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중기청·도공·한전…관피아 커넥션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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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ㆍ영업소ㆍ협력업체 재취업-일감 몰아주기 등 ‘특혜 고리’ 국감서 속속 드러나

첫 국감이 열린 10월 7일, 국회 산업통상위의 국감 대상은 특허청이었다. 홍영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 특허청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경로를 문제삼았다. 특허청 이사관이던 민경탁씨는 2001년 산하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2006년에는 특허정보원의 용역업체인 성민정보기술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씨가 회장이 된 성민정보기술은 2007년부터 특허정보화사업 용역계약으로 약 197억원의 사업을 독점 수주했다.

인사적체 등 내세워 줄줄이 낙하산
국감을 앞두고 홍 의원실에서 특허청-특허정보원-성민정보기술로 이어지는 ‘특피아’의 사슬을 캐자, 민 회장은 지난 8월 31일 성민정보기술에서 퇴직했다. 민 회장 외에도 전 특허청 과장과 전 특허청 별정6급 공무원이 특허정보원에서 일하다가 성민정보기술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특허정보원-성민정보기술이라는 재취업 사슬을 통해 온갖 특혜가 성민정보기술에 흘러간 것이다. 홍 의원은 “낙하산과 비정상적 수의계약이 반복되는 동안 재취업 회사는 엄청난 수혜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동철 산업통상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까지 나서 “이런 상황에서 용역한 사업의 생산품질이 제대로 나오겠느냐”고 이태근 특허정보원장을 질책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0월 8일 국정감사의 일환으로 충남 당진에 있는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를 찾아 업무보고를 들었다. 사진에는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0월 8일 국정감사의 일환으로 충남 당진에 있는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를 찾아 업무보고를 들었다. 사진에는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의 문제가 올해 국감에서 화두로 등장했다. 이런저런 곳에 낙하산으로 들어간 관피아가 많다는 것은 약과다. 이들 관피아를 고리로 한 특혜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 국감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한국도로공사의 전직 직원인 ‘도피아’의 특혜도 국감장에서 화제가 됐다. 도로공사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희망퇴직자에게 고속도로 영업소를 수의계약하는 특혜를 줘 왔다. 도로공사에서 내세운 명분은 인사정체 해소였다. 국토교통위 박수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0월 8일 도로공사 국감에서 “전국 335개 영업소 중 264개소가 도로공사 퇴직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년 반복되는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지적도 무시한 채 외주 영업소를 수의계약으로 강행하는 도로공사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도피아’와 관련해 더 놀라운 사실도 국감에서 드러났다.

지난 8월 22일 도로공사는 35개 영업소에 대해 퇴직자들과 무더기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8월 26일 기획재정부가 ‘퇴직자와 수의계약 금지’의 내용을 담은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 사무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기 나흘 전이었다. 개정안이 공포되기 전에 퇴직자들에게 수의계약을 안겨주기 위한 도로공사의 조치는 전격작전을 방불케 했다. 8월 21일 사내공고를 통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이튿날 면직처리와 수의계약 체결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이다. 희망퇴직 신청에서 수의계약 체결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토교통위 변재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부채 중점기관인 도로공사가 제 식구를 챙기기 위해 몰염치하게 희망퇴직을 실시해 제도 규제를 빠져나갔다”고 비판했다.

변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영업개시일이 1년 5개월이나 남은 영업소와 이전에 공개입찰로 운영했던 3개 영업소도 이번에 무더기 수의계약에 포함시켰다.

비정상적인 수의계약 버젓이 반복
한국전력공사의 국감에서는 ‘전(電)피아’가 도마에 올랐다. 이강후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부 산하기관 17곳의 퇴직자가 자회사에 재취업한 수는 총 180명이며, 이 가운데 한전과 5개 발전회사가 전체의 76%인 137명을 차지했다. 백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전의 계열사인 한전KPS의 전피아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전KPS의 최근 10년간 임직원 재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취업 협력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특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한전KPS에서는 모두 39명의 임직원이 15개 협력업체에 재취업했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3명이 에이스기전이라는 협력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협력업체 발주금액 실적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임직원이 재취업한 에이스기전이 140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했다. 뒤를 이어 한국플랜트서비스, 대화강건, 영진산업, 동림산업 등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가 대부분 상위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청 감사에서는 ‘중피아’의 특혜가 논란이 됐다. 전순옥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중기청 차장 및 지역 중기청장들이 ‘낙하산’으로 재취업한 중기청 산하 협회 및 단체 9곳에 업무위탁과 예산지원이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에는 올해에만 2798억원의 예산이 지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중기청장 출신인 김종택 상근부회장이 재취업한 한국산학연협회에는 중소기업 R&D 예산 명목으로 1638억원이 지원돼 1위로 랭크됐다. 2위는 광주전남 중기청장 출신인 이의준 상근부회장이 재직 중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로 지원액이 626억원이다. 전 의원은 “중기청의 업무위탁 규모나 예산지원이 큰 협회 및 단체의 낙하산 인사는 권금유착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낙하산 인사 재발 방지대책을 촉구했다.

기획재정위의 최재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세청 마피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세청은 ‘FIU 정부 통합분석 시스템’ 입찰을 진행하며 ‘프로젝트 지원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이 요구사항에는 D회사가 지난해 10월 국세청으로부터 수주한 ‘포렌식 시스템’과 연계할 것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 D회사에는 전직 국세청 전산정보과장이 감사로 취업해 있었다. ‘FIU 정부 통합분석 시스템’을 낙찰받은 대기업 컨소시엄에 이 D회사가 참여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최재성 의원은 “국세청 전산 관련 전직 직원이 감사로 취업한 후 해당 기업이 이 사업을 낙찰받은 것은 국세청 스스로 특혜의혹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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