 말 거래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이번 인수로 덩치를 더 키우면서 특수강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대제철이라는 경쟁자가 특수강 업계에 진입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제철은 내년 10월 상업생산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봉강 60만t, 선재 40만t 등 연간 생산량 100만t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짓고 있다.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포스코특수강, 세아특수강으로 대표되는 상공정 시장에 현대제철도 들어오게 된다.

또 현대제철은 11월 28일 현대위아, 현대하이스코 등과 함께 하공정 업체인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2943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의 염원인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향후에는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물량으로 현대·기아차 수요가 대부분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에 의존하는 매출 비중이 20~30%에 이르는 세아베스틸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세아베스틸이 예전처럼 일정 물량을 공급한다 해도 현대제철이라는 우군을 확보한 현대·기아차가 세아베스틸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세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가 세아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는 않다”며 “하지만 납품처 다양화를 위해 독일 완성차 업계와 접촉을 하고 있고, 건설·기계·조선 부문 등 비자동차 부문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마냥 낙관적인 상황이라고 할 순 없다. 수직계열화의 효율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글로벌 경기 변동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줄어들면 현대제철 역시 동반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환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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