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인 기자의 생활속으로

휴대폰 분실, 제일 먼저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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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와 경찰청 ‘lost112’에 신고… 9개월 동안 주인 안 나타나면 처분

휴대폰을 분실했습니다. 잃어버린 현장에서 지인에게 휴대폰을 빌려 제 번호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더군요. 빌린 휴대폰으로 ‘스마트폰을 습득하신 분 연락 부탁합니다’라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약 한 시간 뒤에 전화를 하니 휴대폰은 꺼져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휴대폰은 아이폰5S. 분실신고를 하니 통신사에서 처음 구입한 대리점을 연결해줬습니다. 휴대폰 약정 때문에 ‘번호정지’를 하면 대리점 입장에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기기분실’ 신고로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휴대폰이 꺼져 있는 것은 역시 돌려줄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대리점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간혹 6개월 뒤에 뒤늦게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손님도 있어요. 이전에는 훔친 휴대폰을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가 통신사별로 다 등록되어 조회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핸드폰 찾기 콜센터에서 센터 직원들이 우체국과 경찰서를 통해 들어온 휴대폰을 살펴보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핸드폰 찾기 콜센터에서 센터 직원들이 우체국과 경찰서를 통해 들어온 휴대폰을 살펴보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lost112’ 핸드폰 찾기 코너
휴대폰을 잃어버리니 번거로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비싼 기계 값도 문제지만 휴대폰에 들어 있던 녹음파일이나 연락처 정보를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휴대폰 공인인증서와 금융거래 관련 앱들이 털리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듭니다. 앱 스토어 같은 곳에서 소액결제 피해도 우려되었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대처법’에 대한 기사를 써보자고 생각하게 된 이유입니다. 저의 경우와 같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통신사에 분실신고를 한 다음 경찰에도 신고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지역 경찰서 민원실에 전화를 하니, “182로 신고하라”고 합니다. 전화를 해도 “지금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라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흘러나옵니다. 5분 만에 연결되었습니다. 답은 간단했습니다. “lost112에서 접수 가능합니다.” 이 한 마디를 들으려고 계속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허탈했습니다. lost112는 ‘경찰청 유실물 종합안내’ 사이트입니다. 크게 ‘습득물’과 ‘분실물’, ‘핸드폰 찾기’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 분실물을 등록하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합니다. 회원 가입은 실명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본인 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또는 공인인증서로 인증을 해야 합니다. 휴대폰을 분실한 경우는 휴대폰 인증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공인인증서로 가입을 하려고 해도 어찌된 영문인지 ‘이 버전의 웹브라우저로는 가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인터넷익스플로어를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경찰청 관계자는 나중에 “인터넷익스플로어 11버전, 다시 말해 최신 버전을 사용할 때는 안 되는 경우가 있어 다운그레이드 해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이핀 인증을 통해 간신히 회원 가입을 했습니다.

등록을 한 뒤 ‘핸드폰 찾기’ 코너를 통해 등록된 휴대폰 리스트를 일별했습니다. 의문이 들었습니다. 등록되어 있는 정보는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지구대에서는 [2014.09.20] [아이폰(블랙(검정)색)]을 습득/보관하였습니다. 분실하신 분께서는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하시어 보관 중으로 기재되어 있는 기관에 방문하시어 보관물품을 수령하시기 바랍니다.” 기종 표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기자가 분실한 날(8월 28일)에는 발표도 안 된 ‘아이폰6’를 습득해서 보관하고 있다는 경찰 지구대도 있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해서 찾을 수 있을까요. 궁금한 것은 여럿이었습니다. 저렇게 해서 찾지 못하는 경우, 그 휴대폰들은 어떻게 처리가 되는 걸까요. 만약 누군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돌려주지 않을 경우 흔히들 ‘점유물이탈 횡령죄’로 처벌된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일까요.

휴대폰과 같은 유실물을 취득한 뒤 돌려주지 않았을 경우 적용되는 법률은 ‘점유물이탈 횡령죄’가 맞습니다. 형법 360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해지는 중범죄입니다.

유실물센터에 등록되었지만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한 휴대폰은 ‘핸드폰 찾기 콜센터’에 이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경찰서 담당자들이 한 달 정도 보관하다가 미래부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핸드폰 찾기 콜센터’로 넘깁니다.

여기서 또 의문이 듭니다. 보통은 휴대폰을 사용할 때 즐겨찾기로 가족이나 지인을 등록해놓습니다. 휴대폰을 습득했을 때 아직 배터리가 나가지 않았다면 전화연락을 취해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찾아줄 수 있는 단서가 있다면 최대한 찾아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휴대폰을 열어 찾아줬는데 나중에 민원인이 ‘왜 그걸 들여다 봤냐’고 항의한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 비밀번호를 설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고요.”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트의 회원 가입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다 인정합니다. “2011년도에 유실물 종합안내 사이트를 처음 오픈했는데, 당시 예산이 인건비를 포함해 9000만원이었습니다. 초기 개발은 유휴장비를 사용해서 진행하느라 문제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5억7400만원 예산을 받아 겨우 장비를 바꾸고 개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낙후되었다가 올해 들어서야 시스템이 정비되어 통합포털식으로 다른 기관과 연계가 제대로 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 잡고 있는 ‘핸드폰 찾기 콜센터’는 199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찰청 유실물 안내 사이트와 전산연동이 되면서 보관관리 절차가 일원화돼 분실단말기 반환과 보관관리체계가 대폭 개선되었다는 것이 센터 김정훈 과장의 설명입니다. 이곳에서 휴대폰은 약 9개월간 보관된 뒤 ‘처분’됩니다. “종전에는 1년 6개월 정도 보관했는데, 최근 유실물법(올해 1월 초)과 민법(지난해 7월)이 개정되어 9개월로 줄었습니다.” 6개월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면 3개월 동안은 습득자가 소유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 3개월 동안 습득자가 자신이 습득한 물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처분하게 되는 식입니다.

[정용인 기자의 생활속으로]휴대폰 분실, 제일 먼저 할 일은

핸드폰 함부로 못 열어 주인찾기 애로
‘처분’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걸까요. “과거에는 그냥 폐기처분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상대적으로 고가이다 보니 폐기하는 것과 재사용할 것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폐기는 환경부 산하 전문기관인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에 의뢰해서 진행합니다. 재사용이 가능한 것은 관할 경찰서(서초서) 주관으로 분기별로 한 번씩 공매를 합니다.” 현재 센터가 보관하고 있는 휴대폰은 약 6만여 대입니다. “노트북이나 다른 유실물과 달리 휴대폰은 소유자와 연결되어 있는 모델명과 일련번호 정보가 있습니다. lost112에 올라온 정보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저희 쪽은 통신사와 전산연동이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유실물 주인을 확인해 연락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6만대나 남아 있을까요. “최신 기종의 경우 연락도 잘되고, 잘 찾아가지만, 일반 폴더폰이나 피처폰은 일반적으로 잘 찾아가지 않습니다.”

이미 보상을 받아 다른 폰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과거 휴대폰 처리가 애매해지지요. 보상이 이뤄진 경우에는 이미 통신사 소유가 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공매 처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폰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개인정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통신사 측에서 따로 본인에게 통보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김 과장의 말입니다. 이 부분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분실 휴대폰 고유의 식별정보를 대조하기 때문에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대리점 점주의 말은 맞을까요. 공식적으로는 맞지만 그렇다고 해외유출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유출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 9월 11일 이른바 ‘보따리상’을 통해 해외, 구체적으로 중국으로 휴대폰을 밀수출하는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말로 ‘따이공’이라고 합니다. 한자로 대공(帶工)인데, 장물 휴대폰 수십대를 그냥 밀반출하면 세관에 걸리니 50대를 20~30명에게 나눠준 뒤 배에 올라타 다시 회수하는 수법이었습니다.” 인천 중부경찰서 관계자의 말입니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처음에는 택시기사들로부터 분실·도난당한 휴대폰을 20만~30만원씩에 구입해 밀반출하던 것을 나중에는 전문 절도범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밀수출을 했다고 합니다.

기자가 휴대폰을 잃어버린 날은 추석 연휴 전인 8월 28일이었습니다. 한 달이 지났지만, 결국 휴대폰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쓰던 아이폰에는 ‘나의 아이폰찾기’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전원이 꺼져 있더라도 휴대폰에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내가 설정한 번호로 현재의 휴대폰 위치가 전달됩니다. 아이폰 찾기 분실모드를 활성화시켜 놓으면, 휴대폰의 초기화면 대신 잃어버린 당사자가 설정한 ‘이 휴대폰은 분실된 휴대폰입니다. 010-****-*****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만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잃어버리기 직전까지 백업된 연락처와 메모, 즐겨찾기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녹취 음성파일이나 다운로드한 동영상, 음원파일 등은 찾을 수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기기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청 유실물센터에 기자가 분실한 당일 분실된 것으로 신고된 휴대폰 수 등 통계를 부탁해봤습니다. 휴대폰 분실 건수는 지난 2010년 6만2310건에서 2011년 33만3923건으로 급증했습니다. 2012년에는 다시 두 배(63만5513건)로 늘었다가 2013년 38만1774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올해는 9월까지 총 25만1582건의 분실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8월 28일 전국적으로 총 624건이 접수되어 당일 종결, 그러니까 되찾아간 수는 25건입니다. 그 후로 추가된 데이터는 없습니다. 기자를 포함해 분실신고한 사람들 중 599명은 아직도 휴대폰을 못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이 날짜에 들어온 습득 신고는 99건이었고, 그 중 53건의 휴대폰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46대의 휴대폰은 아직 주인을 못 찾고 보관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정용인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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