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게시물, ‘좋아요’가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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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역시 게시물 작성의 요령이다. 페이스북은 타임라인 방식이라 게시물이 물처럼 흘러가기 때문에 글이 길면 곤란하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허니버터칩, 다들 들어보셨을 줄 안다. 나는 이 과자를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하소연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구할 수가 없다. 동네 슈퍼에서도 마트에서도 전부 품절이란다.” 무슨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파랑새도 아닌 마당에 이 과자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도에 나섰다. ‘3배 중고거래’까지 되고 있다니, 해태제과는 이렇다 할 광고 없이 자사의 SNS 계정만으로 허니버터칩을 히트시킨 셈이다. 한편 ‘속촌아씨’라 불리는 한국민속촌의 SNS 담당자는 재치 넘치는 사극 톤의 ‘드립’으로 4만 팔로어를 끌어모았다. 이런 식이다. “기체후일향만강하셨사옵니까. 휴일 다음날이라 힘 빠질 것 같은 날이지만 또 불타야 하는 얼씨고 절씨고 금요일 아침 문안인사 드리겠나이다. 오늘은 10월 10일이옵니다. 전 왜 장땡이 떠오르는 건지. 장땡 잡는 하루 되시옵소서. 민속촌 트위터 시작하겠나이다.” 느낌 있다. 읽고 있노라면 한 번쯤 민속촌에 놀러가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기업계정 SNS 운영자의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물론 SNS에서 뜬 상품(이나 기업)은 이 외에도 많다. 그렇다. 굉장히 많다. 그럼 뭐해, 따라 하기가 어려운 걸. 그래서 지지난 호에서 말씀드린 대로, 출판사 열린책들의 온라인 마케터인 온마담님을 모시고 영양가 있는 말씀 듣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온마담이 열린책들에 입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하고도 6개월 전이다. 2013년 7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나이는 서른 전후로 보인다. 전공은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 입사 전에는 IT기업에서 일했다. 그때의 경험이 현재 업무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본인은 말한다. 온마담의 하루 일과는 전날 올린 게시물들을 점검하는 일로 시작해서 오늘 올릴 게시물을 작성하는 일로 끝난다. 블로그와 트위터도 관리하지만 페이스북이 주력이다. 게시물은 하루에 두 개, 많으면 세 개 정도. 간단해 보여도 품이 많이 든다. 문안을 작성해서 바로 올리는 게 아니라 문서로 출력해서 두세 번씩 교정을 보기 때문이다. 교정지를 편집자, 마케터들과 공유하여 회의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보강하는 과정도 거친다. 대개 금요일에는 다음 한 주 동안 페이스북에 올릴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월말에는 한 달 운영계획을 짠다. 이렇게 꼼꼼한 과정을 거친 결과, 온마담이 입사할 당시 5만명이었던 열린책들의 페이스북 독자는 그해 10월에 10만, 올해 여름에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쯤 되자 게시물이 별도의 광고 없이도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었다. 이를 ‘유기적 도달’이라고 한다. 이 유기적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자사의 팬(‘좋아요’를 누른 사용자들)을 모으기 위해 노력한다. 팬이 늘면 여러 이용자들의 뉴스피드(페이지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의 페이지 소식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공간)에 게시물이 노출되어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정책이 변하면서 유기적 도달률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자사의 게시물을 노출하기 위해 돈을 들여 광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왼쪽부터 출판사 취업준비생 박수미씨, 열린책들 SNS 담당자 이정원씨, 은행나무 마케터 김진영씨. | 김홍민 제공

왼쪽부터 출판사 취업준비생 박수미씨, 열린책들 SNS 담당자 이정원씨, 은행나무 마케터 김진영씨. | 김홍민 제공

2년도 안 돼 페이스북 독자 4배로 늘려
페이스북이 기업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는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가입할 때 성별과 생년월일을 반드시 입력해야 하며, 출신학교와 결혼 여부, 심지어 목하 연애 중인지까지도 기입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는 성별, 연령, 기호에 맞춰 ‘타깃’을 설정할 수 있다. 이 ‘맞춤 타깃’ 광고를 위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열린책들이 페이스북에 쓰는 광고비는 달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품비까지 포함해서 대략 400만원 정도라고 한다. 페이지 ‘좋아요’를 늘리고, 주요 게시물을 노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다만 앞서 말했다시피 유기적 도달률은 점점 떨어지고, 최근 들어 광고 도달률도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무작정 ‘좋아요’만 유도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좋아요’를 누르는 것과 상품이 팔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사의 제품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제아무리 ‘좋아요’를 눌러봤자 소용없다. 자사에 우호적인 팬들에게 효과적으로 게시물이 전달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페이스북의 맞춤 타깃 광고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게시물 작성의 요령이다. 페이스북은 타임라인 방식이라 게시물이 물처럼 흘러가기 때문에 글이 길면 곤란하다. 글과 이미지(동영상)를 함께 올리는 게 좋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며 볼멘소리를 할 담당자들도 있을 듯하니 예를 들어 보자. 게임회사 넥슨의 경우, 게시물의 어미를 ‘넥’이나 ‘슨’으로 끝낸다. 처음에는 ‘병맛’일 줄 알았는데 웬걸 순식간에 반응이 왔다. 온마담이나 속촌아씨와 같은 캐릭터형 운영자는 아니지만, 요령 있는 게시물 작성으로 ‘회사의 계정이라기보다 웃기는 인간이 운영하는 사이트 같네’라는 인상을 준 것이 성공요인이다. 고양시청 담당자가 운영하는 페이스북도 참고할 만하다. “시에서 이런 것도 하는고양? 고양시와 함께하는 <미혼남녀 커플매칭 프로그램>, 지금 고양종합운동장으로 구경오시고양”이라는 글과 함께 운영자가 고양이 탈을 쓰고 사진까지 찍는다. ‘고양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부산 경찰 페이스북도 운영을 잘한다. 사건·사고를 짧게 정리하고 위트 있게 마무리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훈훈함을 느끼게 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 계정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저렇게 운영해 보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매출에 연연하지 않는 ‘글빨’과 ‘드립력’
이쯤에서 누군가가 “어허, 페이스북이야말로 거대한 글로벌 광고 플랫폼으로, 요즘 거기가 광고비 따먹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는 걸 모르는군” 하며 혀를 찰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변명을 적어두겠다. “페이스북 광고는 돈 낭비, 포스트당 팬과 팔로어가 반응하는 비율은 평균 0.1% 미만”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는 나도 읽었다. 하지만 내가 지난 몇 달 동안 기업계정으로 페이지를 운영해 본 바에 따르면, 지금껏 내가 만지작거려 본 SNS 중에는 가장 효율적이었다. 비용 면에서 소규모 회사들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점도 매력적이고. 물론 언젠가는 페이스북도 운이 다하고 또 새로운 SNS가 각광을 받게 되리라. 그때를 대비해서 이미 틈새 SNS를 개척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겠지. 마찬가지 얘기다. 본질은 같다. 중요한 것은 ‘글빨’과 ‘드립력’, 여기에 온마담은 광고의 아버지이자 최고의 카피라이터로 불리는 데이빗 오길비의 예를 들며 한 가지를 덧붙였다. “매출을 올리는 데 연연하지 마라.” 열린책들 페이스북이 인기 있는 이유다.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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