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선거 향방 좌우할 ‘올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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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과정에서의 특징은 모든 오키나와인들이 염원하는 기지 없는 평화로운 섬의 비전을 누가 실현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강력하게 환기되고 있는 것이다.

11월 16일 치러질 오키나와 현 지사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11월 1일 시작되었다. 후텐마 기지를 나고시 헤노코로 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오키나와의 여론은 선거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중심에는 기지 이설을 허용한 현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재선 이후로도 상당 기간 나카이마 지사는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설을 주장한 기지반대파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베 2기 정권의 등장 이후 중앙정부에 의해 가해지는 압력을 그가 피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 헤노코 연안의 미군부대 캠프 슈워브 정문 앞에서 주민들이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경향신문

지난 9월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 헤노코 연안의 미군부대 캠프 슈워브 정문 앞에서 주민들이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경향신문

미군부대 이전 찬반 논쟁 뜨거워
아베 정권은 등장 이후 오키나와의 운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여러 극우적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각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을 변경한 일이다. 이런 미·일 군사동맹의 일체화 및 자위대 활동반경의 확대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을 긴장시켰으며,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무르익고 있는 잠재적 무력충돌에 대한 위기감이 시나리오로 상정할 정도로까지 심각해졌다.

물론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변경에 따른 자위대 무력개입 및 활동반경의 확대는 미국의 새로운 대아시아 정책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즉 아시아 역내에서의 미국의 헤게모니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패권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일체화를 통한 중국 견제의 일환에서 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해 전개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의 일부이다. 동시에 이것이 한국과의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서 이전과는 달리 미국이 그 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오키나와 입장에서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두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첫 번째는 ‘군사기지 부담’으로 상징되는, 전후체제 이후로 지속돼 왔던 ‘구조적 차별’이 영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일 미군기지의 75%가량이 인구 140만명에 불과한 류큐제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일본 본토에 의한 구조적 오키나와 차별의 증거로 흔히 거론된다. 기지의 존재는 오키나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기지문제와 연동하여 일본 중앙정부는 ‘오키나와 진흥예산’을 근거로 오키나와 현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왔다. 이것은 오키나와 편에서 보자면 심각한 ‘자기결정권’의 침해 내지는 부재로 간주된다.

둘째, 일본의 군비재무장과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자연스럽게 오키나와를 분쟁지역화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직접적인 무력충돌의 장소로 오키나와를 부각시키게 할 수 있다. 기존의 센카쿠 열도에서의 중·일 간 무력충돌의 가능성과 더불어 미국의 개입 역시 가시화되었다. 여기에 북한 위협론까지 결합되면서 오키나와가 때 아닌 잠재적 분쟁의 핵심장소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단순한 ‘기지의 섬’이 아니라 ‘전쟁의 섬’으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밀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오키나와인 입장에서는 매우 불길한 미래전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두 가지 사안이 맞물리면서 오키나와인들은 점점 자신들이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이 ‘구조적 차별’ 너머의 어떤 근원적 모순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인식을 심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오키나와가 일본과 미국의 ‘이중식민지’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그것이고, 이 의혹이 사실적 정황을 갖추어 갈수록 오키나와 안에서의 ‘류큐독립론’은 단지 주점에서의 비분강개한 ‘이자카야 독립론’이 아니라 진지한 미래구상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선거 역시 섬 전체 투쟁의 연장
물론 이번 지사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류큐독립론’과 같은 완전한 오키나와의 자치를 추구하는 공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역시 후텐마 기지의 이설 문제다. 즉 헤노코 신기지 건설을 둘러싼 찬반여론이 선거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소속 현 지사로 3선에 도전하는 나카이마 히로카시 후보는 헤노코 신기지 건설이 오키나와로서는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며, 자신의 선택 역시 그러한 고심 끝에 나왔다고 주장한다. 후텐마 기지의 위험성이 세계적인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이에 비할 때 그래도 헤노코 지역이 안전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나카이마의 주장이다. 위험 제거의 현실책으로 헤노코 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나카이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같은 자민당 소속이자 4선의 나고 시장 출신인 오나가 다케시 후보이다. 자민당 소속이지만 오나가 후보는 오키나와에서 ‘올 오키나와’(All Okinawa)의 상징이 되어 있어 사회당과 공산당을 포함한 시민후보로 간주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자유투표’를 천명해 간접적으로 오나가 측을 지지하는 형세가 되어 있다, 오나가의 공약은 명확하다. 지사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나카이마의 헤노코 매립 결정을 재검증해 승인을 취소할 것이며, 기지 설계개요의 변경 신청 역시 지사의 권한으로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신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선 나머지 두 후보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의 특징적인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올 오키나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즉 지지정당의 유무나 보수와 혁신이라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오키나와인들이 염원하는 기지 없는 평화로운 섬의 비전을 누가 실현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강력하게 환기되고 있는 것이다. 오나가 후보가 자민당 출신이면서도 공명당과 민주당, 사회당과 공산당 등의 정치성향을 가진 시민들에게 고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오키나와인들의 ‘자기결정권’의 확보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기지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오키나와’라는 표현에 맞서는 개념으로는 ‘올 재팬’(All Japan)이 있다. 이때 ‘올 재팬’은 제아무리 혁신적인 사고를 지닌 시민이라 할지라도,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 문제에 대해서는 별 다른 자의식이 없는 구조적 차별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오키나와인들은 주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동단결해 섬 전체 투쟁을 이끈 역사를 갖고 있다. 지사 선거가 일종의 제도화된 정치투쟁의 장이라는 점에서 보면, ‘올 오키나와’라는 구호 아래 전개되는 이번의 선거 역시 섬 전체 투쟁의 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rac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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