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엔 관심 없는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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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부담금 목적 외 사용으로 제3매립장 공사 차질 우려

수도권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 중 매립이 가능한 것의 상당수는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로 옮겨진다. 수도권 매립지의 면적은 약 2000만㎡.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지난 2012년 9월, 2000만 수도권 주민들은 평소 느끼지 못한 수도권 매립지의 존재감을 느꼈다.

당시 수도권 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이른바 ‘준법감시활동’을 벌였다.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에서 매립지 사후관리 프로그램으로 만든 매립지 골프장을 민간에 위탁하려는 방침을 밝힌 뒤였다. 주민들은 매립지공사가 20년 이상 피해를 감내해온 주민들을 배려하지 않고 수익성만 생각했다며 매립지로 들어가는 차량을 막아섰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본관의 모습. | 백철 기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본관의 모습. | 백철 기자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에 1000억 사용
매립지공사의 전직 간부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루 쓰레기차 1000대가 들어오면 주민들이 샅샅이 살펴 100대만 들여보내고 나머지는 전부 돌려보냈다. 폐기물관리법이 엄격하기 때문에 쓰레기봉투 안에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등이 들어 있을 경우 주민들이 돌려보내도 하는 수 없었다.”

수도권 매립지가 사실상 문을 닫자 일부 수도권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어떤 지자체는 한 달 동안 수천톤의 생활쓰레기를 어딘가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수도권 매립지보다 비싼 사설 소각장을 이용한 지자체도 있었다.

현재 수도권 매립지는 제1매립지의 운영이 종료되고, 제2매립지가 운영되고 있다. 2000년부터 사용해온 제2매립장 역시 2016년 사용을 종료하기로 되어 있으며, 사용기한을 연장 여부는 11월 28일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설사 매립지 사용기한이 연장되더라도 새로운 매립지 조성에 쓰일 돈이 없다. 매립지 공사는 올해 6월, 기반시설부담금이 900억원가량 남았다고 발표했다. 제3매립장의 기반을 닦는 데 필요한 예산은 1단계에만 약 14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반시설부담금은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19조 5항에 의한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에 필요한 부담금’이다. 반입 수수료와는 별개로 애초 수도권 매립지가 생겼을 때 기반시설 조성에 참여하지 않은 폐기물 반입자들로부터 향후 기반시설 조성에 필요한 돈을 걷는 것이다.

하지만 매립지공사는 기반시설 조성과 무관해 보이는 사업에 부담금을 사용했다. 매립지공사 스스로 아시안게임 경기장(골프, 수영, 승마)을 만드는 데 약 1000억원, 매립지 냄새 개선 및 슬러지 자원화 시설 등에 약 2800억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과거 국회 예산정책처는 기반시설부담금은 기반시설 조성에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3년 7월 예산정책처는 2012년 공공기관 결산 평가에서 매립지공사의 아시안게임 경기장 조성사업을 적시하며 “부담금의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매립지공사 협력업체 관계자 B씨는 “부담금이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사라져 올해 말에는 실제로 고갈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공사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매립지공사가 올해 8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부담금은 2000년 1345억원에서 출발해 점점 규모가 늘어나 2009년에는 4509억원이 됐다. 그러다 매년 500억~1000억원을 사용한 결과 2014년 6월 남은 부담금은 927억원이다.

쓰레기 매립엔 관심 없는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

매립지공사 측은 2014년 말 예상 부담금 잔액이 1000억원에 가깝기 때문에, 약 1400억원으로 추정되는 제3매립장 건립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 3개 시·도 협의로 예산 분담 비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새로운 매립장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은 과장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립지공사의 회계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927억원’이라는 숫자도 믿어야 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매립지공사의 회계 내역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총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재무상태표다. 두 번째는 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다.

마지막으로 2년마다 환경부가 실시하는 정기감사 자료에도 매립지공사의 회계 내용이 일부 들어가 있다. 앞의 두 자료는 대체적으로 수치가 비슷하지만,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는 공사의 자체 발표 자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직원 퇴직금·축제비용으로 전용하기도
국감 자료에 따르면, 매립지의 부담금 전입금은 2009년을 제외하고 대체로 300억~400억원 규모였다. 그런데 환경부 감사자료에서는 부담금 수입이 점점 늘어나 2010년부터는 연간 1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립지공사의 국감 자료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2008년 부담금 잔액은 약 3509억3400만원이다. 하지만 공사의 2008년 재무제표에는 부담금 연말 잔액이 4097억3100만원으로 나온다. 같은 ‘2008년 연말 부담금 잔액’이 6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부적절한 부담금 사용 내용도 추가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적한 아시안게임 경기시설 조성에 매립지공사는 부담금 1178억원을 사용했다. 또한 공사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직원 퇴직급여 충당금 약 86억원을 부담금에서 전용했다. 드림파크 문화축제에 36억원의 부담금이 추가로 사용됐다.
만약 부담금에서 위 비용들을 내지 않았다면 2014년 6월 기준으로 기반시설부담금은 2000억원 이상 적립돼 있었을 것이다. 제3매립지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소문도 나올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공사의 사내 유보금은 증가했다. 2008년 1957억원이던 공사의 이익금은 매년 증가해 왔다. 2014년 6월 기준으로 약 4461억원이 쌓여 있다.

매립지공사 협력업체 관계자 B씨는 “공사는 자신들을 위한 내부 유보금은 쓰지 않고, 공익을 위한 부담금은 퇴직금과 축제로 다 써버렸다. 공사는 겉으로 매립지 사용연한 연장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매립지 운영을 종료하고 그 자리에 새로 건설될 테마파크를 운영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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