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당의 독주

‘악법도 청 뜻이라면…’ 거수기 여당, 통과·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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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공약파기 법안·재벌특혜법안·검증 안 된 동의안 등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19대 국회 전반기(2012.6.∼2014.5.) 동안 새누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걸림돌 법안(또는 동의안)’ 7개를 선정, 발표했다.

7개 법안은 △기초연금법안·특별검사임명법안(박근혜 대통령 공약 파기) △공정거래법안(일감 몰아주기 규제 실효성 미미) △주거급여법안(수급권리 훼손) △외국인투자촉진법안(재벌 특혜) △UAE 파병 연장 동의안(상업적 목적) △미군 주둔경비 지출동의안(검증 미비) 등이다.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입법한 기초연금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입법한 기초연금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지난 1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법안은 대표적인 재벌특혜 법안으로 꼽힌다. 이 법안은 공정거래법 소관인 국회 정무위원회 대신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상정해 편법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의 핵심은 일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외국기업과 공동출자할 경우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50%까지만 보유해도 되도록 하고 있다.

기초연금·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일사천리
하지만 이 법안은 외자유치보다는 무분별한 기업 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를 규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을 무력화시킨 법안이 됐다. 공정거래법에는 지주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SK·GS그룹 등 재계는 증손회사 100% 지분 보유 규정 때문에 외국자본과의 합작투자가 불가능하다며 규제완화를 주장해왔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촉진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국회가 공전되는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법안 중의 하나였다”며 “지주회사와 관련해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요구했던 재벌들의 로비로 결국 국회에서 통과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검사임명법안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약에서 대폭 후퇴한 채 통과됐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 사이에서 검찰개혁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각 당 후보들은 집권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특별수사기구를 상설적으로 두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2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특별검사임명법안은 법 제정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변질됐다.

우선 특별수사기구의 상설화에 실패했다.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을 국회가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과 법무장관이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특검후보 추천위원회 구성도 집권세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후보 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국회(여야 각 2명) 추천 등 7명으로 구성된다. 특검후보 추천위 7명 중 과반수가 넘는 4명(법무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여당 추천 2명)의 추천권을 정부·여당이 갖게 됨으로써 집권세력의 영향에서 독립된 특검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집| 여당의 독주]‘악법도 청 뜻이라면…’ 거수기 여당, 통과·통과

새누리당이 주도한 UAE 파병 연장 동의안은 핵발전소 수주에 따른 대가용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하반기에 UAE의 핵발전소 건설을 수주했으며, 국군부대를 파병하기로 했다. 파병은 2011년 1월부터 시작해 1년에 한 번씩 연장해오고 있다. 파병규모는 150명 내외이고 경비는 매년 87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UAE 파병은 헌법이 군에 부여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벗어난 것이고, 그 임무 또한 국제 평화유지나 재건활동이 아니어서 법적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UAE 파병을 처음 결정한 2010년 말에는 국회 국방위에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여당에 의해 강행처리됐다.

지난 4월 16일엔 미군 주둔경비 지출동의안이 새누리당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하는 4월 25일 이전에 이 동의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새누리당에 강력히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아무 법안에나 ‘민생경제법’ 갖다붙여
국회는 5년마다 한 번씩 주한미군의 주둔경비에 대한 동의안을 처리해주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내용은 한국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인건비, 군수비용 등 매년 9000여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1조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면서도 국회는 분담금 책정의 타당성을 검토하지도 못했고,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요구를 정부가 받아서 국회에 제출하면 제대로 심사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처리해주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역과 지출에 대한 검증 없이 5년분 분담금 총액만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준 것은 국회의 예산권과 국민의 감시권을 스스로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법안(2013년 7월 2일 통과)은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많아서 일감몰아주기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법의 취지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3년 12월 31일 통과된 주거급여법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기초법)에 있는 한 항목인 주거급여를 별도의 법으로 분리해 수급권자의 범위와 수준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위임함으로써 국민의 보편적 수급권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하반기에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더 많은 법안들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박근혜 정부는 야당 또는 시민단체가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는 법안들을 경제·민생법안으로 둔갑시켜 국회 처리를 겁박하고 있다”며 “크루즈산업육성법안, 관광진흥법개정안 등은 규제완화를 통해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재벌에 이득이 되는 법안들”이라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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