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홍보, 어떻게 하면 소문날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블로그가 겨우 자리를 잡을 무렵 트위터가 등장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은 각각 그에 적합한 글쓰기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를 체화하는 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블로그를 운영한 지도 이래저래 8년 가까이 되었다. 그 사이에 모바일과 SNS를 기반으로 한 각종 플랫폼이 등장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편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 가운데 하나가 내 채널을 가지는 것이었다. 좋은 책이니까 언론에서 다뤄주겠지, 책을 잘 아는 서점 담당자들이 알아봐주겠지, 눈 밝은 독자들이 ‘발견’해 주겠지, 라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고 난 이후다. 내가 만드는 책의 종당 제작비는 대략 1500만원에서 2000만원,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부채가 된다. 절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마치 독자인 척 홍보 글을 올린 적도 있다. “영화평을 쓰던 내가 영화를 만들고 홍보의 전면에 나서자 주변에서 모두 미친 줄 알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내 영화를 홍보해주나…. 내가 아니라 트뤼포가 한 말이다. 나는 배움을 성실하게 따를 뿐이다.” 언젠가 정성일씨가 본인이 만든 영화를 홍보하며 올린 트윗이다. 이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 닿던지. 누군가에게 기댈 일이 아니다. 내가 만든 책도 내 손으로 알려야 한다.

북스피어 SNS 홍보.

북스피어 SNS 홍보.

카페서 블로그로 다시 SNS로 이동
내가 창업할 무렵, 출판사들은 홈페이지 형태를 벗어나 포털 사이트의 카페로, 다시 블로그로 홍보 채널의 중심축을 옮기는 중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이렇다 할 계획 없이 블로그를 만들었다. 막막했다. 무슨 글을 올려야 할지. 보도자료를 올리고 책 표지 사진을 올리고, 일간지에 실린 우리 책 기사를 올렸다. 반응이 없었다. 하루 방문자 수는 10명 남짓. 댓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국 보이스피싱의 대모인 김미영 팀장이 가끔 달아주는 “고객님은 현재 1000만원 이상 가능하세요”라는 댓글이 고마울 정도였다. 큰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으니까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틈틈이 글을 썼다. 어떤 내용을 올려야 할지 직원들과 하는 회의가 거듭됐다. 창립 3주년을 기점으로 방문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만든 책인데 엄청 잘났어요”라는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글을, 독자들은 좋아했다. 가령 만우절에 올렸던 미야베 미유키 가짜 신간 소동이라든가, 북스피어판 ‘이스터에그’ 관련 포스팅, 도서 제작 뒷이야기 같은 글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올렸을 때, 그리고 그것이 노골적인 책 홍보가 아니었을 때 독자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 주었다.

당시만 해도 출판사들은 온라인 홍보에 지금처럼 앞다투어 열을 올리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북스피어는 탈탈 털면 먼지만 나는 가난한 출판사였다. 보조고 나발이고 따질 게재가 아니었다. 자나 깨나 블로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어떻게 하면 독자들을 골탕 먹일 수 있을까’, ‘이번 주말에는 독자들이랑 만나 뭘 하면서 놀까’를 고민하는 일이, 나는 즐거웠다. 우리가 블로그에서 했던 이벤트들이 알음알음 전해져 일간지에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주간경향>에서도 한윤정 기자가 ‘Y세대 직장문화는 재미와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북스피어의 블로그 운영에 관한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 사진도 찍고. 그러고 보면 <주간경향>과는 꽤 인연이 깊다.

북스피어 페이스북 페이지

북스피어 페이스북 페이지

열린책들 페이스북 페이지

열린책들 페이스북 페이지

북스피어 블로그가 겨우 자리를 잡을 무렵 트위터가 등장했다. 문득 이 희한한 플랫폼이 출판사들의 주의를 끌게 된 사건이 떠오른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출간되었을 때다. 책을 펴낸 사회평론에서는 각 일간지에 광고를 싣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 일간지에도 싣지 못했다. 책의 내용 탓이다. 심지어 <한겨레>에서도 ‘광고 단가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광고를 거절’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담긴 글은 이내 트위터를 휘젓기 시작했다. 해당 트윗들은 빠르게 리트윗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삼성을 생각한다>의 구매도 늘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단에 오르기까지 3주가 채 걸리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이토록 단시간에 각종 차트를 석권한 책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140자라는 제약 때문인지 바람의 방향은 금세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출판사라는 조직의 홍보 채널로서는 더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액으로도 광고를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시스템이 돋보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신세계를 마주한 각 출판사 대표들에게는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직원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에서 마케터나 편집자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짬을 내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홍보를 담당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신세계의 가능성을 직감한 출판사 대표들은 전담 직원을 채용했다. 그 중에서도 ‘온마담’이라는 필명으로 단 1년 사이에 자사 페이스북으로 20만명 가까운 독자를 끌어 모은 이가 단연 눈에 띈다.

20만명의 독자 모은 ‘온마담’의 활약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열린책들의 도서들은 온마담의 활약에 힘입었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다. 나 역시 북스피어 계정으로 페이스북을 시작한 이후로 벤치마킹 차원에서 몇 번이나 열린책들의 페이스북을 들락거렸다. 블로그에서는 나도 꽤 했지만 페이스북에서는 도무지 맥을 못 추었기 때문이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은 각각 그에 적합한 글쓰기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를 체화하는 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출판사의 트위터 담당자가 하는 일이 주로 자사 책의 문구들을 제목, 저자명과 함께 올리는 일인가. 창의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는 회사의 마케팅이란 것이 알티 이벤트와 팔고 싶은 자사 책 문구 트윗이 전부라면 이것이 정말 효과적이어서인지 궁금하다” 같은 독자들의 지적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 이유다. 온마담의 경우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페이스북에 최적화된 글을 올리기로 정평이 나 있다. 독자의 참여, 이를테면 ‘공유하기’와 ‘좋아요’를 누르도록 유도하는 기술도 경지에 이른 듯 보인다. 

궁금했다. 대관절 어떤 인간인지. 만나보기로 했다. “당신의 페이스북 운영 노하우에 관해 듣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을 때, 약간 사이를 두고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 오후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마주앉을 수 있었다. 미인이었고, 맵시 있게 옷을 입을 줄 아는 여성이었다. 말투는 신중했지만 내가 묻는 질문에 빠짐없이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온마담이 밝힌 페이스북 운영 노하우는 2주 후에 싣도록 한다. 페이스북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 중인 출판사 분들은 다음다음호 <주간경향>을 읽어봐 주시길.

<북스피어 대표>

김홍민의 문화의 발견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